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그리다
‘아이가 둘이 되는 것뿐, 지금과 다르겠어? 몸으로 때울 일이 두 배로 늘겠군.’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막연한 생각. 아니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을 떠안았다. 아빠의 새 직책은 ‘누나와 동생 사이 분쟁과 갈등 조정위원’.
“아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갈등”을 조정한다고 하면 뜬구름 잡는 느낌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엄마의 무릎은 일인용인데 저녁에 누가 차지할 것인가, 에어컨 앞 한 자리는 이 열대야에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아아, 정의란 무엇인가! 분배의 공정성, 이 고전적 난제를 아빠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풀어가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 스마트 기기도 분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첫째님이 가지고 노는 아이패드를 둘째님도 만지고 싶어 하겠지. 그렇다면 기기가 새로 나올 때마다 가족 수대로 사야 하나?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지?
정의로운 분배란 가족 안에서도 어려운 일이구나,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는 오죽할까, 있는 집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에 익숙할 텐데 없는 집은 어떡하나, 불평등 문제가 갈수록 뜨겁겠구나. 자다 깨 둘째님 기저귀를 갈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래 새벽에는 상념이 많아지는 법.
아무려나 나중의 일이다.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누나의 태블릿을 빼앗기 전에 일단 일어나 앉아야 하고, 그 전에 뒤집기, 그 전에 배밀이. 갈 길이 멀다. 둘째님과 시간을 보낼 때 요긴한 기기는 아직은 스마트 워치 하나뿐. 애플워치의 조명을 쓰면 한밤중에 젖병을 물릴 때 큰불을 켜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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