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노숙인 안나가 2026년 8월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홈리스행동 사무실에서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이 붙인 퇴거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6년 7월30일 인천국제공항에 기대어 살던 노숙인 13명에게 퇴거명령서가 날아들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1년여 동안 머문 안나(69·가명)와 김형철(61·가명)씨도 그중 일부다. 이들은 7월 초 한 언론의 보도에서 ‘소변 테러'와 욕설을 서슴지 않는 ‘민폐 노숙인’으로 낙인찍힌 사람 중 일부이기도 하다.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쫓겨난 이들은 한 국회의원의 표현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인천공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걸까. 8월24일 한겨레21이 만난 두 사람은 뉴스에서 보도한 노숙인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여객터미널에서도 한산한 곳에 머물며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노숙인 사이에서 ‘수녀’라고 불린 안나는 본인이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노인이란 점을 이용해 서울역 무료급식소에서 받은 음식을 공항 노숙인들과 나눠 먹곤 했다. 길 잃은 외국인을 택시 승강장까지 안내하고, 주인 잃은 명품 가방을 품에 안고 유실물센터가 문을 열 때까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대기업에 다녔던 김씨도 외국인에게 버스 정류장이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걸 낙으로 삼아 지냈다. 노숙인이 무료급식소에 다녀올 때까지 그의 짐을 지키고 김밥 등을 모아뒀다가 다른 노숙인과 기꺼이 나눴다.
인천공항도 노숙인이 마냥 머물기에 편한 공간은 아니다. 무료급식소와 노숙인 상담을 지원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모인 서울역과 거리가 멀다. 지하철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지하철 왕복 요금도 최소 1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인천공항은 투자와 사업 실패로 거리로 내몰린 뒤 찾은 유일하게 안전한 공간이자 최후의 보루였다.
퇴거명령서가 날아든 후 이들에게 거처를 찾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다시 거리로 내몰린 이들은 서울 거리를 헤매야 했다. 서울역 인근 쪽방촌은 이미 포화 상태고 당장 월세를 낼 능력도 없었다. 인천시엔 이들을 상담하고 공적 복지체계와 연계할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단기간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이 없다. 결국 김씨는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의 도움으로 낡은 여관방을, 안나는 노부부가 사는 아파트 방 한 칸을 어렵게 얻었다.
한겨레21은 두 사람이 머물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김씨가 사는 여관 등을 동행 취재했다. 그곳에서 이들이 인천공항까지 떠밀려온 삶의 경로와 공항에서 보낸 1년, 강제퇴거 뒤 막막했던 한 달의 시간을 들었다. 10년 넘게 노숙인을 지원해온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의 시선에서 본 노숙인을 다루는 언론의 문제도 짚어봤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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