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025년 10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모습.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저는 아직 그날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날 제 세상이 무너졌기 때문에 아직은 어떤 곳에서 얘기하는 게 힘듭니다.”
이태원 참사 때 살아남은 피해자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2025년 10월15일 한겨레21에 전하면서 한 말이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나온 생존자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말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우슈비츠 집단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겪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요. 밖에 있었던 사람들은 우리가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2025년 10월29일)를 맞아 한겨레21은 피해자가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재난 발생 위험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아 시민의 생명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그런데 재난을 막지 못한 공직자들은 당당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는 말을 내뱉었고, “본인 생각이 좀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전 국무총리 한덕수)라고 말하며 참사 후유증으로 세상을 등진 10대 청소년의 죽음을 개인 탓으로 돌렸다.
그런 혹독한 조건 속에서도 피해자들은 상처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참사 흔적을 돌아보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재난 피해자 치료법을 익히고…. 참사 뒤 1년, 2년, 3년을 지내며 나아가려 애썼다. 그러나 피해자를 향한 편견과 참사를 협소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들을 번번이 가로막았다. 참사에 대해 듣기를 지루해하고, ‘피해자’ 범위를 무 자르듯 잘라내는 폭력을 휘둘렀다. 피해자들이 고통을 직면하고 이를 공동체를 향한 책임으로 승화하는 동안에도 사회는 늘 똑같은 질문을 한다. ‘얼마나 힘들어?’ 가끔은 제멋대로 실망도 한다. ‘애걔, 겨우 그걸로 힘들어?’
이태원 참사 3년 만에 사람들의 ‘말'은 왜 실종됐을까. 왜 우리 사회는 듣기를 멈췄을까. 간절히 들리길 바랐으나 미끄러진 말들을 뒤늦게 찾아나섰다. ‘참사 이후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말’을 기록한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 1586호 표지이야기 〈이번 역은 ‘연결’입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향한 ‘입틀막’…생존자들이 말하는 진행형 고통〉
〈‘나도 피해자인가’ 묻는 이들과 만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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