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의료거실에 하반신 마비 수용자가 침대에 누워있다. 옆에 형광색 조끼를 입은 간병 수용자의 모습이 보인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경기도 여주교도소엔 ‘죄수 요양보호사’가 있다. 소아마비처럼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가 있거나 치매·암 등 중증질환이 있는 노인 수용자를 돌보는 ‘간병 수용자’다. 이들은 중증 수용자들과 한 거실(방)에 함께 머물며 24시간 수용자를 돌본다. 중증 수용자의 식사와 목욕, 기저귀 교체, 설거지, 빨래 등을 모두 맡는다. 수용자 가운데 미결수를 제외하고 징역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형집행법 제66조에 따라 작업 의무를 지는데, 그중 교정시설 내부를 관리하는 ‘운영지원 작업’의 일환으로 간병이라는 작업을 택한 이들이다. 아무나 간병 수용자가 될 수는 없다. 모범 수용자만을 대상으로 지원받아 선정한다.
김용범(43·가명)씨는 여주교도소에서 2년여 동안 간병 수용자로 일했다. 여주교도소 수용동 2·3층엔 의료거실이 있는 의료수용동이 있다. 교도소는 중증환자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무관의 판단에 따라 별도의 의료거실을 둘 수 있다. 김씨가 머무는 3층 의료수용동 4개 거실엔 모두 22명의 수용자가 있다. 이 가운데 3명이 김씨 같은 간병 수용자다. 거실에는 밀착 돌봄이 필요한 중증 수용자와 상대적으로 돌봄이 덜 필요한 경증 수용자가 섞여 있는데, 간병 수용자 1명이 대략 5명의 중증 수용자를 돌보며 함께 거주한다.
김씨는 세 간병 수용자 중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관리 간병 수용자’다. 매일 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의무과에 보고한다. 김씨는 주머니에서 산소포화도측정계, 혈압계, 체온계 등 간호사가 쓸 법한 기계들을 꺼내 기자에게 보여줬다. 사실상 간호 행위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상이 있는 수용자는 혈압을 측정하고 심각한 경우 혈관확장제를 먹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밀착 돌봄을 하는 수용자 중에는 소아마비 환자 ㄱ씨가 있다. 한겨레21이 교도소에 방문했을 때 ㄱ씨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고, 침대 한쪽엔 기저귀가 놓였다. 하반신 마비로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탓에 모든 순간 김씨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간병인 수용자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새벽 5시50분 아침식사를 챙긴 뒤 설거지를 한다. 이후 거실을 돌며 수용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의료과에 보고한다. 아침 8시30분에는 매일 두세 명의 수용자를 씻긴다. 점심식사 준비 뒤엔 운동·종교활동 등 수용자들의 활동과 요구에 맞춰 휠체어로 이동을 돕는다. 이후 오후 5시께 저녁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한다. 2시간마다 수용자 상태를 확인하고 대소변을 실수한 옷을 빨거나 수용자의 기저귀를 가는 것도 김씨 몫이다. 형집행법상 하루 최대 작업시간인 12시간을 넘기는 업무량이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에서 간병 수용자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김씨가 수용자 위생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김씨는 “한 거실에 있는 다른 수용자들이 냄새가 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목욕을 매일 할 수밖에 없다”며 “하반신 마비 수용자가 찬 소변줄 냄새를 문제 삼아 수용자의 배를 쿡쿡 찌르거나 비꼬던 수용자가 있었는데, 결국 소변줄을 찬 수용자가 참다못해 괴롭힌 수용자를 주먹으로 때리는 일이 발생해 둘을 말리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버거운 건 치매 수용자의 대소변을 치우는 일이다. 그의 수첩엔 ‘샤워시 소변 금지’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목욕할 때마다 치매 수용자에게 수시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동하거나 거실에 있을 때 대변을 보는 경우는 더 난감하다. 김씨는 “애써 채운 기저귀를 뜯어서 던지고 방에서 소변을 누거나 심한 경우 대변을 꺼내 옷에 묻히기도 한다”며 “다른 수용자가 냄새 관련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서둘러 대소변을 치워야 하는데 치매 수용자가 저항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24시간 돌봄을 해야 하니 잠을 못 자는 것도 고역이다. 욕설을 내뱉고 소리치는 치매 환자도 문제지만 말기암 환자와 한방을 써도 수시로 깬다. 6개월 동안 돌봤던 폐암 말기 환자는 호흡곤란과 각혈이 잦아 밤사이 1층에 있는 의료과를 네 번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때 김씨는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잤다. “작은 소리에 민감해지다보니 얕게 잠든 상태로 거의 깨어 있다. 의료거실 복도에 에어컨이 있는 혜택을 이유로 간병 수용자 작업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티 나지 않으면서 노동강도가 심한 간병 일은 사명감이나 봉사정신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김씨는 남은 2년 형기를 채우면 외삼촌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일할 계획이다.
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에 간병 수용자가 필요해진 건,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감옥에도 고령이나 중증 수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2026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수용자 6만3680명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 수용자는 2025년 5701명으로 약 9%에 이른다. 65살 이상 노인 수용자는 2017년 2541명에서 2.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앞서 설명했듯 수용자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와 미결수용자를 합한 개념인데, 65살 이상 수형자는 2021년 2292명에서 2025년 4048명으로 5년 새 1.8배 늘었다.
아픈 수용자도 늘고 있다. 여주교도소 전체 수용자 1800명 가운데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자를 추리면 400명이 넘는다. 넷 중 한 명이 기저질환을 가진 셈이다. 암환자도 7명이나 된다. 송재훈(43) 여주교도소 교위는 “최근 교도소에 의료지원이 필요한 고령자가 확실히 많아졌는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외톨이 생활을 하면서 건강검진을 한 번도 못 받다가 교도소에서 암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장기 수용자도 늘었다. 65살 이상 수형자 가운데 무기수와 10년 이상 장기수는 2025년 745명으로 전체 18.4%를 차지한다. 다섯 중 한 명 정도가 출소 없이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이후 형량 기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5년형도 지금은 흔해졌다”며 “법정형·선고형이 장기화하면서 교도소에서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75살 이상 고령자를 우선 수용하는 노인전담 교정시설은 노인·중증환자 과밀 수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무부는 2014년부터 서울남부·대구·대전·광주교도소를 노인전담 교정시설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2025년 말 기준 4곳 시설 모두 수용률 정원을 훌쩍 넘어섰다. 광주교도소의 수용률이 145.8%로 가장 높았고 대전교도소 143.1%, 대구교도소 136.3%, 서울남부교도소 120.5% 순이었다. 대구교도소의 경우 노인 수용자가 540명으로 압도적 1위다. 2022년 207명에서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교도관이나 의무관·간호사가 감당할 수 있는 노인·중증질환 수용자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섰다. 교도소에서 대안으로 간병 수용자를 선정하는 까닭이다. 한겨레21이 손솔 진보당 의원실에서 받은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26년 6월30일 기준 전국 54개 교정기관 의료수용동에는 간병 수용자가 136명 있다.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다른 수용자에게 그 수용자를 간병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형집행법 시행령 제54조가 제도의 법적 근거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게다가 시행령에는 간병 수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보상이 명시돼 있지 않다. 간병 수용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의료 교육을 하지만, 간병 업무를 위한 별도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입구에 비닐 커튼이 설치돼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무엇보다 교도관이나 간병 수용자가 어려워하는 대상은 치매 수용자다. 이들은 평소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다가도 배변 실수를 하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한다. 다른 수용자와 함께 생활하면 갈등이 생기지만, 혼자 두면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당직 교도관과 가까운 방에 배치해 이들의 상태를 수시로 살핀다. 송재훈 여주교도소 교위는 “특별히 의료적으로 할 수 있는 처우가 없다면 결국 진정시켜드리고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종일 여주교도소장도 “노인 수용자를 대상으로 전문 프로그램을 시행할 인력도 없어 지금은 교도관이 이를 모두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여주교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솔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교정시설 내 치매 수용자는 2023년 44명에서 2026년 6월 8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치매 수용자 증가는 교정시설의 고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상황이니 교도관의 업무는 여전히 과중한 상태다. 대구교도소는 한겨레21에 “노인 전담시설 지정 후 고위험군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교도관의 업무 피로도와 인력·관리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교정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는 2022년 3.0명에서 2025년 3.8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수용 정원 대비 의무관·간호사 배치 비율은 약 0.6%에 그친다. 2024년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에 공백이 생기면서 의무관을 맡을 공보의를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간병 수용자가 일상 돌봄을 맡는다고 해도, 실질적 의료 행위를 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5년째 여주교도소에 근무 중인 간호직 교도관 ㄴ씨는 “하루 평균 100명의 수용자를 의사 2명과 간호사 9명이 본다”며 “24시간 숙직자를 제외하면 인력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대구교도소는 “가뜩이나 부족한 공중보건의가 화요일과 금요일은 김천교도소로 진료 지원까지 나가야 한다”며 “월평균 500건의 진료와 6천 건의 투약 처방을 의료과장 1명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수용동에서 간병 수용자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면서 (평소 간병이 필요한 수용자들을 위해) 휴대하고 다니는 수첩을 내보이고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수용자가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교도관들이 동행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대구교도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용자가 외부 병원에 갈 때 계호를 맡는 보안과 직원 3명과 의료과 담당 직원 1명이 동행해야 한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엔 주간 3명, 야간 4명으로 모두 7명의 계호 인력이 배치된다. 대구교도소에선 수용자가 8명 입원했을 때 56명의 계호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되기도 했다. 인력 공백 문제로 현재 외부 의료시설 진료 대기자는 약 200명이나 된다.
교정시설의 의료비 부담도 크다. 고령 수용자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쓴 의료비는 2022년 14억2700만원에서 32억8500만원으로 2.3배 늘었다. 수용자는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순간부터 국민건강보험 자격이 정지되기 때문에,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건강보험 부담 부분을 법무부가 예탁금에서 지급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수용자 교화’라는 교정시설의 설립 목적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송재훈 교위는 “교정시설의 목적은 교정·교화인데 고령자와 중증환자가 많아지면서 교도소가 요양원이나 병원 수준의 처우를 요구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전문 의료 지식이 없는 교도관과 간병 수용자가 의료와 위생을 넘어 돌봄까지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청사에서 최종일 소장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법무부는 대책으로 2027년 강원권·경남권에 노인전담 교정시설 2곳을 추가할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현재 운영되는 노인전담 교정시설 4곳도 노인 수용자를 위한 인프라와 의료·간호·돌봄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데, 비슷한 시설이 늘어난다고 해서 변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인전담 교정시설의 한 교도관은 “노인전담 교정시설이라고 해서 일반 교정시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인력이나 예산 지원 없이 노인 수용자만 몰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윤오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노인 수용자 증가 문제도 결국에는 ‘노인복지 비용'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70·80대 무연고 남성이 정부가 복지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이라며 “이들을 교정시설 안에서 미리 치료하고 교화하는 것이 출소 뒤 지역사회와 세금이 떠안아야 할 몫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대근 위원도 “국가가 수용자에게 지워야 할 책임은 법에 규정된 형벌을 집행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라며 “교도소를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복지 비용이 집중된 곳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예방의학)는 “재소자의 인권은 우리의 인권 최저 기준선이기 때문에 최소한 기본 진료 여건은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 공공의료원이나 공공병원과 계약해 그곳의 병상 일부를 할당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한겨레21의 관련 질의에 “대체복무요원 등을 활용한 간병 지원 방안 검토, 직업훈련 과정과 연계한 간병인력 양성, 적극적인 진단 및 약물치료 등을 통해 고령 수용자에 대한 돌봄 여건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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