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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성교 하는 남성’ ‘서로 몸 비비는 여성’… ‘혐오수어’, 이대로 놔둘 건가요

농인 성소수자 단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우지양 상임활동가 “성소수자 표현하는 ‘혐오수어’ 대신할 수어 등재해야”
등록 2026-08-14 11:02 수정 2026-08-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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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양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 상임활동가.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우지양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 상임활동가.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한국수어는 성소수자를 ‘항문성교를 하는 남성’ ‘서로 몸을 비비는 여성’ 등으로 표현한다. 정작 이성애자는 성행위로 묘사되지 않는다. 이렇게 성소수자를 성행위로만 규정하는 ‘혐오수어’는 국립국어원이 공인하는 한국수어사전에 십수 년간 등재돼 있다.

농인 성소수자 단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는 2022년부터 혐오수어 삭제와 대안수어 등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기존 혐오수어를 두고 “널리 쓰이는 표현이니 문제없다”며 존치해왔다. 이에 시민 1073명과 57개 단체는 2026년 8월4일 국립국어원에 대안수어 등재를 요구하는 연서명을 제출했다.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의 우지양 상임활동가에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혐오수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게이와 레즈비언을 성행위 자체로 표현하는 수어가 대표적인 혐오수어다. ‘혐오수어 없는 한국수어’는 성소수자를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하게 성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성별과 관계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표현 전반을 검토하라는 의미다.”

―혐오수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 그래서 문제가 되는 분야는 어디인가.

“가장 시급한 분야는 뉴스와 각종 행사에서의 수어통역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에는 성소수자 지지 활동으로 잘 알려진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에서조차 성소수자를 혐오수어로 통역하는 일이 있었다. 더 심각하게 보는 사례도 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는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가 제안한 대안수어를 사용했던 수어통역사가 뉴스 통역에서는 다시 혐오수어를 쓴 적도 있다. 대안수어의 존재를 몰랐던 경우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다.”

―혐오수어는 성소수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가.

“혐오수어 표현을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반복 사용하면서 ‘성소수자는 좋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당사자에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커밍아웃은커녕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깨닫고, 스스로 인정하는 단계로 나아가기도 어렵다. 자기 정체성을 알게 되는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접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자신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의 혐오가 자기혐오로 내면화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대안수어가 실제 쓰인다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수어는 영상 아니면 기록이 남지 않지 않는데.

“국립국어원의 의지 부족이 문제라고 평가한다. 국립국어원은 ‘대안수어가 농사회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 제출을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에 요구했다. 국가기관이 수행해야 할 언어 조사 업무를 단체에 전가한 거다. 또 국립국어원은 당사자들이 개발한 표현을 사전에 등재한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따로 조사해보니 네덜란드·일본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사례를 말해달라.

“네덜란드에서는 농인성소수자 당사자가 참여해 개발한 성소수자 관련 수어를 네덜란드수어센터 사전에 올린 적이 있다. 일본 수화언어연구소는 ‘표준수어 확정의 원칙’에서 ‘전문용어나 특정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말은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가능한 한 반영한다’고 규정한다. 두 사례 모두 소수자 공동체에서 실제 어떤 언어를 만들고 사용하는지, 기존 표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우리가 국립국어원에 같은 접근을 요구하는 이유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사가 보도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는 만큼 한국수어 통역도 철저히 감수해야 한다. 수어통역사가 화면 한쪽에 따로 등장한다고 해서 그 내용에 대한 언론사의 책임까지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수어 통역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이 지켜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게이’를 뜻하는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의 대안수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게이’를 뜻하는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의 대안수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레즈비언’을 뜻하는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의 대안수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레즈비언’을 뜻하는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의 대안수어.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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