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 젠더리빌 이벤트는 왜 갑질로 비화됐나

‘젠더리빌’ 관련 유튜브 쇼츠 갈무리. 도우리 제공
‘젠더리빌’(Gender reveal)이 새로운 논쟁거리다. 젠더리빌은 임신 중기 태아의 성별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공개하는 이벤트다. 풍선이나 폭죽을 터뜨려 파란색이 나오면 남아, 분홍색이면 여아임을 알리는 방식 등이 쓰인다.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까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행은 2026년 4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를 이용한 젠더리빌 이벤트가 ‘갑질’로 비화하면서 논란이 됐다.
아이스크림으로 젠더리빌 이벤트를 치르는 방법은 이렇다. 쿼터 이상 사이즈를 주문해 중간층에 여아이면 분홍색을, 남아이면 푸른색을 깐 뒤 맨 위층을 흰색 아이스크림으로 덮는다.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중간층 색을 확인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 유저가 이 주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알바생을 ‘일머리가 없다’고 탓하는 게시글이 퍼지면서, 최저시급 알바생에게 부당한 추가 노동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는 주로 ‘고객의 권리 대 갑질’ 구도로 논해졌고, 해결책으로 추가금을 내는 옵션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단지 특정 젠더리빌 이벤트나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점점 고도화되는 모성 의례로 인해 불거진 문제다. ‘엄마 됨’, 즉 모성은 임신만으로 자연스럽게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의 ‘엄마 됨’은 전통의례에서 상업의례로 대체되고 있다. 세밀화·고비용화됐고, 이 부담을 줄이고자 스몰웨딩을 하거나 직접 사진 촬영을 하는 흐름이 생겼다.1
‘집중적 모성’을 요구받으면서도 비경제활동으로 폄하됐던 가사노동의 모순적 위치는 상업의례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생 업적으로 재서사화되고, 엄마들끼리 서로 지지하는 문화를 형성했다.2 ‘브라이덜 샤워(예비 신부를 위해 친구들이 여는 파티) → 임밍아웃(임신+커밍아웃) → 만삭 스냅 사진 → 베이비 샤워(출산을 앞둔 임신부를 위한 파티)’와 같이 모성 의례는 촘촘히 디지털화돼 퍼지고 있다. 젠더리빌은 이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의례들이 엄마 커뮤니티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사회적 혐오를 무릅쓰고 성정체성을 밝히는 퀴어 언어인 ‘커밍아웃’이 사회가 승인하는 임신 사실을 뜻하는 ‘임밍아웃’에 일부 차용되자, ‘본래 뜻을 희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젠더리빌 역시 ‘여아=분홍/남아=파랑’이라는 성별 고정관념, 근본적으로 젠더가 여성과 남성뿐이라는 이분법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게다가 배스킨라빈스 사례처럼 고강도 저임금 식음료 서비스직에 주로 종사하는 미·비혼 여성에게 자신들의 의례를 위해 추가 노동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미·비혼 여성들은 기혼 여성이 강요하는 의례에 동원되지 않겠다며 ‘기혼 감성’이라는 비난적 밈(meme·온라인상에서 퍼지는 창작물)으로 응수하고 있다. 과거에는 온 사회가 혈연가족의 삶을 ‘자연스럽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기혼 감성’이 보편적이라 보기 어려운 시대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성별 이분법, 혈연가족, 계급에 기반을 둔 가족 제도를 향한 반감도 있다. 엄마에게만 부과되는 고도의 모성 실천 문제와 더불어 이 불균형이 해소돼야 각종 모성 의례를 둘러싼 서로 간의 혐오를 무너뜨릴 수 있다.
1. 강혜원·김해원, 소비문화의 전시와 자기서사 쓰기 사이의 줄타기: ‘맘스타그램’을 통해 본 SNS 시대 모성 실천의 함의, 2018
2. 박소정, 모성의 플랫폼화: 육아 브이로그를 통한 엄마-되기, 2025
도우리 작가·‘불편한 유행’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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