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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국선변호사 붙여주면 만사형통? 희망고문이다

수사 주체 아니어서 보완수사 대체할 법률 조력 한계… 선임 제도 안내조차 제대로 안 하는 경찰
등록 2026-08-16 20:33 수정 2026-08-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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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2026년 7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2026년 7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도가 복잡하고 완전하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이 봅니다. 그건 100%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피해)는 힘없는 사람들,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감당하게 될 겁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가 2026년 5월6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무총리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양 변호사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마저 수사할 수 없도록 하는 민주당 주도의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 추진에 반대했다. 여론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 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형소법 개정을 강행했다.

사회적 약자에겐 불리한 초기 대응 구조

피해자는 개정 형소법이 시행되는 10월2일 이후 권리구제를 위해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기존 형소법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피해자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의신청을 할 때만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도록 만든 구조다. 이 때문에 지리적 한계와 사회·경제적 기반 부재, 언어·문화적 차이 등으로 이의신청을 위한 법률 조력조차 받기 어려운 피해자는 경찰의 부실 수사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그 와중에 개정 형소법에 경찰의 수사 지연 또는 위법 수사 등에 대한 피해자의 이의제기권과 이의신청 목적에 한해서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권이 신설됐다.

이제 검사의 보완수사마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피해자가 경찰의 수사 과정을 직접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신청하지 않은 네 책임’이 되는 구조다. 복지제도 사각지대를 낳는 신청주의(제도를 아는 사람만 신청하고 정작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그 제도를 몰라서 배제됨)와 다르지 않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발달장애인, 아동, 이주민, 저소득 피해자처럼 정보 접근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 복잡한 절차 자체가 하나의 장벽이 된다”며 “결국 이런 권리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전문적인 피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훨씬 유용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민들이 변호사 선임 같은 사적 비용을 들여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턱도 없는 소리”라고 말한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8월3일 와이티엔(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아동학대, 성폭력 그리고 살인 같은 강력범죄 피해자에게 무조건 나라에서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했다. 바로 국선변호인이다. 국선변호인이 그동안 불송치까지만 담당을 했다. 그러면 (앞으로 국선변호인이) 이의신청도 같이 해드리고. 그다음에 (사건이) 송치됐을 때, 검찰(공소청)에 갔을 때도 (국선변호인이) 같이 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해서, 거기까지 국선변호인의 역할로 하면 좋겠다.”

서영교 위원장이 말한 건 2012년 3월16일부터 시행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다. 국가에서 선정한 국선변호사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수사,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제도다.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에서 시작해 성폭력 성인 피해자, 아동학대·장애인학대·스토킹·인신매매 피해자에 이어, 2026년 6월24일부터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이르기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왔다. 사법경찰관은 조사 전에 이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변호사가 없으면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선정하는 구조다.

피해자와 변호사는 수사 주체가 아닌데…

그런데 ‘국선변호사가 불송치까지만 담당했다’는 서영교 위원장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현행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기간은 불송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범죄행위자가 불송치된 경우 외에 △범죄행위자가 불기소된 경우 △범죄행위자가 기소된 경우 △범죄행위자가 보호사건으로 송치된 경우로 나눠 선정 기간을 정하고 있다. 범죄행위자가 기소된 경우에는 재판이 확정된 때까지 활동한다.

신진희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는 “원래도 피해자가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원하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업무는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개별법(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장애인복지법, 인신매매방지법, 스토킹처벌법, 특정강력범죄법)의 변호사선임 특례 조항에 근거한다. 개정 형소법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 자리를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은 지난 10년간 피해자 국선 비전담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명선 변호사의 말이다.

“피해자와 그 대리인은 수사의 주체가 아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하며, 수사에 협조한다. 피해자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며, 필요한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요청일 뿐이다. 참고인을 불러 조사할 수도 없고, 피의자를 다시 불러 진술의 모순을 추궁할 수도 없다. 피해자나 변호사가 (경찰) 수사관에게 사건의 진행 상황이나 상대방의 진술, 확보된 증거의 내용을 물어보면 흔히 돌아오는 답은 ‘수사 중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전체 기록을 볼 수 있는 권한’과 ‘그 기록을 토대로 실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결합돼 있던 제도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는 둘 다 없다.”

앞서 말한 대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이 가능한 범죄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경찰은 국선변호사 선임이 가능함을 안내해야 한다. 문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 자체를 꺼리는 경찰이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 국선 비전담 변호사 ㄱ씨는 “경찰관서에 따라 다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활용을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경찰관서도 있지만 기피하는 경찰관서도 있다. 법률 자원이 풍부한 서울 내에도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진술할 때 국선변호사가 동석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피해자 조사 일정을 잡을 때 본인 일정과 국선변호사 일정도 함께 조율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찰) 수사관이 있다. 수사관마다 편차가 크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2026년 7월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피해자 인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검사의 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한 활동가가 준비한 원고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7월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폐지 이후 피해자 인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검사의 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한 활동가가 준비한 원고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초기 진술부터 변호사 관여하도록

19살 미만 피해자(장애인 포함)처럼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이 의무인 피해자가 아니면 안내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인) 장애인학대 사건은 아동학대 사건과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이 의무가 아닌 임의사항이다. 의무가 아니다보니 (성인) 장애인학대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신청 안내를 하지 않아도 절차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또는 진술조력인이나 신뢰관계인이 동석하면 조력은 충분하다고 여겨 국선변호사 안내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할이 명백히 다르다. 신뢰관계인은 심리적 안정을, 진술조력인은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사람이다. (피해자) 조서에 무엇이 어떻게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불송치 결정을 다투는 일은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의 말이다.

경찰관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참여 없이 수사 초기에 피해자 진술을 받고 그 뒤에야 국선변호사를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 피해는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경찰의 질문 내용을 피해자가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엔(n)번방 사건’ 때 (경찰) 수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자한테 피해촬영물을 보낼 때 폭행·협박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피해자는 당시 본인의 개인정보를 아는 가해자 쪽으로부터 협박받는 상황이었음에도, 수사관의 질문을 ‘피해촬영물을 온라인으로 전송할 당시에 가해자가 옆에서 물리적으로 폭행·협박을 했는지’를 묻는 말로 이해하고 ‘폭행·협박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수사관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그것이 가해자의 혐의 사실 입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피해자들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잘못 진술하면 향후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만큼 국선변호사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설명이다.

김명선 변호사는 “국선변호사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순간 중 하나가 최초 피해자 조사다. 범죄 구성요건과 관련된 사실이 빠짐없이 진술되도록 돕고, 피해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증거를 확인하며, 시간이 지나 사라질 수 있는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도록 요청하려면 가능하면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사 자원의 지역별 편차 해결부터

일부 경찰관이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민원 처리 담당자로 여기는 태도도 문제다. 피해자 국선 비전담 변호사 ㄴ씨는 “변호사의 법률 조력이 특히 필요한 사건이라서라기보다 피해자가 향후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설명하고 설득해줄 사람을 붙인다는 의미에서 국선변호사가 선정되거나, 사실상 합의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정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결정을 피해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존재하거나 합의를 중개하기 위한 사람이 아니다. 피해자 권리를 보호하고 형사절차에서 피해자가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국선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자원도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반성폭력 활동가이자 사법시스템을 감시하는 기록자인 ‘연대자 D’(활동명)는 “현재 범죄 피해자 지원을 둘러싼 논의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에는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자원이 풍부하다. 그런데 비수도권은 정말 열악하다”며 “비수도권은 피해자가 국선변호사를 만나고 싶어도 그 지역에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담은커녕 비전담 국선변호사조차 없는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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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호 표지이야기_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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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좋아진 형소법”이라더니… 피해자 보호, 애써 피해간 정답>

□제1623호 이슈_수사권 이후의 질문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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