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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기 놀이 “내꼬아!”

의가 좋은지 안 좋은지 헷갈리는 남매
등록 2019-04-02 03:56 수정 2020-05-03 04:29

첫돌이 안 된 동생은 누나를 보면 배시시 웃지만,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세 돌이 지난 누나는 동생을 토닥토닥해주다가도, 갑자기 손바닥에 힘을 모아 꾹 누르거나 밀어 넘어뜨린다. 의가 좋은 남매인가, 아닌가.

“내꼬아!” 누나는 동생을 데리고 ‘내 거야 놀이’를 시작했다. 동생이 만지작거리면 누나의 장난감이며 인형이며 옷깃은 금세 침으로 범벅이 된다. 누나는 이를 악물고(어금니를 깨무는 모습이 귀엽다) 동생에게 짐짓 물건을 내민 다음, 동생이 움켜쥐면 버럭 화내며 잡아챈다. “내 거야”라는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저번에는 태블릿PC를 줬다 뺏다가 놓치는 바람에 아이패드가 부서질 뻔했다.

누나가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빠는 누나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간다. 파란만장한 주차장 곁 놀이터. 며칠 전에는 동네의 초등학생 오빠들이 멱살을 잡고 싸웠다. “얘들아, 놀이터에서 싸우면 안 돼.” 아이들은 화해하더니 놀이터 한복판에 야구공을 들고 나타났다. “꼬마가 다치잖아. 놀이터에서 경식 야구공은 안 돼.” “경식이 뭔데요?” “그 단단한 공이 경식이야.” “안 단단한데.”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짓자 아이들은 놀이터를 나갔다. 그런데 떠나면서 자기들이 남긴 휴지를 싹 정리했다. ‘도시 아이들은 안됐어.’ 그러나 버려진 알루미늄 배트를 주워와 주차장에서 휘두르는 모습을 보자 딱한 마음이 가셨다. 착한 아이들인가, 아닌가.

옛날에는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가 착한지 나쁜지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 같다. 어른은 힘닿는 데까지 쫓아다니며 지켜볼 뿐.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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