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액가맹금 수취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 점주 417명이 참여한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2026년 2월24일 ‘필수품목 가격 인하’ 등을 주장하며 서울 강남구 비알코리아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제공
2026년 1월 한국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이하 피자헛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차액가맹금 문제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소멸시효’를 고려해 소송에 나서는 가맹점주들이 잇따르고 있어 전체 소송 건수는 2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자헛 소송에서 문제가 됐던 제3자 공급 물품 외에 향후엔 가맹본부가 직접 제조·생산한 필수품목에 대한 차액가맹금까지 소송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파장은 더욱 커지리라 예상된다. 이미 에스피씨(SPC) 던킨과 할리스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 직접 공급 물품의 차액가맹금까지 포함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차액가맹금 소송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줄소송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과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 간의 ‘타협 모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월15일 대법원은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2016~2022년 지급한 차액가맹금을 반환하라며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자헛이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반환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피자헛 소송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차액가맹금과 로열티 수취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계약서에 이에 대한 명시적인 내용과 충분한 고지·합의가 없다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원·부자재 등을 공급할 때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겨서 받는 금액을 말한다. 물품의 도매가격에 유통마진을 더해 그 차액을 정기적인 가맹금처럼 받는 방식이라 차액가맹금이라 부른다. 브랜드 가치와 경영 노하우에 관한 대가인 로열티와는 다른 개념으로,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 분야 실태조사’를 보면,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는 브랜드의 비중이 61.5%에 이른다. 2019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으로, 현재 가맹본부는 점주에게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에 직전 사업연도의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액을 기재하게 돼 있다.
권정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지정된 원·부재료를 공급받는 것은 거래 대상·상대방·가격을 선택할 여지가 없어 통상적인 물품거래와 다르기 때문에 정보공개서에 기재됐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합의 없이 가맹계약 내용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며 “가맹계약서상 점주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묵시적 합의’를 했다고 볼 만큼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명시된 대로 받았는지, 사전에 충분한 고지와 합의가 있었는지 등 각 프랜차이즈의 계약서 내용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치킨·커피·버거 등 외식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기(예정 포함)된 차액가맹금 소송만 20여 건에 이른다. 법무법인 와이케이(YK)가 가맹점주 쪽을 상당수 대리하고 있고, 태평양·화우·광장·세종·김앤장 등 대형 로펌이 가맹본부를 대리해 참전했다. 소송에 참여한 가맹점주는 브랜드별로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데,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417명이 참여했다. 대부분의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고 투썸플레이스, 비비큐(BBQ), 비에이치씨(BHC), 두찜, 버거킹 사건 등의 변론·조정 기일이 3월에 예정돼 있다.

차액가맹금 수취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 점주 417명이 참여한 SPC 배스킨라빈스 점주협의회 회원들이 2026년 2월24일 ‘필수품목 가격 인하’ 등을 주장하며 서울 강남구 비알코리아 본사 앞에서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제공
소송은 제3자 공급 물품을 넘어 가맹본부 직접 제조·공급 물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SPC 던킨과 할리스의 경우, 가맹본부 공급 필수품목 관련 차액가맹금까지 부당이득 반환 소송 대상에 포함해 준비 중이다. 두 브랜드 모두 현재 가맹점주 30여 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제3자가 공급하는 물품과 달리, 가맹본부가 직접 제조·생산해 공급하는 품목의 차액가맹금은 의무 기재 사항이 아니어서 그 규모 등이 알려지지 않고 가맹계약서에도 관련 사항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치킨의 경우 염지를 한 닭, 커피의 경우 원두, 제과의 경우엔 빵·케이크 등 가장 주요한 필수품목이 본사가 직접 제조·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많아 제3자 공급 물품과 그 규모 면에서 비교되지 않는다”며 “현재 제3자 공급 물품에 대한 차액가맹금이 평균 4~6%대인데, 가맹본부 직접 공급 물품은 10%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이 추산에 따르면 향후 차액가맹금 소송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권정순 변호사는 “제3자 공급 물품은 ‘도매가’라는 기준가액이 있지만, 가맹본부 직접 공급 물품은 그런 기준조차 없어 법원이 부당이득 산정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라며 “금액 면에서 제3자 공급 물품보다 훨씬 파급력이 있는 만큼 소송이 확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피자헛 소송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이 확산하고, 다른 소송 결과에서도 법원이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경우 일부 업체는 도산 위기에 몰릴 정도로 타격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홍보팀장은 “프랜차이즈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브랜드가 3천 개가 조금 넘는데, 한국은 1만2천 개의 브랜드가 난립하는 것만 봐도 상당수 브랜드가 영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피자헛처럼 소송에 패해 반환해야 할 돈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경우, 유보금이 적은 가맹본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소송이 잇따르는 데는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본부에서의 구매를 강제하는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해, 이를 시중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점주들에게 팔아 부당하게 많은 이득을 챙겨온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고 짚는다. 앞서 BHC의 경우 2022년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시중 제품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을 30%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는 비판이 일며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SPC 던킨은 2025년 3월 제품의 맛·품질에 관련이 없는 주방 설비와 진열용 유산지 등 소모품 38개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구매하도록 해서 공정위로부터 21억3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국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정률 로열티를 수취해 가맹점주 매출이 오를수록 가맹본부의 수익성도 좋아지는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경우 로열티가 아닌 차액가맹금을 받거나 심지어 로열티에 더해 차액가맹금까지 받아 가맹본부 수익성만 높인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공정위의 2025년 가맹 분야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운데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모두 받는 경우가 38.6%였다. 박현용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글로벌 기업 버거킹의 경우, 미국에서는 로열티(4.5%)와 광고비(4%)만 수취하지만, 국내에선 로열티(6%)와 광고비(4.5%)로 더 많이 수취하는 것에 더해 물류 마진 4.9%(2021년 기준), 물류비(2.4%) 등 차액가맹금을 별도로 받고 있다”며 “이는 프랜차이즈산업의 본질에 충실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차액가맹금을 별도로 받아도 문제가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갈등의 원인은 본사의 과도한 수익 편취에 있는 만큼, 차액가맹금에 대한 감독·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대법원 판결 이후, 2026년 2월5일 국회에서 ‘차액가맹금 판결로 보는 프랜차이즈 선진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제공
전문가들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대타협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소멸시효(상인 간 거래)가 5년에 불과한 탓에, 점주들이 이를 고려해 일단 소송부터 제기하는 것일 뿐 소송만이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송명순 전국던킨가맹점주협의회장은 “점주 입장에서도 본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피자헛 소송 대법원 결과를 갖고 본사를 압박해도 꿈쩍하지 않으니 우선 소송을 제기하고 1심에서라도 승소하면 본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배스킨라빈스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 역시 “1심 진행 중에 법원이 조정 권고를 하며 본사와 점주가 먼저 대화하라고 했으나 본사와 잘 협의되지 않았다”며 “소송 중에 2월24일 본사 앞에서 필수품목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1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 것도 본사가 협상에 나서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미 설치된 공정위 분쟁조정협의회를 이용하거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타협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종열 전가협 자문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주도해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서 반환금액을 확정하고 이를 가맹점주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가맹점주들로부터 수령할 차액가맹금과 상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가맹본부가 있어 이런 타협 성공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다른 브랜드들도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백 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홍보팀장 역시 “소송 과정에서는 협회가 요청한 보조적 참가 신청도 거부돼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며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면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의견을 물어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차액가맹금 중심 구조에서 로열티 중심 구조로 프랜차이즈산업의 토대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갈 길은 멀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통마진을 사실상 수익원으로 삼아온 구조는 더는 당연한 관행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프랜차이즈산업이 이제 유통마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가치·성과를 나누는 로열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백 홍보팀장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영세 가맹본부가 많은 현실에서 로열티 제도가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매출이 높아질수록 로열티 금액이 커지는 상황이라 꼭 선호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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