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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하우스’는 됐고… 민주당은 ‘청년정치’ 문 열어라

당대표 예비경선 탈락한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 “사실상 ‘청년 강퇴’ 룰부터 바꿔야”
등록 2026-08-20 21:45 수정 2026-08-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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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2026년 8월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2026년 8월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30 청년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고 있다. 최근 많은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한국갤럽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조사(2025년 6월24~26일)와 최근 조사(2026년 8월11~13일) 결과를 비교해보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53%→30%, 65%→37%로 대폭 줄어든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각각 23%→48%, 23%→49%로 크게 늘었다. 민주당 지지율도 20대 26%→25%, 30대 42%→33%로 떨어졌다. 여권에선 청년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2027년 실시될 수도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민주당 8·17 전국당원대회에서 청년정치인 김보미(37)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은 “공정을 잃은 민주당은 청년을 잃었다. 낡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청년이 돌아오는 미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다. 김 전 의장은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당대표 후보로 본경선에 진출한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가 속한 ‘86세대’ 퇴진을 당차게 주창했고, 이 대통령이 김 전 의장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 개설 하루 만에 팔로하는 등 존재감을 보였다. 김 전 의장은 2013년 민주당 입당 후,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강진군의회 의원으로 당선됐고, 2022년에는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이자 강진군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이 됐다. 2026년 8월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 전 의장은 “민주당은 청년 입장 불가, 강퇴 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입장에서 현재 민주당의 문제와 변화해야 할 방향, 청년정치 등에 대한 생각을 묻고 들었다. 8·17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서는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사투리 억양이 섞인 그의 말은 약간 빨랐고, 거침없었다.

 

합동연설회? 동영상 촬영회!

 

―청년정치인으로서 당대표 예비경선을 치른 소회는.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문제점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선거였다. 나는 빚내서 기탁금 1천만원을 냈지만, 예비경선에서 후보 검증 토론회도 없이, 7분짜리 동영상 한 번 찍고 컷오프됐다. 그 7분짜리 동영상을 찍는 행사의 명칭은 합동연설회였지만 청중도 없는데 무슨 연설회인가. 동영상 촬영회에 불과했다. 경선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내가 몇 표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선거운동을 할 시간도 매우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청년정치인이 당대표 본경선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불공정한 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청년 입장 불가, 강퇴 정당’이고, 이번 전당대회는 불공정의 표본이었다.”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 후보등록일은 7월16~17일이었다. 7월18~23일이 선거운동 기간이었는데, 이 중 18~19일은 주말이어서 사실상 선거운동 기간은 4일이었다. 김 전 의장은 “7월20일 이른바 합동연설회를 마친 바로 다음날인 21일부터 투표가 시작돼 23일까지 이어졌는데, 청년정치인이자 중앙 정치 무대에선 신인인 내가 얼굴과 실력을 알리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봉쇄된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안으로 △예비경선에서 2주 이상의 선거운동 기간 보장 △7분 동영상 촬영회는 없애고 청중이 있는 연설회와 후보 간 토론회 보장 △경선 결과 100% 공개 등을 주장했다.

―‘청년 입장 불가 정당’이라고.

“민주당은 선거 등 필요할 때마다 청년을 찾는다. 청년위원회와 청년 공약 등을 만들고, 청년 간담회를 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뿐이다. 청년이 고분고분 말 잘 들으면 키워주고, 기득권 정치와 86세대 정치를 비판하면 내친다. 청년에게 자리는 줘도 결정권은 없어 유명무실하다. 민주당에서 청년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8월17일 전당대회 날 투표가 다 끝난 뒤에는 ‘2030 청년 토크콘서트-당대표 최종면접’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투표에 영향을 줄 수도 없는데 청년이 당대표 후보들 면접을 보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저 대미를 장식할 ‘청년 병풍’이 필요했던 거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 선출안 부결이 민주당이 청년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다.”

민주당은 2015년 ‘김상곤 혁신안’에서 세대와 부문별 목소리를 지도부에 반영하기 위해 청년·여성·노인 부문별 선출직 최고위원을 두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8년 폐지됐고, 이후 지도부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청년을 임명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있었다. 그러다 2026년 6·3 지방선거 이후 2030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8년 만에 청년최고위원제를 재도입하는 것으로 전당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7월7일 결정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민석 전 총리도 같은 날 엑스에 “청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당원 직선 청년최고위원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7월14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전준위의 결정을 부결해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은 무산됐다.

 

지금 686은 그냥 기득권일 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들이 2026년 7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문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미, 정청래, 김민석, 고민정, 송영길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들이 2026년 7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문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미, 정청래, 김민석, 고민정, 송영길 후보. 연합뉴스


 

―2030세대가 왜 민주당을 떠난다고 보나.

“지금 민주당은 5060의 정당이다. 비상계엄 규탄과 윤석열 탄핵을 위해 응원봉을 들었던 청년들이 다 어디로 갔나. 민주당이 청년을 밀어낸 것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2030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번 예비경선에서 86세대 용퇴를 주장한 이유는.

“386세대(1990년대에 30대이던 80년대 학번, 60년대생)는 그때 청년이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었고, 그 역사에 깊이 감사한다. 그들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30대에 발탁돼 30년째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현재 청년 없는 정당인 민주당을 만들었다. 지금 686은 그냥 기득권일 뿐이다.”

―민주당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기득권이 밥그릇을 안 놓고 있는 게 문제다. 지금 공천과 경선 시스템은 기득권이 한 번 더 해먹는 시스템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만 봐도 족보 전쟁을 치르지 않았나. 어느 계파냐, 어디 출신이냐로 자리가 정해진다. 정책 공부하고 지역 문제를 주민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정치인보다 누구와 친한지, 어느 계파인지가 더 중요하다. 세대교체는 공천시스템, 경선시스템 등 시스템을 교체해야 가능하다. ‘공정한 링’이 먼저 세워지면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청년정치란.

“한마디로 청년 당사자가 결정권을 갖고 참여하는 정치다. 청년이 배제돼 있으니 ‘버스 하우스’(폐버스를 개조해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 같은 패착이 나온다. 정책이나 예산의 결정권이 청년 당사자에게 부여돼야 한다.”

―결정권이 청년들에게 없는 상황과 관련해 청년정치인에게 기회가 부족한 건가, 역량이 부족한 건가.

“청년정치인이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없으니 역량을 판단할 근거도 없다. 토론 한번, 연설 한번 없이 예비경선이나 공직선거 공천이 끝나는데 누가 역량이 있는지 무엇으로 알 수 있나. 토론과 연설로 겨루는 경선만 보장되면, 역량 논쟁은 저절로 끝난다.”

 

청년정치인 역량 내보일 기회 자체가 없다

 

김 전 의장은 당대표 후보등록 전인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 당대표 후보 정견 발표에서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공정과 민주, 세대교체, 청년, 미래가 모두 사라진 ‘5무 정당’이다. 당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지면서 청년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연설을 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김 전 의장은 또 2018년 지방선거 첫 출마 때 “지역위원장이 누군지도 모르고 정치에 도전했는데 공정한 경선의 링이 있었고, 거기서 최다득표(비례대표 1번)로 당선됐다”고 말하며 “공정한 룰이 있고, 기회가 주어지면 청년들은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세대에서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해 비판이 크고,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집을 가진 사람 위주로 짜여, 정작 주거 취약 계층인 청년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 집값 잡기에 매몰돼 전세와 월세 세입자, 특히 청년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주거 지원과 실효성 있는 공공임대 공급이 시급하다.”

―‘파묘’ 논란으로 얼룩진 당대표 경선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솔깃한 정책이 있었나.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호남 공천 문제의 심각성과 임계점에 다다른 호남의 분노를 파악하고, 연말까지 새 공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김민석 후보의 약속이 솔깃했다.”

김민석 신임 당대표는 경선 중인 8월6일 호남을 찾아 “호남에서 공천을 받으면 99% 당선되는 만큼 당이 가장 잘해야 하는 일이 공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면 공천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기존 공천의 문제점을 전면 점검하고, 연말까지 공천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8월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칙이 수시로 바뀌는 공천, 투표한 뒤에 하는 연설, 토론도 연설도 없는 경선, 투표율도 득표수도 비밀에 부치는 깜깜이 경선까지, 민주당 공천시스템은 완전히 고장났다”며 당시 김민석 후보의 공천 개혁 약속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2026년 7월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예비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이 2026년 7월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예비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공약 지킬 첫 단추는 ‘공천 혁신’

 

―김민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어떻게 보나.

“민주당을 향해 ‘바꾸라’는 주문이라고 본다. 이번 경선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김민석-정청래 두 후보의 접전이었다. 그런데 호남은 김 후보(57.54%, 정 후보 32.65%)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줬다. 이는 김 대표를 향한 환호를 넘어, 공천 방식도, 정치 주체도, 정치의 품격도 제발 좀 바꾸라는 절박한 요구였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약을 지키는 것이다. 그 첫 단추는 연말까지 하겠다고 약속한 공천 혁신이다. 가짜 당원과 불법 당원, 이중 당원 명부를 바로잡고, 후보자 정책토론을 의무화해서 능력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공천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재정주권시민행동 공동대표로 예산 바로보기 운동을 전국으로 넓히고, 선거 6개월 전 공천 규칙 확정과 진짜 당원만 투표할 수 있도록 당원 명부 정비 등 내가 제시한 공천 혁신 5대 요구가 연말까지 지켜지는지 끝까지 감시하겠다. 최근까지 민주당은 불통의 민주당이었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이었다. 끝까지 짖고 외칠 계획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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