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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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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푸딩’처럼… ‘누나’ 연습

유튜브 덕에 첫째와 둘째를 같이 재울 수 있게 됐어요
등록 2019-01-12 13:58 수정 2020-05-03 04:29

“아이고, 아기 달래주는 거예요? 아기 잘 자라고 토닥거려주는 거예요? 최고!” 아빠와 엄마는 박수. 첫째님이 둘째님에게 이유식도 떠먹이고 잘 자라고 토닥거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이제 둘을 같이 재워도 되겠구나.

둘째님은 여름에 태어났다. 지금이 여섯 달째. 큰아이는 그때 세 돌이 채 안 되었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가장 마음 쓴 일은 큰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 “동생의 탄생이 배우자의 불륜보다 스트레스가 크다”는 말은 물론, “둘째가 태어난 후 첫째에게 틱(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 생겨 여러 해 힘들었다”는 고생담도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노력했다. 둘째님을 안아줄 때는 첫째님 눈에 안 띄게 방에 들어가 안아주거나, 둘째님이 옹알거리거나 칭얼댈 때도 첫째님 당황하지 말라고 음악을 틀었다. 첫째님이 둘째님의 존재를 어서 받아들이기를 바란 것에는 ‘엄마 아빠를 살려다오’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다.

‘디지털’ 덕을 봤다. 화면 속 아기 동물을 토닥토닥 재우는 자장가 앱을 큰아이가 좋아했다. 유튜브 에는 큰 인형이 작은 인형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장면이 쉬지 않고 나온다. 첫째님은 유튜브에서 본 대로 인형한테 해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둘째님도 똑같이 대해주었다. 아빠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디지털이 인성을 망친다”는 속설을, 아빠는 믿지 않게 되었다.

같이 재운 지 이틀째 되던 밤. 작은애가 뒤척이자 큰애가 벌떡 일어났다. 낮에 칭찬받은 대로 하려던 걸까. 동생을 달랜다고 탬버린을 흔들며 춤추었다. 작은애는 깜짝 놀라 울고 자기 진심이 통하지 않은 큰애는 억울해 울고. 세상일이 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큰애도 배우고 아빠도 배운다.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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