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7월1일 경북 청도 국민체육센터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는 김하수 청도군수. 청도군청 제공
6·3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경북 청도군이 다시 발칵 뒤집혔다. 현직 군수의 최측근 인사가 수천만원을 받고 매관매직을 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 사항을 인지했음에도 국민의힘은 김하수 군수를 다시 청도군수 후보로 공천했다.
청도군은 선거로 군수를 뽑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역대 군수들이 대부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는 등 선거를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은 지역이다.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세 차례나 재보궐선거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 청도군에 또다시 매관매직이라는 권력형 비리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최아무개 전 청도군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청도군 공무원인 ㄴ씨로부터 승진을 대가로 3천만원을 받은 뒤 김하수 청도군수의 최측근 인사인 ㄱ(79)씨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2026년 3월 ㄱ씨와 김 군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김 군수는 2006년부터 군수직에 도전해 4전5기 끝에 2022년 지방선거에서 청도군수에 당선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김 군수는 ㄱ씨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군민 사이에서 “20년 동안 김하수 군수 밑을 닦아준 사람”으로 통한다. ㄱ씨는 김 군수가 당선된 뒤 청도군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각종 민원을 챙겼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ㄱ씨가 자신에게 3천만원을 받은 뒤 이를 김 군수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최 전 회장이 주장하는 뇌물 혐의다.
최 전 회장의 고발장에는 ㄱ씨가 김 군수의 재선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원들의 벌꿀 구매 비용을 대납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주도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담겼다.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ㄱ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김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도 알아보고 있다.
한겨레21은 매관매직 정황이 담긴 최 전 회장의 전화 녹취와 고발장, 벌꿀 매수와 관련된 자료를 입수했고, 직접 청도군을 찾아 복수의 관련자를 인터뷰해 이 사건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최 전 회장의 고발장과 여러 녹취를 종합하면, ㄱ씨와 김하수 군수가 매관매직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ㄱ씨는 승진을 청탁한 청도군 공무원 ㄴ씨와 한 통화에서 여러 번 “군수”를 언급했고, 최 전 회장을 통해 ㄴ씨에게 청탁 액수와 돈 전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이번 매관매직 사건은 2022년 12월 청도군 각북면장(5급 사무관)인 ㄴ씨가 청도군청 재무과 계장으로 근무 중인 친형 ㄷ씨의 사무관 승진을 최 전 회장에게 청탁하면서 시작됐다. ㄴ씨는 2022년 12월12일 ㄱ씨와 친분이 깊은 최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형(ㄷ씨)이 (정년 퇴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승진 순번도 이번이 맞다. 형만 한 아우가 없는데, 동생이 먼저 승진해 어머니가 마음 아파한다. (ㄱ씨에게) 말씀 한 번만 드려달라”고 말한다. 최 전 회장은 “알았다. (ㄱ씨에게) 말씀드려보겠다”고 답했다. 2022년 12월20일 최 전 회장은 ㄴ씨에게 전화해 ㄱ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한다. 최 전 회장이 “저번에 (청탁 대가로) 주시려고 하는 액수(2천만원)가 적은 것 같다. 면장으로 가는 게 3개(3천만원)라고 하더라. 이게 규율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ㄴ씨는 “금액은 신경 쓰지 말라고 (ㄱ씨에게) 말씀 한 번만 드려달라”고 답했다.
최 전 회장과 ㄴ씨가 소통하는 사이 ㄱ씨는 승진 청탁 대상자인 ㄷ씨와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ㄷ씨가 “옛정을 생각해 형님으로서 한 번만 살려달라”고 하자, ㄱ씨는 “(최 전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날 저녁에 바로 (군수에게) 말씀은 드렸다. 원래 군수 스타일이 보안 때문에 즉석에서 말하지 않는다. 일단 알아듣도록 충분히 말했다”며 ㄷ씨를 안심시켰다. 실제 ㄷ씨는 2023년 1월10일 청도군청 5급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ㄴ씨는 친형의 승진이 발표되자 최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습니다. (ㄷ씨가 승진)됐다”며 울먹였다.
다음날인 1월11일 ㄴ씨에게 돈을 받은 최 전 회장은 ㄱ씨를 만났다. 고발장에는 ‘최 전 회장이 2023년 1월11일 저녁 8시께 각남면사무소에서 ㄴ씨에게 1천만원 현금 묶음 3개가 담긴 봉투를 받은 뒤 ㄱ씨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가서 건네줬다’고 적혀 있다. 최 전 회장은 한겨레21에 “(돈을 받은) ㄱ씨가 ‘지금 바로 군수 집에 가져다주고 올게. 화투 치고 있어라’라고 말하더니 차를 타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ㄱ씨와 김 군수의 뇌물 혐의가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정황이다.

최아무개 전 청도군장애인연합회 회장이 공무원 ㄴ씨로부터 승진을 대가로 받은 돈을 김하수 청도군수의 최측근 ㄱ씨에게 전달한 장소로 지목한 청도군 청도읍의 한 도로변. 최 전 회장은 2023년 1월11일 저녁 8시께 ㄱ씨가 도로교통표지판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봉고차 앞에서 돈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한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문제는 이런 매관매직 의혹이 이 사건뿐만 아니라 청도군에서 빈번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최 전 회장은 ㄴ씨와의 통화 도중 “규율”을 언급한 이유가 ‘공무원들의 승진 청탁이 만연했기 때문인가’라는 한겨레21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 전 회장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ㄹ씨 역시 한겨레21과 만나 “공무원 급수에 따라 3천만원, 5천만원으로 매관매직이 있었다는 소문들이 있다”며 “청도는 예전부터 그래 왔다”고 말했다.
뇌물을 받고 관직을 거래하는 매관매직이 청도에서 “관례”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녹취는 더 있다. 청도군 산악회장인 황아무개씨는 2026년 3월31일 경찰 출석을 앞둔 최 전 회장에게 전화해 “이 사건이 번지면 청도군 공무원들은 줄초상 난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을 사실상 회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최 전 회장 이름), 네가 내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경찰에 가서 ‘우발적으로 폭로했다’고 하면 사건은 종료된다. (…) 김하수는 이번 사건이 보도됐기 때문에 군수에 당선되기 어렵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비리가 적발돼) 파면되면 연금이 안 나온다. 이것(매관매직)은 관례다. 어느 군수든 (돈) 안 받고 승진시켜주는 경우가 있었나. 군수 하나만 조지면 되지. 나머지 사람을 니가 피해자 만들면 안 되거든. 보상은 내가 충분히 해줄게.”
최 전 회장을 회유하려 한 황씨는 ㄱ씨와 김하수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도 연루된 인물이다. 최 전 회장은 ㄱ씨와 김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에서 ‘ㄱ씨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김하수 군수가 당선되도록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선거조직을 꾸렸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ㄱ씨가 청도 각 읍면의 선거조직 책임자에게 ‘특정 업체의 벌꿀을 사 명절 때마다 선거조직원들에게 배부하라’고 지시한 뒤, 추후 이들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최 전 회장은 자신이 ㄱ씨에게 해당 업체를 소개했다고 말한다. 경찰은 벌꿀 주문 내역이 적힌 업체 장부를 최 전 회장에게서 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도군 산악회장으로서 유권자와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 황씨는 ㄱ씨로부터 벌꿀을 구매해 선거조직원이나 유권자에게 돌린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씨도 ㄱ씨와 친분이 깊다는 사실, 그를 통해 벌꿀을 구매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황씨는 한겨레21과 만나 “아들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영업상 필요했고 고객관리 차원에서 선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 조사를 3시간 받았다. 조사받은 당일 벌꿀을 구입했다는 5명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람들과 상종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는 매관매직 의혹도 부인했다. “과거 정한태 군수 사건 때문에 돈거래는 없어졌다. 이곳은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받은 사람은 돈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정한태 군수 사건’은 2007년 12월 치른 재보궐선거에서 정한태 전 청도군수가 유권자에게 수억원을 살포해 군민 수천 명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 가운데 2명이 농약을 먹고 음독자살한 사건을 일컫는다.
하지만 황씨의 해명과 달리 청도군 사업가들은 국민의힘 공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군수는 매관매직은 물론 각종 인허가 사업과 수의계약까지 꼼꼼하게 챙긴다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21이 만난 청도군의 한 사업가는 “2022년 지방선거가 끝난 지 1년 뒤에 ㄱ씨에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수없이 말했다”며 “군수가 매관매직으로 공무원들에게 코 묻은 돈을 받고, 사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빼돌려서 (국민의힘 군수 후보 경선에) 쓰고 있다는 것은 청도 군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한태 군수 사건’이 사람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은 청도군청으로부터 자료 협조를 받고 매관매직이나 벌꿀 구매자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하나둘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ㄴ씨도 2026년 4월 경북경찰청에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ㄴ씨는 한겨레21과 만나 “경찰에 가서 모든 것을 말했다. 경찰에 가서 물어보라”라며 형 ㄷ씨의 승진과 관련한 청탁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최 전 회장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고, ㄱ씨에게 청탁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ㄴ씨와 ㄷ씨 형제는 2024년 12월 5급 사무관을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김하수 군수는 2026년 3월 자신의 폭언 사실을 폭로한 지역 요양원 원장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8억원의 예산을 들여 군청 소속 공무원 전원(800명)을 일본으로 연수를 보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군민 일부가 국민의힘 경북도당에 김 군수의 공천 배제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고, 지역 원로 정치인도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구자근 의원)에 김 군수의 비위 의혹을 문제 삼았지만, 김 군수는 2026년 4월22일 문제없이 공천을 받았다.
김 군수는 앞서 4월10일 청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천만원이 (승진 대가로) 지급됐다는 내용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녹음파일 내용을 종합해도 그 돈이 전달됐다고 볼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히며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겨레21은 김 군수에게 여러 의혹과 관련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김하수 군수의 의혹이 공천 과정에서 논의됐는지’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현직 군수의 매관매직 연루 및 선거조직 관리 의혹은 개인 비위를 넘어 지역주의가 뿌리 깊게 박힌 정당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공천=당선’인 청도군에서는 군수 당선을 위해 국민의힘 공천에 목매고 바닥부터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이전투구를 벌인다. 결국 중앙당→지역구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공천이 톱다운(상의하달) 방식으로 고착화해 있는 정당정치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청도군의원 ㅁ씨는 “정당정치가 지역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지역 공천은) 톱다운 방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군수 공천을 결정하고 군수가 군의원의 공천을 결정하니, 의회가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식구들끼리 칼질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ㅁ씨는 이어 “공무원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인사권인데, 인사권을 쥔 군수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한다”며 “이 상황에서 군수가 (모든 사업의) 10원짜리 하나하나까지 다 챙긴다”고 덧붙였다.
청도군에서 반복되는 선거를 둘러싼 비리의 이면에는 노골적인 지역주의도 자리 잡고 있다. 정치 지형상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세력이,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세력의 우세가 불변의 진리로 작용해 정당 간 경쟁이 사라졌고, 지역 정치가 전반적으로 허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 정당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본선보다는 경선에 집중한다. 인구 4만여 명의 청도군처럼 유권자 수가 적을수록 매표 행위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도 크다.
이 때문에 승자독식 구도를 만들어 특정 정당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점하게 하는 소선거구제를, 다양한 정당이 권력을 분점할 수 있게 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온다. 김준우 전 녹색정의당 대표는 “일당 독재를 막기 위해 광역의회에서는 소선거구제를 해체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 다만 중대선거구제 같은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현실 정치에서 이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체력을 정당이 가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호남에서는 국민의힘이,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체력을 키워 정치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장을 중간평가하는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도 미국처럼 자치단체장 임기 중간에 의회 선거를 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를 함께 치르다보니 단체장을 향한 심판 기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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