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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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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경쟁’ 대선, MZ세대가 향방 가른다

2030 유권자 69%가 아직 투표할 후보 못 찾아… ‘제3지대’ 단일화 여부도 관심
등록 2021-11-13 02:21 수정 2021-11-13 06:01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2022년 3월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는 5파전이 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누가 이기든 진영논리의 골은 더 깊어지고 사회분열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거대 양당 중심의 승자독식 정치의 폐해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제3지대 후보들이 공약 내용과 세력 면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면,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 남은 시간은 4개월, 여느 때 없이 역동적인 시간이다. 선택의 막이 올랐다._편집자주

2021년 11월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제20대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5명의 선수가 링 위에 올랐다. 국회 의석 169석을 가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57) 전 경기도지사, 103석의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61) 전 검찰총장, 6석 정의당의 심상정(62) 의원, 3석 국민의당 안철수(59) 대표,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64) 전 경제부총리.

그동안 대선 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엔 윤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제치고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선거일(2022년 3월9일)까지는 아직 넉 달이나 남았다. 판세가 여러 차례 출렁일 수 있는 시간이다.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3가지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후보.

(왼쪽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후보.

① 비호감 대선과 ‘0선’ 대선 후보

역대 대선에 견줘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인 11월5~7일 전국 성인 1천 명에게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59.5%, 윤석열 후보는 56.1%로, 두 후보 모두 60%에 육박했다. 반면 ‘호감도’(매우 호감이 간다+대체로 호감이 간다)는 이 후보 36.8%, 윤 후보 40.1%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게다가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는 상승 추세다. 한국갤럽의 2021년 3월9~11일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43%·47%였는데, 7개월이 지난 10월19~21일 조사에서는 60%·62%로 높아졌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거기에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논란과 안정감 부족, 윤 후보는 ‘개 사과’ 논란과 잦은 말실수를 비롯해 초보 정치인의 불안정한 모습 등을 노출해왔다.

묻지 마 ‘반대 투표’ 성격 짙어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거대 양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갈라져 있고, 그 진영논리의 골이 깊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나 보수 진영 모두, 내가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에 대한 불안, 나아가 공포 때문에 내가 선호하는 후보에게 흠결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찍는 ‘반대 투표’의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둘 다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0선’ 대선 후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은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후보는 다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역임한 ‘정치 베테랑’ 이낙연, 추미애, 정세균 후보를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치 신인’ 윤 후보도 다선 의원에 당대표 경력이 있는 홍준표 후보와 역시 다선 의원 출신으로 여의도 정치 경험이 많은 유승민·원희룡 후보를 제치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 이는 지난 6월 국민의힘에서 다선 의원들을 물리치고 ‘0선’의 30대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2월 발표한 ‘2020년 사회통합실태조사’의 기관별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국회는 군대·경찰·검찰 등보다 신뢰도가 낮아 꼴찌를 기록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우리 정치에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신호들”이라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회를 바로 세울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세대 여성들과 생활체육 ‘넷볼’ 경기를 체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10월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세대 여성들과 생활체육 ‘넷볼’ 경기를 체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② 캐스팅보트 쥔 MZ세대

2030세대(18·19살 포함)는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이들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촛불을 들었고, 2017년 제19대 대선(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2020년 제21대 총선 등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3연승을 거두는 데 든든한 지지 기반이던 2050세대의 한 축이었다. ‘청년세대는 진보’라는 전통적 도식이 맞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다.

MZ세대, 진영논리 아닌 실리 따른다

그러나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MZ세대가 이 축에서 빠져나오면서 도식은 깨졌다.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공정성 논란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 등에 대한 분노가 MZ세대 이탈의 도화선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상파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20대는 55.3%, 30대는 56.5%로 과반의 표를 몰아줬다. MZ세대의 선택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결정지었다.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 40대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고한 상황에서 MZ세대의 표심이 ‘캐스팅보터’로서 서울시장 당락을 좌우한 것이다. 이 흐름은 2022년 대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재명 후보 쪽과 윤석열 후보 쪽은 청년세대를 위한 공약 개발과 소통 강화 등을 통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부심 중이다.

하지만 MZ세대의 표심 잡기는 녹록지 않다. 이들의 표심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1월7~8일 전국 성인 1천 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47.5%였다. 연령별로 뜯어보면 20대는 69.4%, 30대는 68.3%가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MZ세대 10명 중 7명이나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셈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31.7%였다. 하지만 20대의 64%, 30대의 56.9%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MZ세대 표심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MZ세대는 진영이나 이념에 매몰돼 있지 않고, 실리적으로 투표하는 성향을 띠는데, 이번 대선의 키를 쥔 이들의 표심을 얻는 것이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진보 정부 심판 성격을 띠었던 2007년 대선 때 2030세대가 대거 투표에 불참해 이들의 투표율은 40~50%대로 낮았던 반면, 60대 이상은 70%대 투표율을 기록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530만 표라는 큰 표차로 이겼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2030세대의 표심을 파고들지 못하면, 2030세대가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2021년 11월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③ 제3지대의 영향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는 이른바 ‘제3지대’ 후보로 ‘양당 체제 극복’이라는 기치를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세 후보가 얻는 지지율의 합은 10% 안팎이다.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10% 안팎의 지지율은 거대 양당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6.3%,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9.8%로 나타났다.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2.7%,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5%로 조사됐다. 양쪽 진영 모두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선거전 초반이다. 향후 4개월 동안 제3지대 후보들과 거대 양당 후보와의 단일화 또는 공동정부 구성, 각자 완주, 제3지대 단일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강요된 양자택일에 거부감 팽배

김형준 교수는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017년 대선처럼 이번 대선도 다자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심상정·안철수·김동연 후보의 제3지대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막판에 (1997년 대선 때) DJP연합처럼 공동정부 구성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정의당·국민의당 청년 당원 등이 결성한 ‘대선 전환 추진위원회’는 “강요된 양자택일을 거부한다. 심상정·안철수·김동연 같은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말하는 제3의 후보자들이 거대 양당에 종속되지 않고 새 시대를 열기를 요구한다”며 5천 명의 연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제3지대 단일화를 요구한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다 결렬된 만큼 “결국 국민의힘과 단일화할 것으로 보인다”(엄경영 소장)는 전망도 나온다. 심상정 후보는 8월 대선 출마 선언 때부터 줄곧 민주당과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동연 후보에 대해선 ‘현재의 미약한 세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형준 교수는 “제3지대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을 막을 수 있는 정치 실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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