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해주십시오. 그래야만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 5월21일 서강대 추모 미사 강론에서)
잊지 않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기록하고 거듭 생각해내야 내 의식 속에 간직할 수 있습니다. 과 아름다운재단이 6월9일부터 10월31일까지 145일간 공동모금 캠페인 ‘기억 0416’을 펼친 이유입니다. 공동모금은 끝났지만 ‘기억 0416’의 지원사업은 이어집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참사의 사회적 기록), ‘곁에 있겠다는 약속’(안산지역 치유 인프라 구축),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안산지역 시민복지단체 장기프로그램 지원)을 지키며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계속 나누겠습니다. 그 활약상은 부정기적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습니다.
함께 이어갈 세가지 약속1. 잊지 않겠다는 약속정부가 주도하고 국가의 시각만을 담은 기록만 남겨져서는 안 됩니다.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의 힘으로 기억해야 치유와 성찰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록 작업은 기록 시민단체 및 기록가들이 참여하는 ‘416기억저장소’(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가 실천합니다. 시민아카이브 1호점인 ‘기억저장소1’은 지난 9월 경기도 안산에 문을 열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 자원봉사자, 지역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기억을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12월에 선보일 ‘기억저장소2’에서는 참사 기록을 모아 체계적으로 전시·활용합니다. 온라인 아카이브 ‘416기억저장소’는 11월 말에 오픈합니다.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간 유가족이 걸어온 길을 담아 2015년 4월16일께 상영할 예정입니다.
2. 곁에 있겠다는 약속안산 지역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7월1일)와 ‘치유공간 이웃’(9월11일)이 문을 열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유가족의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낸 사람들입니다. ‘우리함께’에선 안산 지역 10개 복지관에서 파견된 사회복지사 30여 명이 가족지원팀과 공동체회복팀으로 나뉘어 유가족을 지원합니다. 가족지원팀은 유가족과 희생 학생을 함께 추억하고, 공동체회복팀은 희생 학생들의 동생들과 함께 캠프(Memorial&Tomorrow)를 다녀왔습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와 심리기획자 이명수씨가 이끄는 ‘치유공간 이웃’은 “치유적 공기를 품은 곳”입니다. 활동은 소박합니다. 첫째, 유가족을 위해 집밥을 짓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식재료를 이웃치유자가 따뜻한 밥과 정갈한 반찬으로 요리해 1인용 밥상에 정성껏 내놓습니다. 둘째, 부드럽고 따뜻한 마사지를 합니다. 잠을 못 자서 유가족들의 온몸이 돌처럼 굳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스킨십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3.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2015년에는 지역공동체를 되살리는 장기 프로그램을 계획합니다. 잊히는 ‘사회적 죽음’을 막으려면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공동체가 붕괴되면 개인도 치유될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지역복지관과 시민단체가 손잡고 공동체 회복 및 치유를 위한 장기적 문화, 예술, 교육, 공동체 프로그램을 펼칩니다.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해요”‘기억 0416’의 세 가지 약속에 기부자 1500분이 동참해 2억531만755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몇 분을 만나볼까요? 서른 살 여성 직장인 김경인씨는 10년 동안 적금을 부어 1억원을 탔습니다. 그중 1%(100만원)를 ‘기억 0416’에 보내왔습니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하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잘 기록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인씨가 말합니다. 그의 기부 활동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사는 맛이 없었다고 할까요? 그러던 중 신문을 읽다가 아름다운재단을 알았고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아,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했답니다. 성과급을 받으면 명품 가방을 사듯이, 경인씨는 기부를 합니다. 더 오랫동안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말입니다.
인천 서림초등학교 6학년 풀꽃반 송한별(27) 선생님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뒤 학생 28명과 함께 기부했습니다. 기부금 10만원. 매달 생일을 맞은 반 학생들의 이름으로도 1만원씩 기부해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나누는 기쁨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랍니다. 기부 방법은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100원, 200원 마음을 모아오면 나머지 기부금은 한별 선생님이 채워넣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클 때가 많습니다. 한별 선생님은 “월급이 워낙 세금이잖아요”라며 껄껄 웃습니다. 자기 이름이 적힌 기부카드를 받고서 으쓱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요.
날마다 1천원씩 모아 결혼기념일에 36만5천원을 기부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차아무개(43)씨 부부입니다. 올해는 세월호의 아픔을 평생 기억한다는 다짐과 함께 ‘기억 0416’에 보내왔습니다. 단원고 희생 학생 또래인 딸을 키워서 부부는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아이도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만약 그렇게 아이를 보냈다면…. 살아남은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며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음을 모았습니다. 온라인영어학습커뮤니티 ‘새미네영어학교’는 지난 6월부터 매달 16일 세월호 기부금을 모아 전달합니다. 첫달은 ‘기억 0416’에(157만4080원), 둘쨋달부터는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에 보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유가족 곁에서 물이라도 한잔 드릴 수 있으니까요. 이웃으로 오래, 꾸준하게 머물 테니까요.” 사회복지사를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기부할 거냐고요? 단 한 명이라도 입금자가 있으면 계속 쭉~ 갑니다.
무통장 계좌 기부는 12월까지포털 다음의 커뮤니티 ‘소울드레서’는 5606만6304원을 ‘기억 0416’에 쾌척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카페에서 자발적으로 모금한 금액 중 일부입니다. 처음에는 진도 팽목항으로 양말과 수건 등을 보내려고 계좌를 열었습니다. 200만원을 예측했는데 10분 만에 40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결국 4월19일 밤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8시간 동안 모금을 했는데 3천여 분이 참여해 6770여만원이 모였습니다.
‘기억 0416’ 온라인 모금은 끝났지만 무통장 계좌(하나은행 272-910017-85204 예금주 아름다운재단) 기부는 12월까지 받습니다. 잊지 않기 위한 행동을 아직 못하셨다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마감이 임박합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독자와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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