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호’가 선거제도 개혁부터 해야 하는 이유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6년 8월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김민석 후보의 승리로 종결됐다. 그의 승리에는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였던 그가 집권당의 대표로서 원만한 ‘당정 관계’를 형성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이끌 수 있으리라는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의 경쟁자로 내란 청산과 검찰개혁을 이끌었던 정청래 후보는 지방선거 책임론과 함께 유시민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잠재적 갈등에 대한 당내외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하고 패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제 김민석 신임 민주당 대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2028년 총선의 승리를 이끌어 2030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책무를 떠안게 되었다.
김 대표가 당원과 지지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현재 같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연대와 포용의 정치로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한 정치개혁, 특히 선거법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청래 대표 체제가 12·3 내란의 책임자 처벌과 검찰개혁에 주력했다면, 김민석 대표 체제는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했던 정치적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는 더 이상 협력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없고, ‘빛의 혁명’을 통해 지켜낸 민주주의를 심화할 수 없다. 최근 실시된 제9회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12·3 친위쿠데타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이후 더는 ‘내란 청산’이나 ‘검찰개혁’만으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 쟁점을 이어갈 경우 민주당의 독주와 권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보수층의 결집과 중도층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위성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한 2020년 제21대 총선 이래 반복적으로 진보 진영 내부에 연대가 아닌 갈등과 반목의 씨앗이 돼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초 지역구에서 단순다수제로 한 명을 선출하는 이른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다수의 사표를 양산하는 등 대표성과 비례성(정당별 후보들의 득표율과 의석비율 간)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을 억제해 양당 간 극단적인 정치 대립이 반복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제20대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제도였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가장 최근에 실시된 제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창당해 각각 14석과 1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이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노골적으로 위성정당 창당에 앞장섰던 국민의힘도 비판받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한 민주당은 더 큰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민주당은 제20대 대선에서도 0.73%포인트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패하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2.37%를 득표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던 이유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은 규범적으로 민주당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위성정당 창당과 참여 여부를 두고 발생한 군소정당 간 대립과 갈등은 진보 진영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비교적 여유롭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12·3 내란이라는 비정상적 정치 상황에서 기인했으며, 차기 대선에서도 선거 연대 없이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오만에 가까운 낙관이다. 한국에서 대선은 유권자에게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을 심판하고 책임을 묻는 기회의 창이다. 고질적인 청년 실업률 상승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주가 폭락이나 국제 원유 가격 상승, 남북한 군사적 충돌 등이 집권당 후보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더구나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중심의 국회 운영도 유권자의 ‘균형 심리’를 강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김민석 대표는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김 대표가 선출된 직후 스스로 표명했던 ‘덧셈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그 실마리는 비례대표 의석 증원과, 총선과 대선에 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 증원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와 여성 및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는 것에는 국민에게서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대교체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명분으로 비례대표 의석의 대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우회로를 선택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지 않고는 국회의원 선출 과정에서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만약 이것도 번거롭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방문했던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같은 다당제 국가들과 같이 일반 정당과 동등하게 ‘선거연합(체)’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를 등록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위성정당 참여를 위한 군소정당의 해산 및 신당 창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당내 분란을 피하고,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참여 정당이 많아 투표지에 모두 기재하기 어렵다면 선거연합 명칭만 기재하고, 홍보 전단이나 방송 등에서는 이들의 당명을 명시해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군소정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정치적 연대란 공동체를 위해 사적 이익을 포기하고 때로 희생도 감수하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민주당이 희망하는 ‘안정적 다수’는 민주당의 의석 확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진보 진영과의 정치적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양보하려는 의지 없이 대선에서 온전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는 없다. 내준 만큼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더 이상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보수 진영의 균열에 기대어 정국을 주도할 수는 없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민주당의 노선 전환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잘 보여준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관련 기사_제1628호 표지이야기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808.html
<난투극 뒤의 민주당, ‘덧셈’만으로는 어림없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793.html
<‘버스 하우스’는 됐고… 민주당은 ‘청년정치’ 문 열어라>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현우진 ‘교사와 문항 거래’ 무죄…3억4천만원 “사적 거래” [속보] 현우진 ‘교사와 문항 거래’ 무죄…3억4천만원 “사적 거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826/53_17877233333108_5517671741269527.jpg)
[속보] 현우진 ‘교사와 문항 거래’ 무죄…3억4천만원 “사적 거래”

홍준표 “내가 오세훈처럼 어수룩한 줄 알아?”…‘명태균 의혹’ 수사 발끈

김민석, 이 대통령에 “인요한 적십자사 회장 임명 않으면 좋겠다”

이란, 키 2m 트럼프 막내 겨냥 “어디서 죽이지…” 맨해튼 비춘 3분 영상

경찰서 여자화장실 천장에 지문…‘실종 허위종결’ 경찰 것으로 의심

사라진 ‘수라상 물고기’, 금강서 되살아나 ‘서민 밥상’ 오를까

하트♥ 모양 가지친 350m 가로수길…“광합성 잘 못하면 어떡해”

‘실종 유학생’ 살해 혐의 중국인 남성, 여자 옷 입고 동대구역에

장미란씨 사건에 ‘제주 괴담’ 확산…“사람 사는 곳” 자제 목소리

박근혜 초청한 국힘…민주 “다음은 윤석열이냐” “최순실도 불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