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공소 유지를 맡고 있는 광주지검은 이준석(69) 선장과 사고 당일 조타를 지휘한 3등 항해사 박아무개(26)씨, 조타수 조아무개(56)씨 등 3명에 대해 유기치사·유기치상 혐의를 예비적 죄명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10월1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에 제출했다. 유기치사란, 보호했다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을 방치해 숨지게 한 행위를 일컫는다.
조타 실수 없었다고 부인하는 조타수지난 5월 이준석 선장은 살인, 살인미수,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등 다섯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대비해, 징역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 처벌이 가능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위반 혐의 등을 예비적 죄명으로 덧붙였다. 3등 항해사 박씨와 조타수 조씨는 특가법상 가중처벌 조항 위반,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특가법상 가중처벌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이 선장의 경우 유기치사·상죄를, 박씨와 조씨에 대해선 유기치사·상죄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공소사실 변경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해상 교통사고 ‘뺑소니’ 선장·선원을 처벌하기 위해 신설된 특가법 조항을 적용해 기소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살인의 고의’ 발생 시점 관련 문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피고인들이 둘라에이스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교신을 받았지만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아, 결국 승객 등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전에 있었고 이후 세월호에서 퇴선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에 ‘승객이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변호인 쪽 의견을 들은 뒤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이 조타수 조씨의 운전 미숙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조타수가 5도 타각으로 우현 변침을 시도했지만, 배가 움직이지 않자 최소 15도 이상 큰 각도로 조타기를 돌렸다는 것이다. 10월1일 열린 20차 공판에서는 조타수 조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시작됐다. 조씨에 대한 신문은 10월6일 21차 공판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조타 실수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우현으로 5도를 돌려잡고 있던 상태에서 우현으로 15도를 돌렸던 것 같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검사가 이 사실을 추궁하자 “좌현으로 키를 돌린 건 맞는데 여러 번 신문을 반복해서 받다보니까 저런 대답이 나온 것 같다. 조사받을 당시 좌현·우현이 많이 헷갈렸다. 어떤 진술에는 좌현, 어떤 진술에는 우현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조타기를 0도로 돌려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검사: 조타기를 우현이든 좌현이든 15도에 가만히 두었나?
조씨: 그렇다.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조타기 앞이 아니라 옆면에 가 있었다.
검사: 조타기에 손댄 사람은 피고인 말고 없나?
조씨: 없다.
검사: 동영상을 보면 세월호 러더(방향키)가 딱 가운데 멈춰 있다. 러더는 조타기로 조작하지 않는 한 조류 영향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러더가 조타기를 0도로 잡았을 때 위치에서 멈춰 있다면 가장 마지막까지 조타기를 움직인 피고인이 조작한 거 아닌가?
조씨: 아니다. 배가 넘어간 상태에서 엔진을 정지시키고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선 핸들 조작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 조작을 안 했다.
부상당한 동료 두고 빠져나온 기관장10월2일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 화물 하역업체 관계자 등에 대한 12회 공판에서는 조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증언이 있었다. 세월호 화물 선적 및 고박을 담당한 우련통운 쪽 피고인들이 증인으로 신청한 해기사 출신 ㅎ해상보험업체 김아무개 대표는 “(조타수가) 과도한 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침몰의 근본 원인은 타를 5도만 움직여도 배가 넘어갈 정도의 ‘복원성 상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실제 조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증언으로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세월호 기관장 박아무개(54)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4명 가운데 1명이다. 9월30일~10월1일 이틀간 박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이어졌다. 기관장을 비롯한 선원 10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해경 조사를 받을 당시, 전남 목포 지역의 한 모텔에 함께 투숙한 사실이 알려져 부실수사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박씨는 해경이 잡아준 여관에 머물면서도 청해진해운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가 만난 임직원들 중 안아무개(60·구속)씨는 선박안전법 위반,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씨는 4월16일 아침 8시30분께 조타실로 올라가 사고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이기도 하다. 처음 조타실로 향했을 때 선장, 3등 항해사, 조타수 3명이 있었다. 잠깐 대화를 나누던 선장은 조타실을 빠져나갔다. 이후 그는 선장 선실을 찾았다. 사고 무렵 선장은 침대에 기댄 채 속옷 차림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사고가 발생하자 조타실 내 전화로 두 차례 기관실에 연락했다. 자의적 판단으로 기관부원들에게 기관실에서 나갈 것을 지시했다. 오전 9시5분께, 4층 선원 전용 복도를 거쳐 3층 기관부 선실로 향했다. 단원고 학생들이 대기 중이던 4층 승객 선실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기관실 안쪽에 위치한 비상발전기 전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밖엔 못했다는 것이다. 조타실에서 나와 몇 분 뒤, 3층 기관부 선실 쪽에 도착했다. 비상발전기 쪽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관부원 전원은 3층 선실 앞 복도에서 30분가량 대기하다 해경이 도착할 무렵 세월호를 빠져나왔다. 조타실로부터 따로 지시를 받지 않았다. 박씨는 대기 중이던 복도에서 맥주를 마신 사실을 인정했다. 조리원이 굴러떨어지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 건넨 캔맥주를 한두 모금 마셨다고 주장했다. 당시 3층 복도에는 다친 조리원 2명이 있었으나 이들에 대한 별도의 구조 조처는 없었다.
“조타실에서 알아서 할 걸로 생각”검사: 피고인은 배가 기울면서 미끄러지기까지 했다는데, 승객들이 다치거나 기울어서 당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박씨: 나도 일말의 사람인데, 왜 그런 생각이 없었겠나. 조타실에서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했다.
검사: 기관부원들한테 탈출을 지시했나?
박씨: 하지 않았다. 누가 손을 잡으라고 그래서 내가 제일 앞에서 먼저 나오게 됐다.
검사: 복도에 환자 2명이 있다고 해경에 말했나?
박씨: 정신없어서 못했다.
신문 말미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박씨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도 지체장애가 있는 자식이 있다.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잠 한숨, 밥 한 숟갈 마음 편히 할 수 없었다. 천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고. 돌이킬 수 없지만 죽을죄를 지었다.”
광주=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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