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18일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왼쪽 빈터) 일대 모습.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높인 명분 가운데 하나가 ‘낮은 사업성을 높인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용적률을 높이기 전에도 사업성이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개발 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과 개발 뒤 획득하는 자산 가치의 비율을 따지는 비례율이 100%를 넘는다는 서울시의 내부 자료와 사업성이 높다는 부동산 업체와 금융기관의 평가가 확인된 것이다.
한겨레21이 입수한 서울시의 ‘세운4구역 법인 토지 등 소유자 개발 이익 관련 현황’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가 용적률을 올리기 전인 2021년 12월17일 사업계획변경인가 기준으로 당시 비례율은 105.91%였다. 비례율 100% 이상이라는 것은 개발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도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SH 내부에서는 용적률과 높이를 상향하지 않아도 약 1천억원 이상의 개발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낮은 사업성’ 때문에 용적률을 높여 더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서울시의 입장과 상충한다. 오 시장은 2025년 12월3일 서울시 유튜브에 출연해 “(세운4구역을) 기존 계획대로 낮고 넓은 건물을 지으면 경제성도 없고 녹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남준 당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도 2026년 1월6일 방영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인터뷰에서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손해가 날 것이 뻔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시가 2023년 세운4구역 용적률을 660%에서 1008%로 올린 뒤인 2024년 7월 재정비촉진계획변경 요청안에서는 비례율이 110.64%까지 올랐다. 이미 수익성이 있던 세운4구역 사업의 수익이 더 커진 셈이다. 이어 2025년 10월30일 확정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에서는 서울시가 기부채납 규모를 늘리면서 비례율이 103.15%까지 떨어졌다.

2017년 세운4구역 국제설계현상공모 당선작.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3년 7월 용적률을 660%에서 1028%로 올린 뒤 나온 설계 대안.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세운4구역의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는 SH의 용역을 받은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에도 나타난다. 한겨레21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ㅇ홀딩스의 ‘세운4구역 프로젝트 시장분석 및 설계변경 검토’ 보고서(2023년 4월)를 보면, 세운4구역 입지에 대해 “사업지는 입지 경쟁력 및 공급 부족 이슈로 성장성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또 오피스 수요에 대해서는 “경기 성장 둔화에도 프라임 오피스 수요가 견고해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대료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용적률 상향과 상관없이 입지가 좋고 오피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수익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 나아가 “(용적률이 올라간) 변경 검토안의 경우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이익은 상향”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용적률을 상향하면서 사업계획을 변경하면, “사업 지연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SH의 ‘설계변경 추진을 위한 시장분석 및 계획검토 자문위원(PA) 자문회의 결과보고’(2023년 5월18일)를 보면, 세운4구역에 대해 자문위원인 ㄱ사는 “오피스텔 입지로서 다소 우위에 있고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냈고, ㄴ사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여기서도 용적률 상향과 별개로 세운4구역의 입지가 좋고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세운4구역은 오 시장이 용적률을 올리기 이전까지 문제없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던 사업이었다. 2018년 6월 사업시행인가, 2020년 2월 관리처분인가, 2022년 실시설계 도서 작성이 완료됐으며, 2023년 12월 착공 예정이었다. 수년 동안 서울시와 SH가 수차례의 사업성 검토를 통해 보완·변경하며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삽을 뜨기 직전 서울시가 다시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모든 공사를 멈춰 세운 것이다.
서울시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근거는 뭘까. 서울시는 공사비·금융비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례율을 산출했던 2021년 이후에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자재 수급이 안 돼 공사비가 급등했다. 그리고 추가 발생한 금융비용도 쌓이면서 비례율이 확 떨어졌다. 기존에 잡았던 예산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장대로 구체적으로 얼마나 예상 지출이 늘었는지, 또는 공사비용이 늘어난 것을 반영한 비례율은 어떤지에 대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고시를 통해 공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시된 자료는 모두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수치(비례율 100% 이상)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그래서 얼마나 용적률을 올려야 하는지 산출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다. 구체적인 계산 없이 사업을 멈춰 세우고 용적률을 상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계획학)는 2025년 11월19일 평화방송(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 무려 400% 용적률을 올린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그 정도 올린다고 했을 때는 도대체 민간의 사업성이 얼마큼 올라가는지 (수치가) 나와야 한다. 몇천억이 민간한테 돌아가는지, 400%로 올린 거에 대해서는 공공은 몇천억을 받는지에 대한 수치가 나와야 되는 것인데 그 수치는 하나도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운4구역 시행사인 SH는 2025년 12월1일부터 2026년 1월 현재까지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자료 요구가 많아서 언론의 질의에 답할 수 없다”며 한겨레21의 질의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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