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아이와 함께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놀아도 될까. 그래도 된다는 말이 있고, 그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답을 모른다. 디지털 세상이 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안전하다는 데이터가 없지만 유해하다는 데이터도 없다. 아빠는 걱정이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태블릿PC를 해보고 싶다. 아이패드의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어차피 아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랄 것이다. 10년 뒤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인터넷의 우주로 날아오를 것이다. 거기서 친구도 사귀고 세계관도 형성할 것이다. 그런데 아빠, 엄마가 오랫동안 “디지털은 안 된다”며 반대만 한다면 사춘기 아이의 디지털 생활을 공유할 수 있을까? 차라리 진작부터 아이의 디지털 친구가 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걱정하는 쪽 생각도 알겠다. 입에 먹을 것을 문 아이가 동영상만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은 보기 안쓰럽다. 세상에는 다른 재미있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디지털 바깥에 ‘세상’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매트릭스’에 갇혀 살지 않도록 아빠가 ‘모피어스’ 역할을 해야겠다.
그래서 고민했다. 아빠와 아이만의 규칙을 세웠다. 책을 읽어줄 때처럼 아이를 안고 태블릿PC를 잡아주자. 책 읽듯 아빠가 쉬지 않고 말을 걸자. 아이가 뭔가 해낼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칭찬해주자. 시간을 정해놓고 조금씩만 하자.
요컨대 태블릿PC를 종이 그림책처럼 보여줄 요량이었다. 생각대로 되었나? 초보 아빠 3년, 육아에 대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예상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황금률. 아이는 그림책과 태블릿PC를 비슷하게 가지고 논다. 그림책을 좋아해 다행이다. 그러나 아이는 태블릿PC가 훨씬 좋단다. (아이패드의 이름이 왜 ‘아이’패드인지 알 것 같다.) 디지털 편식은 막았지만, 미디어 과식은 걱정이다. 디지털 육아에 대한 책들이 나와 있으니 읽고 공부해야겠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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