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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중증·고령 수용자, 출소해도 갈 곳이 없다

스스로 살 길 찾는 일 사실상 힘들어… 가석방·형집행정지 확대 및 출소 이후 보호 체계 마련 필요
등록 2026-09-17 22:30수정 2026-09-22 15:55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의료거실에 한 수용자의 손이 보인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의료거실에 한 수용자의 손이 보인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과 중증질환 수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법무부는 2027년 강원권·경남권에 노인전담 교정시설 2곳을 추가할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는 노인전담 교정시설 4곳에도 노인 수용자를 위한 인프라와 의료·간호·돌봄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데, 비슷한 시설이 늘어난다고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책은 무엇일까.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우선 국가가 노인과 중증 수용자에게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도소 내부의 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 여주교도소장인 박진홍 서정대 교수(사회복지상담학)는 “노인·환자 수용자 돌봄은 ‘교정복지’라는 전문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노인전담 교도소 내 전문 요양 인력을 도입하고 교도소 내 의료·돌봄 중심의 특화 수용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돌봄 제공 인프라 구축 시급

 

개인의 봉사정신에 기댄 ‘간병 수용자’ 제도를 개선하고 제대로 시스템화하는 것이 국가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안양교도소에서 간병 수용자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다른 수용자의 욕창 소독을 맡아온 사실을 장애인 차별행위로 판단해 법무부 장관에게 간병 실태 점검과 소장 주의 조치를 권고했고, 법무부는 이후 전국 교정시설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 간병 수용자는 인권위 권고 이후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국가에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국가가 치매 수용자에 대한 가석방과 형집행정지를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석방은 형집행 정도와 수용 태도, 재범 위험 등을 심사해 형기가 끝나기 전에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다.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건강 악화로 수용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자는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는 형집행으로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울 우려가 있을 때 형집행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제도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가석방과 형집행정지는 바로 이런 경우에 쓰라고 만든 제도”라며 “가석방은 취소되면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하므로 그 자체로 범죄를 억제하는 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치매 환자에게 계속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일 여주교도소장도 “교도소에서 감당할 수 없는 치료나 다른 환경이 필요한 사람은 형집행정지 등을 통해 환경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의료거실 앞에 휠체어가 놓여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의료거실 앞에 휠체어가 놓여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법무부도 이런 취지를 담아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해 2025년 11월 발표하며 “재범 위험성이 낮은 고령자·환자·모범수형자 등의 가석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6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2025년 출소한 수형자의 24.1%인 1만2215명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016년 11.4%였던 가석방 출소자 비율이 10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인데, 법무부는 2026년 월평균 가석방 인원의 경우 전년 목표보다 약 30% 늘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무상 60% 안팎의 형기를 채워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가석방보다 더 어려운 건 형집행정지다. 형사소송법 제470조는 수형자가 심신장애로 의사능력이 없을 때 검사가 반드시 형집행을 정지하도록 규정한다.(필요적 집행정지) 형사소송법 제471조는 △형집행으로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울 우려가 있을 때 △70살 이상일 때 등을 형집행정지 사유로 정하고, 관할 검찰청이 심의위원회를 거쳐 형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임의적 집행정지) 하지만 검찰이 임의적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집행정지 결정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무연감’ 자료를 보면, 검찰이 관리한 형집행정지자(형집행정지 결정 기준이 아닌 연간 관리 인원 기준)는 2023년 594명, 2024년 574명, 2025년 564명이었다. 박진홍 교수는 “실무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교도소에서 더는 수용 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러야 형집행정지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고령 수용자라도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를 통해 교정시설 밖으로 내보내면 재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고령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전체 출소자보다 낮은 편이다. 손솔 진보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전체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복역률은 21.2%였지만, 65살 이상 출소자는 15.6%에 그쳤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형집행정지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급여 신청 등 행정절차를 사전에 진행하기 어렵다”며 “지원 대상이 아닐 경우에는 의료비 미지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외벽에 수용자들의 빨래가 널려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8월13일 경기도 여주교도소 의료수용동 외벽에 수용자들의 빨래가 널려 있다. 한겨레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고령·환자 수용자 절반, 가족관계 단절

 

가석방 기준을 완화하고 형집행정지의 문턱을 낮추는 조처와 함께 고령 수용자의 출소 이후 상황에 대한 보호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 이는 고령·환자 수용자의 특성에 기반한 지적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5 범죄분석’을 보면, 65살 이상 형사 피의자 가운데 배우자가 있는 비율은 41.8%, 배우자 외 동거인이 있는 비율은 0.9%였다. 수형자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는 아니지만, 고령이나 환자 수용자의 경우 출소 뒤 가족 돌봄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치료와 돌봄을 맡을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가 되레 이들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환자 수용자의 경우)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주거·소득의 불안정,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부분이 있다”며 “출소 뒤 사회복지 체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무연고·무의탁 출소자에게 기본 6개월간 숙식과 의복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6개월씩 세 차례 연장하면 최장 2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건강검진과 통원 의료비, 정신건강 치료, 긴급생활비도 지원하고 직업훈련·취업알선과 주거지원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사업의 설립 목적은 어디까지나 출소자의 ‘자립갱생’이다. 이 때문에 공단의 지원에 상시 간병이나 치매 관리, 장기요양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의 노인돌봄 시스템이 민간 위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점도 고령·중증환자 출소자 보호 대책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2026년 4월 기준 장기요양 시설급여 기관 6408곳 가운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한 기관은 121곳, 1.9%에 그쳤다. 나머지 6287곳, 즉 98.1%가 민간 요양시설이라는 얘기다. 가족과 돌아갈 집이 없는 출소자는 재가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 요양원 등의 요양시설 입소나 입원 등이 필요하지만, 요양시설 중에는 공공시설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민간시설의 빈자리와 입소 가능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박진홍 교수는 “무연고 수용자의 경우 출소 이전부터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요양시설 수급과 긴급복지 지원, 돌봄 서비스 연결 등 실질적인 복지 제공의 최일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소 전부터 관계기관 협업 체계 구축해야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은 외국의 경우에는 고령·환자 출소자 대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 미국과 일본은 수용자가 출소하기 전부터 의료·돌봄 체계에 연결하고 있다. 미국 일부 교정기관은 출소 최대 120일 전부터 수용자의 사회보장급여 신청을 돕는다. 2025년 8월 기준 19개 주는 출소 전 최대 90일 동안 의료·투약과 지역 의료기관 연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승인받았다. 일본은 교정시설과 보호관찰소, 지역생활정착지원센터 등이 거처가 없는 고령·장애 수용자가 출소하기 전부터 복지서비스와 거처를 마련하는 ‘특별조정’을 시행한다.

국내에서도 수용자들이 출소하기 전부터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관계기관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정착 지원방안 연구(Ⅱ)’(2024) 보고서는 “교정시설과 보호관찰소,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의 협력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며 “출소자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지원은 개인적 차원에서 재범을 예방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범죄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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