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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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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밭에서 뛰놀면 좋은 일만 생긴다

퇴비와 달걀, 벌레 잡기, 고기뿐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닭이 주는 ‘일거오득’
등록 2026-08-13 22:08 수정 2026-08-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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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편

풀어놓은 닭들이 포도밭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예쁘다.

풀어놓은 닭들이 포도밭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예쁘다.


우리 밭에 닭이 몇 마리 산다. 남편이 항생제 먹지 않은 닭의 ‘신선한 똥’을 거름으로 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오일장에 가서 병아리 몇 마리를 사왔다. 이 닭들이 똥을 얼마나 누어 거름으로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똥이 많이 나온다. 매주 닭장에 똥이 수북수북 쌓인다. ‘신선한 똥’을 수확한 뒤 푹 묵혔다가 밭에 뿌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밭에서 하나의 행위를 해 적어도 세 개의 득이 돌아오게 하면 가장 좋아. 특히 닭은 이상적이야. 땅을 긁어주고 벌레를 먹지, 퇴비가 되는 똥을 싸지, 알을 낳아주지, 고기로도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닭을 키운다는 하나의 행위가 4개의 득을 가져오지.” 남편의 말이다. “닭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닭을 잡는 건 당신이 해야 한다고 하니, 눈만 동그래지고 아무 말도 못한다.

암컷 다섯에 수컷 한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키우고 보니 세 마리가 수컷이다. 수컷들은 틈만 나면 싸우더니 이윽고 하나가 대장이 된다. 서열이 정해지니 대장이 모이를 먹으면 다들 물러나 있다. 암탉들은 대장만 따라다닌다.

“밭에 닭들이 돌아다니네. 그런데 수탉이 저렇게 많으면 안 돼. 암탉 스무 마리에 수탉 한 마리가 가장 이상적이야. 수탉들 등쌀에 암탉이 못 견뎌. 한 마리 잡아줄까?” 친구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할머니가 닭 잡는 걸 많이 봤고 닭서리도 해봤단다. 슬슬 밭으로 가더니 어떻게 했는지 순식간에 한 마리 잡아 물을 끓이고 털을 뽑아 요리해버린다. “나중에 저 한 마리도 마저 잡아줄게.” 닭서리에 재미 낸 친구가 다음을 기약했지만 그럴 새도 없이 무리에서 떨어져 다니던 외톨이 수컷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더니 다음날 암컷도 한 마리 사라졌다.

매나 살쾡이 짓이라고 한다. 갑자기 식구가 셋으로 확 줄어버려 오일장에 가서 다시 병아리 셋을 데리고 온다. “이건 모두 암탉 맞죠? 수탉 되는 거 아니죠?” 다짐을 했지만 5개월 뒤에 보니 또 한 마리가 수탉이다. 친구들이 와서 또 잡아먹으려 했지만 막았다. 외모가 너무 아름다운 수탉이어서 먹고 싶지 않았다.

평소 자급자족의 꿈이 있었다. 닭 정도는 키워서 내 손으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닭을 키워보니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닭을 잡는 것이, 한 생명의 숨통을 끊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엔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닭을 잡았을 것이다.

닭을 키우면 퇴비와 달걀, 벌레 잡기, 고기 네 가지 득이 돌아온다고 시작했지만, 또 다른 가장 큰 득이 있다. 닭을 보는 재미다. 나무 아래로 닭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다. 근심 걱정을 잊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어디서 알을 깠는지 와르르 병아리들을 데리고 나오기까지 한다. 꼬꼬거리며 엄마를 따라다니는 병아리 소리에 포도나무도 좋아서 잎을 팔락이는 것 같다.

밭에 어린 동물들이 땅을 헤집고 다니며 소리를 내니 공기가 다르다. 땅과 나무와 사람, 동물이 함께 있으니 비로소 포도밭이 꽉 차고 완성되는 느낌이다. “저 병아리들이 전부 수컷이 되는 건 아니겠지?” 저들 중 반이라도 암탉이 되기를, 매나 살쾡이에게 잡혀가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살기를 기원해본다.

글·사진 신이현 작가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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