
이아진씨가 2026년 9월8일 경기도 성남시 집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인 이씨의 집은 누수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하고 벽지가 손상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5만원인 원룸에서 혼자 사는 청년이 있다. ‘전세로 옮기고 싶은데….’ 청년은 생각한다. ‘매달 100만원씩 10년을 모으면…?’ 1억2천만원이다.
부풀었던 기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10년 뒤 집값은 더 오르겠지….’ 청년은 아파트 단지 앞을 걸으며 속으로 묻는다. ‘아파트는 이렇게 많이 생기는데, 내 집은 언제나 가능할지.’
빈곤과 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 ‘나 청년 할 수 있을까’(광주청년드림은행 펴냄, 2020)에 삽화와 함께 실린 짧은 글을 풀어쓴 것이다. 책이 나온 지 6년이 지났지만, 청년 다수가 처한 현실은 그대로다. 청년 10명 중 8명은 세입자로 살고, 서울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은 조이면서도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한 대출 한도는 늘리기로 했다. 자산 축적이 어려운 청년층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도 발표했다. 2027년 1월부터는 빌라·오피스텔 같은 비(非)아파트를 생애 첫 주택으로 구입하는 청년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해 월세 수준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과연 이런 정책들이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주거권 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청년들에게 ‘나도 언젠가는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무너져 있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내 집’을 갖고 싶어 했다. 주된 이유는 자산 증식에 있지 않았다. 이사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세입자로 생활해도 안정적으로 살 수만 있다면 꼭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한겨레21이 만나 심층 인터뷰한 청년들의 바람도 다르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온전히 평생 머물 수 있는 그런 나만의 공간을 원한다.” “적정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꼭 자가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아파트 같은 거창한 곳을 바라지 않는다. 반지하가 아니고, 단열과 통풍이 잘되며, 큰 창문이 있는 집이면 충분하다.”
빠른 주택 공급과 대출 지원만으로는 세입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주택 공급을 위한 재개발은 가난한 세입자를 또다시 밀어내고, 큰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길은 벌이가 넉넉한 이들에게나 열려 있어서다.
집을 안 사도 불안하지 않은 삶은 언제쯤 가능할까.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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