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주욱
아이들은 물속에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살고 싶어요 수학여행 큰일 났어요 나, 울 것 같아요 실제 상황이야…
죽임이 그 진저리나는 아가리를 벌리고 목을 죄어오던 시간에
막연하지만 무언가가, 국가라고 부르던 그것이 손 내밀어주리라고 아이들은
동영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움직이고, 웃고, 말하는 증명사진들을 보내왔습니다
걱정돼요 한 명도 빠짐없이 구조될 수 있기를, 아멘… 저 죽는 줄 모르고 어린것들은
다른 이를 기도해주고 있었습니다, 또 이렇게 소스라쳤습니다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잠기고 있습니다 무서워요 난 꿈이 있는데…
그래요, 꿈이 있었는데, 꿈이라는 링거를 맞으며 미래를 당겨 살던 그 철부지들이
가만히 있어라 절대 이동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잡음 범벅 아수라장을 뚫고
내 구명조끼 네가 입어, 라는 천상의 목소리를 물밑에서 타전했을 때, 그때
그, 구하러 와줄 거야, 라는 단말마를 못 읽은 바깥의 우리는 다, 까막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전부를 다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못해 발 동동 구르던
그때, 우리가 국가라고 부르던 영혼의 식물인간, 사이비 근무자는 어디 있었습니까
못 나오면 잠길 수밖에 없는 해저의 SOS를 들어먹을 의사도 능력도 고막도 없던
그것은 어느 가청권 밖에서 땡땡이치고 있었습니까
옥좌엔 절망이 버티고, 궐엔 겹겹이 썩은 욕망들이 우글댄다는 풍문이 그저 풍문이라면
그날, 아아 4월16일 그 아침에, 국가는 어찌해 그 바다로 나아가지 않았던 겁니까, 용산에서 쌍용에서 한진에서
기륭에서 밀양에서, 제 국민을 약탈하던 물리력을, 4대강에서 강정에서 평창에서
제 영토를 제가 침략하던 무지막지한 전투력을 왜, 쏟아붓지 않았습니까
돌격하고 진압하고 체포 연행하던 그 힘으로 왜, 접근하고 진입하고 구조하지 못했습니까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습니다 죽이던 손은 살리는 손이 아니었습니다
삶은 짓밟고 죽임은 방치하며, 국가는 우왕좌왕 지리멸렬의 먹통이었지만, 그러나
그 죽임은 혹 의도적 외면이자 조직적 방관이고 미필적 고의가 아니었습니까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우리 모두는 적진에 버려진 포로가 되었습니까
그렇게 팔팔 뛰는 꽃다운 웃음들이 다 지워져가는 동안
그것이 제 필요 없음을 제 불응으로 한껏 증명하는 동안 우리는
죽음의 바다에서 국가 실종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보트피플이 되었습니다
이, 덜덜덜 몸이 떠는 바다의 아우슈비츠에서,
국가가 사라지자 목숨들이 떠났습니다, 정말입니까?
국가가 등 돌리자 그 바다의 집이 가라앉았습니다, 정말입니까?… 아니요, 아니요,
우리가 사라지자 국가가 사라졌습니다 모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썩어문드러진 이 괴물은 누가 낳았습니까
아무도 죽이러 오지 않는데 공포에 질린 이 손이, 모두를 죽이러 오는데 홀로 태연했던 이 손이
21세기에 투표로 왕을 뽑자, 세상 풍경에 핏기가 가셨습니다
왕이 있는 편이 유리하다고 이익이라고 우리가, 계산하는 포기가 되자,
바다가 피로 덮였습니다
그러므로 책임이라곤 모르는 이것은 바로 우리의 책임이 아닙니까
예술가여 심장이 아픈 자여 이제 한낱 나라 없는 시대의 ‘쟁이’들이여
카톡이 끊어지고 스마트폰이 숨 거둔 그 시간 이후의 바다 밑에서 사람들이 떠올린 것을,
최후에 찾던 나라를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상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시민이여 심장이 아픈 자여 나라가 거둔 적 없는 백성들이여
자식 잃은 통곡과 부모 잃은 절규를, 눈 뜰 수도 눈 감을 수도 없는 육지의 아우슈비츠를 보아주세요
죽임이 쏟아져 들어오는 해저에서 칼을 숨 쉬던 동족의 얼굴을 기억해주세요
책임지는 나라를
생각하는 나라를
사라지지 않는 나라를
슬픔을 슬퍼하는 나라를,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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