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22년 4월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77/imgdb/original/2022/0415/1016499897152158.jpg)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22년 4월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두 평검사가 역대 최대 규모 수사팀에서 만났다. 2003년 10~11월 윤석열 광주지검 검사(당시 43살)와 한동훈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당시 30살)는 대검찰청 옛 중앙수사부(중수부) 대선자금 수사팀에 합류했다. 대검 중수부는 5대 그룹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 중이었다. 부장검사 이하 검사 15명이 모였다. 내로라하는 특수통 검사들이 포진해 ‘드림팀’이라고 불렸다. 전 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최종 수사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불법 대선자금 823억원, 113억원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치인 30여 명과 기업인 20여 명을 기소했다.
두 검사의 연은 길게 이어졌다.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기아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과 팀원으로 만났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검장(윤석열)과 특별 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한동훈)를 맡았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을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보좌했다. 2022년 두 검사는 각각 대통령 당선자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다시 만났다.
2022년 4월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최측근인 한동훈(49)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법무행정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립하는 데 적임자.”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그들 앞에 놓인 현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12일 의원총회에서 ‘수사-기소 분리 법안’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법 시행 유예기간 3개월 동안 △대안 수사기구 설치 △경찰권 비대화 방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동훈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4월13일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며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례적인 ‘소신 발언’이었다.
한 후보자 지명은 인수위 안팎에서도 ‘파격’으로 여겨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한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으로 기용될 거란 관측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이다. 수원지검엔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사건들이 배당돼 있다. 윤 당선자가 대선 후보 시절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A검사장(한 후보자를 지칭)이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실었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운 이력 탓에 ‘수사 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법무부 검찰국장 등 행정·정책을 맡는 자리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예측 범위 밖이었다.
‘검수완박’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인사한 후보자는 논쟁적인 인물이다.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 사건’ 수사 방향을 진두지휘했다.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뒤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다. 2020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도 연루됐다. 채널에이(A) 기자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인 한 후보자(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 공모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불거진 지 2년여 만인 2022년 4월6일 서울중앙지검은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날 한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어 “권력의 집착과 스토킹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협박성 취재를 한 혐의(강요미수)로 기소된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후보자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2020년 4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와 기자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고발장에는 한 후보자가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관한 반박 내용이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의혹의 고발장’이 전달되기 직전 3일간 한동훈 후보자,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총 128회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결정문)
숱한 논란의 당사자이자 김오수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0기)보다 일곱 기수 아래인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방침에 대한 ‘맞불’로 읽힌다. 김준우 변호사는 “(대통령이) 검찰을 컨트롤하겠다는 뜻 그 이상으로 봐야 한다. 검수완박에 맞대응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면 해석하기 어려운 인사”라며 “(2019년 ‘조국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에 공개적으로 맞선) 상징적인 인물이자,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파이터를 지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측근을 내세워 검찰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를 공개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채택 전엔) 윤 당선자는 한 후보자 지명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수완박 이후 그 제약을 돌파하는 제도 정비 등을 위한 카드로 한 후보자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수완박이 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통해서 수사할 길이 있다는 점도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사권을 이관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을 활용할 수 있다. 특검법은 국회가 의결하는 특검 수사와 별도로,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한 후보자 지명이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후보자 지명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검찰개혁을 되돌리겠다는 메시지”이자 “검찰과 법무 분야는 윤 당선자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짚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수 파괴’로 검찰 인사를 자연스럽게 물갈이하고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로 법무부와 검찰을 채워 대통령 친위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지금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대선 패배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새 정부 세력은 차기 인사를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모두 검찰 이슈에 묻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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