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그리다
둘째님이 집에 온 지 달포가 지났다. 세 돌을 앞둔 첫째님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 아빠의 일. 그러잖아도 어린이집에서는 첫째님의 ‘돌발 행동’에 놀랐다고 했다. 낮잠 자는 어린 친구한테 다가가 손을 치켜들더라는 것. 혹시 한 대 치려는 걸까? 선생님은 당황했고 첫째님도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아빠도 걱정.
그런데 오해였다. 어떻게 오해가 풀렸냐 하면, 첫째님이 인형 놀이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 인형의 집 침대에 작은 사람을 누이고는 작은 기린 인형을 들고 와 앞발을 치켜들더니, 작은 사람의 가슴을 톡톡 때렸다. 이럴 수가, 침대에 쓰러진 작은 사람을 기린이 달려와 짓밟는 걸까? 그런데 다음으로 첫째님은 부드러운 토끼 인형을 들고 와, 역시 앞발을 들어 작은 사람의 가슴을 두들기는 것이었다. 그랬구나! 작은 사람을 재우겠다며 잘 자라고 ‘토닥토닥’ 해주고 있었구나! 아빠가 오해해 미안!
아이는 어디서 토닥토닥을 배웠을까? 아마도 아빠와 함께 놀았던, 아이패드의 자장자장 앱에서였을 것이다. 자장가가 나오고 동물 친구를 하나씩 하나씩 토닥거려 재우는 앱. 몇 종류가 있다(아이가 좋아하는 핑크퐁 버전도 있다). 원래는 첫째님을 재우려고 받았는데, 동물 친구를 재우느라 바빠 정작 첫째님이 잠들 틈이 없더라.
요즘 첫째님은 가끔 잠든 둘째님을 토닥토닥해준다. 이 모습을 보며 뭉클하지 않을 아빠가 있을까.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는 못한다. 내가 첫째님 입장이라면, 사랑을 가로챈 둘째님에게 꿀밤이라도 한 대 먹이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니. 이런 마음 졸임이 부모의 역할이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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