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좋아진 형소법”이라더니… 피해자 보호, 애써 피해간 정답

범죄 피해자들이 2026년 7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 김혜빈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인은 최원종(2024년 11월 무기징역 확정)이 2023년 8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쇼핑몰에 차를 몰고 돌진한 뒤 쇼핑몰 안에서 흉기를 휘두른 사건(사망 2명, 부상 12명)의 사망 피해자다.
“경찰이 어떤 수사를 하고 있는지, 검찰이 어떤 내용으로 기소했는지 공소장 내용조차 저희에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26년 7월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열린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혜빈씨 어머니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물며 혜빈이가 26일 동안 뇌사로 (권역외상센터에 입원해) 연명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사건 수사 담당 경찰관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혜빈이 사고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혜빈 아빠가 사고 현장 일대를 다니면서 시시티브이(CCTV)를 확보해 직접 경찰서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3일 국회에서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민주당 주도로 7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형소법 개정으로 피해자 보호가 약화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생 사건 등 피해자도 역시 두텁게 보호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8월5일 와이티엔(YTN) ‘뉴스퀘어 2PM’에 출연해 “피해자들 목소리를 잘 들어서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그러나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하게 만든 형소법”이라고 말했다.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시행 예정인 개정 형소법이 피해자 권리 보장을 강화했다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근거를 조항별로 살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맨 왼쪽)이 2026년 8월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1월 시행된 기존 형소법은 사법경찰관이 불송치 결정을 한 날로부터 7일 안에 서면(우편)으로 불송치 결정 사실과 그 이유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개정 형소법은 여기에 더해 사법경찰관이 불송치 결정서와 이의신청 안내 서식을 피해자에게 함께 보내는 것을 의무로 규정했다.(제245조의6) 피해자는 이 결정서 내용을 보고 불송치 결정을 한 수사관서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경찰의 불성실한 결정서 작성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4월27일 “수사 결과 통지서에 고소인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송치 이유를 기술한 행위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실질적으로 통지하였다고 볼 수 없어, 헌법 제21조에서 보호하는 피해자의 알권리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음은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가 운영하는 제보 누리집(www.whyclosed.kr)에 올라온 사례다. 변호사가 이 누리집에 제보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등록번호 앞 세 자리를 입력해야 한다.
“7년차 변호사입니다. (…) 실무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 중 하나가 경찰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드는 때입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는 적어도 (검사가) 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검사가) 어떤 진술을 믿지 않았는지, 어떤 증거의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봤는지, 법리를 어떻게 적용했는지가 보여서 그 지점을 중심으로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항고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불송치 결정서에는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이라는 결론만 남기고 정작 이유는 빠져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변호사로서는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의뢰인에게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2026년 3월31일 등록 사례)
앞서 경찰청은 기존 형소법 시행에 맞춰 ‘2021 개정 형사소송법 수사실무지침’을 하달했다. 이 지침은 “간략한 요지 형태로 그 이유를 기재하는 실무는 반드시 개선”하도록 하고, “불송치 결정에 따른 고소인 등 수사결과 통지서에 기재하는 이유의 내용은 (검사에게 송부하는) 불송치 결정서 이유 수준으로 기재”하도록 해서 고소인(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것을 강조했다. 허나 5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는 지속하고 있다.
개정 형소법은 사법경찰관이 수사 개시 뒤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증거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위법·부당한 수사로 피해자 권리를 침해할 때, 피해자가 그 수사관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제245조의11) 피해자가 수사 지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려면 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사법경찰관이 범행 후 도주한 피의자의 검거 사실조차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는 2024년 펴낸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얼룩소 펴냄)에서 가해자 이아무개씨가 검거된 사실조차 언론 보도로 알아야 했다며 가해자가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지, 경찰이 무슨 죄명으로 수사하는지 등 아무 정보도 듣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처음에 가해자가 도주했다고 하니까 모든 사람이 다 경계 대상이었죠. (…) (병원 입원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으니까, 당연히 병원에는 관계자만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보복할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에 사흘 동안 초조해 있었죠. 그런 얘기(검거)를 듣지 못하니까, 그 얘기를 기사로 보기까지 저는 항상 긴장 상태에 있었던 거죠, 선잠을 자고. (…) 얼마나 이 시간 동안 피해자가 메말라 죽는지를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도 수사에 방해된다고 얘기를 안 하는 건가? 아무것도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재판 중인 사건은 피해자가 각급 법원 누리집에서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 반면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는지, 피의자가 어떤 서류를 제출했는지 등을 피해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피해자가 형사사법포털(KICS·킥스) 누리집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조회해도 ‘수사 중’이라는 정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하려면 자신의 사건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수사 지연으로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수사가 6개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피해자가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피해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조사했는지, CCTV나 계좌 자료를 확보했는지, 참고인을 불렀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으면서 그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이의를 제기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2026년 7월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어 전광판에 보여지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법적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형소법 같은 법률이 아닌 하위 법령(훈령, 예규 등)에 규정돼 있다. 이처럼 기관 내부 규정이다보니 수사관 재량에 따라 임의로 운용돼 어떤 피해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받지만, 어떤 피해자는 그렇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를 해결함과 동시에 가해자나 사건 진행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적시에 신속하게 제공받는 것이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 확보와 직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과거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수사의 밀행성(일정 단계까지 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 진행 상황 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 권고안을 2022년 4월15일 발표했다. 국회는 4년째 이를 외면하고 있다.
개정 형소법에 따라 피해자는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관 또는 검사에게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제245조의12) 그런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기 위해서만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제한했다. 여기에 더해, 형소법에서 정한 소송기록 열람·등사 제한 사유(국가의 안전보장, 사건관계인의 명예를 현저히 해하거나 공범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뿐만 아니라 ‘수사 상황을 고려해’ 열람·등사를 불허할 수 있게 했다. 앞의 사유들은 형소법에 명문화돼 있다. 하지만 ‘수사 상황 고려’ 사유는 그렇지 않다. 결국 경찰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수사기록을 피해자가 열람해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문제가 있으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즉 피해자의 이의신청권을 실질화하는 측면에서 열람·등사권은 꼭 필요하다. 수사 중에 피해자가 상시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권리 보장 조항이라면 원칙적으로는 수사기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조문이 설계돼야 하는데 개정 형소법은 신청 절차만 정한 것이어서, 이는 경찰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개정 형소법은)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불허를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서에서 하도록 했다.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한다는 것은 그 관서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데, 이의신청 대상이 되는 관서가 열람·등사 허가권을 가진다면 불허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며 “과연 지금의 이의신청권이 피해자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더 큰 문제는 피해자 처벌 조항이다. 개정 형소법은 피해자 또는 그 변호인이 열람·등사한 수사기록을 수사기관이 정한 사용 목적이나 조건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교부 또는 제시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했다. 피해자가 이의신청 과정에서 알게 된 수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알리면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반성폭력 활동가이자 사법시스템을 감시하는 기록자인 ‘연대자 D’(활동명)는 “피의자나 피고인 쪽이 못하게 만들어야 할 일을 되레 피해자에게 덮어씌운 것”이라며 “앞으로는 피해자가 (본인 사건을) 공론화하면 이 조항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 피해자 옥죄기이자 입막음”이라고 지적했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피해자가 수사기록으로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회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쪽에서 (수사기록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문제는 왜 고민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대자 D는 2022년에 펴낸 책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동녘 펴냄)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장 피해자들은 고소장 접수부터 어렵다고 한다. 수사 지연, 사건 암장(묻어두거나 은폐해 사건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것), 인권침해 등은 진행형의 문제다. 현재 경찰이 수사권을 가질 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사례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을 경찰과 검찰의 관계로만 보지 말고 일반인과 경찰의 관계로도 봐야 하지 않는가? 현장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로 경찰관이 본인이 할 일을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가해자의 인적 사항, 연락처, CCTV 위치, 계좌 거래 내역 등 피해자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정리해서 제출해달라는 수사기관의 요구 자체는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수준을 넘어 사실상 수사의 상당 부분을 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대신 해야 하는 경우다. 피해자 변호사가 다른 피해자를 찾아 수사기관과 연결하는 일이 실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무상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것이 당연한 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 다른 피해자를 특정하고 접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등 6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가 2026년 7월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진술을 어떻게 받아내느냐가 더욱 중요한 사건이 있다. 물증 확보가 어려운 성폭력 사건이나,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취약계층이어서 의사 전달에 한계가 있는 사건이 그렇다. 그런데 경찰의 신문 기술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다음은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한 이야기다.
“정신적 장애(발달·정신)가 있는 피해자는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를 정확히 기억해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몇 월, 며칠, 몇 시였냐’고 묻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특정되지 않는다. 밥을 먹기 전인지 후인지, 어디에 가기 전이었는지, 누가 함께 있었는지처럼 당사자가 실제로 기억하는 방식으로 물어야 비로소 사실이 특정된다. 그런데 (경찰 수사) 현장에서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 ‘진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정하지 않은 채 넘어가고, 그렇게 비어 있는 조서를 근거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진다. 기소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 수사에서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법정에서 그대로 신빙성 탄핵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데, 그건 상당 부분 조사 방식이 만들어냈다. 문제는 이런 부실 수사가 사후에 드러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가 피해자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조재광 변호사(프리머스 법률사무소)는 “이를테면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의) 송금 사실과 (피의자의) 미변제 사실만 (조서에) 적고 송금 전 피의자가 한 설명이나 당시 피의자의 재정 상태를 빼면, 형사사건이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처럼 보일 수 있다”며 “조서 작성은 말을 짧게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 ‘젠가’(블록 보드게임)처럼 문장을 하나씩 빼다가 핵심 사실 하나가 빠지는 순간 전체 구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는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진술을 했는데도 정작 조서에는 핵심 맥락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큰 허탈감과 부담을 느낀다. (조서) 수정을 요청할 때 경찰 수사관이 이를 번거로운 요구로 받아들이면 그 과정 자체가 2차 피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피해자 권리·보호 제도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성인 비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도 신뢰관계인 동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19살 미만) 또는 장애인만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경찰 수사관이 있다. 그리고 성폭력처벌법,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고소장에 들어가는 개인정보 보호가 가능(가명조서 활용 등)한데, 경찰 수사관이 그걸 모르고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며 피해자를 윽박지르기도 한다.” 연대자 D의 말이다.
근본적으로 일반인과 경찰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과연 피해자가 개정 형소법에서 명시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대표)는 김진주씨가 쓴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에서 “법조인들도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수사는 원래 기밀이고 밀행성이라고 하니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고 고소인들, 즉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괜히 수사기관에 권리 같은 걸 주장했다가 수사 결과가 나한테 나쁘게 나오면 안 되니까 (피해자의 알권리를) 주장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가 법에 있다는 것과 실제로 피해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만나는 피해자 중에는 경찰과 검찰의 차이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면 담당 수사관에게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분이 적지 않다. 수사관에게 계속 전화하는 것조차 자신의 사건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한다. 그런 피해자에게 ‘이의신청권이 있으니 행사하라’ ‘기록을 신청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권리 보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평소 성폭력 피해 여성, 학대 피해 장애인·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을 맡는 김예원 변호사의 말이다.
지금처럼 경찰이 불송치 판단을 했을 때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해야만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는 구조, 즉 피해자의 노력에 의존하는 구조는 특히 법적 지식이 없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에게 큰 장벽이다. 사법경찰관이 사회적 약자가 범죄 피해자인 사건을 중요사건으로 여기지 않고 수사를 게을리하거나 부실하게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경찰 판단만으로 사건이 불송치로 종결되는 순간 극심한 절망감을 느낀다.
이에 민주당은 일명 ‘7대 범죄’(가정폭력,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성인 대상 성폭력,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노인학대, 스토킹) 사건은 전건 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는 것)되도록 개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했다.
문제는 이같이 사회적 약자의 권리 구제 소외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민 주당에서 7대 범죄의 전건 송치를 피해자 보호 방안으로 얘기하지만, 전건 송치를 이유로 사법경찰관이 피해자에게 ‘어차피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니까 불만이 있으면 검사에게 가서 말하라’라거나, 수사기록 열람 등사도 ‘검사에게 가서 신청하라’는 식으로 엄포를 놓을 수 있다”며 “경찰도, 검사도 잘해야 하는데 핑퐁만 되지 않을까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관련 기사
□제1623호 이슈_수사권 이후의 질문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42.html
<검찰이냐 경찰이냐… 보완수사권, 그 질문부터 잘못됐다>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피해자가 치를 비용이 높아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에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운용되는 현실은 그런 기대가 얼마나 막연한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 현실을 짚은 기사는 2026년 8월18일 보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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