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장비발’이라는 말은 우리 시대의 격언이 되었다. 비슷한 말은 ‘육아는 템발(아이템발)’. 디지털 기기도 예외는 아닐 터이다.
올해 초, 시계도 안 차던 내가 스마트워치를 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놀이터에서 공원에서 아이와 놀며 틈틈이 음성으로 메모하면 어떨까. 과거 국내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에서 시계로 자동차를 부르듯 말이다. 받아쓰기(STT) 기능을 이용하면 아이가 잠든 뒤 편집만 해도 글 한 편을 뚝딱 완성하지 않을까. 원대한 야망이었다.
그러나 받아쓰기 기능은 별로였다. 음성인식 비서라던 ‘시리’가 실망스러운 만큼 실망스러웠다. 몇 년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긴 한데, 그사이 아이들은 다 자랄 것이다. 제조사에서 미는 ‘건강’ 기능도 나한테는 큰 의미가 없었다. 둘째 아이를 달래려고 한참을 안고 흔들어줬더니, 스마트워치는 내가 그 시간 내내 달리기를 한 줄 알더라.
그래도 스마트워치는 쓸모 있는 ‘육아템’이다. 이른바 ‘수면 교육’, 둘째를 재울 때 정해진 시간 동안 눕히고 정해진 시간 동안 안아주기를 번갈아한다. 그런데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나는 당황해 시간을 헛갈리기 일쑤다. 이때 원터치로 작동하는 스마트워치의 타이머 기능이 요긴하다. 컴컴한 밤중에 첫째를 깨우지 않고 분유를 탈 때도 스마트워치의 플래시가 큰 몫을 한다. 낮에 첫째가 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켜고 소리를 키울 때도 나는 숨어서 스마트워치로 볼륨을 낮추곤 한다. 아직은 아이에게 안 들켰다.
스마트워치를 처음 살 때의 호연지기는 지금 없지만 그래도 잘 쓰고 있다. “이런 용도로 샀는데 저런 용도로 쓴다”는 글은 생활용품 게시판의 단골 소재 아닌가. 모바일 디바이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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