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다니 축하는 하는데, 너 어떡하냐.” “아니, 왜?” “체력이 달릴 텐데.” 아이를 낳기 전에 이런 말을 들으며 ‘나는 아이를 좋아하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아이가 아무리 좋아도 체력은 체력. 몇 년간 뽑아 쓰다보니 잔고가 간당간당.
다른 집 아빠와 엄마는 육아하며 어떻게 운동을 하시는지? 첫째님 돌 되기 전만 해도 아빠는 의욕에 넘쳤다. 체육관에 가서 무거운 쇳덩이를 들었다. 근육질이 되어 아이를 번쩍 들어주며 놀아야지. 웬걸, 근육이 붙기는커녕 잠을 못 자니 골병만 들었다. 크게 아프고 나서 한동안 포기했다.
몇 주 전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강도가 높은 운동은 못하고, 담이 결리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에 스트레칭 앱을 내려받았다. 그런데 웬일! 아빠가 스마트폰 지시에 따라 팔다리를 퍼덕이는 모습을 보더니 첫째님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아빠 이나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 앱을 켜고 운동을 시작하라는 뜻이다. “이거! 이거!” 첫째님이 스트레칭 세트를 직접 고르며 하는 말. “콰드 시티치!” 쿼드 스트레칭, 즉 한쪽 다리로 서서 반대쪽 허벅지의 사두근을 펴는 운동. 첫째님이 좋아하는 자세다(발레와 헷갈리나보다). “코자 시티치!” 잘못 들으면 ‘고자’ 스트레칭 같지만 사실 코브라 스트레칭이다. “함, 이, 이, 땡!” 3, 2, 1, 땡. 운동을 끝내는 카운트다운.
겨울이라 놀이터에 나가지 못했던 첫째님이 스트레칭을 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도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다. 첫째님 성화에 못 이겨 연거푸 서너 세트를 하면 스트레칭도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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