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디지털 세상과 차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태블릿피시를 들려주었다(휴대전화는 아니다). 이제 아이는 태블릿피시와 그림책을 비슷하게 생각한다. 두 가지를 번갈아가며 만지작거린다. 때로는 예상 밖의 행동으로 아빠를 놀라게 한다.
두 돌이 되기 전의 일. 수족관에 데려가 대형 수조 앞에 아이를 세웠다. 아이 덩치보다 더 큰 물고기와 상어가 헤엄치는 곳. 아이는 입을 벌려 “우와”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집게손가락을 쭉 뻗어 유리 이곳저곳을 만졌다. 무얼 하는 걸까? 아빠는 한참 만에 알았다. 아이는 거대한 유리를 초대형 태블릿피시라 생각한 것이다.
두 돌 반이 지난 요즘. 아이는 태블릿피시보다 아빠와 풀밭에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집에서는 그림책을 본다. 며칠 전엔 DK의 개 사진집을 봤다. “무무!” 아직 ‘멍멍’ 발음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개를 부르는 말이다. 개 먹이 사진을 집게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더니 개를 누른다. 이건 뭘까? 아이는 동물들 밥 주는 교육용 앱을 좋아한다. 그림책 속 ‘무무’한테 먹이를 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책을 본떠 만든 것이 태블릿피시라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가 보기엔 ‘태블릿피시의 짝퉁’이 책이고 수조인가보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책 에서 지은이 데이비드 윌시는, 새 시대의 아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이고 우리는 “이주민”이라고 썼다. (미래의 원주민들이 나중에 우리를 대할 때 지금 우리가 이민자와 노인을 대하는 만큼 야멸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책을 태블릿피시 다루듯 눌러보는 아이. 낙심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우걱우걱!” 인터액티브 효과를 위해 아빠가 부지런히 옆에서 먹이 받아먹는 개 흉내를 냈다. “무무!” 아이가 좋아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아빠의 동물 흉내도 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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