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성소수자위원회 초대 위원장인 ‘모’ 교사(오른쪽)가 2025년 6월14일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에 참여해 길을 걷고 있다. 본인 제공
인간의 성별은 여성과 남성 둘밖에 없다는 성별 이분법과 거기에서 파생된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힌 공간 중 하나가 학교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로 학생들을 세운다. 체육 시간에도 학생들을 ‘여자팀’과 ‘남자팀’으로 나눈다. 교복도, 화장실도 ‘여자용’과 ‘남자용’으로 구분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목소리가 작거나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남학생, 목소리가 크거나 화장을 안 하는 여학생은 ‘남자답지 못하다’ ‘여자답지 못하다’며 놀림과 비난, 모욕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성별을 억지로 둘로 갈라 ‘여성성’ ‘남성성’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고통을 경험한다. 성소수자 교사 또한 이런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다. 그런 교사들과 앨라이(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비당사자) 교사가 뭉쳐 학교를 누구나 존중받는 세계로 바꾸기로 했다. 학교에 평등의 무지개를 띄우기 위해 2026년 3월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내에 출범한 ‘성소수자위원회’(성소위)의 초대 위원장 ‘모’(활동명) 교사를 4월5일 인터뷰했다.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여성과 남성이 결합한 가족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기꺼이 ‘모난’ 사람이 되어 논에 ‘모’(벼의 싹)를 심듯 학교에 평등의 싹을 틔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명이다.
―성소위가 필요한 이유는.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전교조에도 성소수자 조합원이 존재한다. 그동안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성평등특별위원회가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다뤘다. 하지만 여성위원회는 여성 조합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2008년 발생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성평등특별위원회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만 집중하기 어렵다. 전교조 내 성소수자 조합원이 많고 ‘나뿐만 아니라 학생과 동료 교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교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응할 독립기구 설립이 필요했다.”
―성소위의 활동 목적은.
“성소수자 교사 10명 중 7명이 학교에서 혐오표현을 듣거나 차별을 경험한다.(2025년 3월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 ‘엘지비티큐플러스(LGBTQ+) 교사의 학교 경험’ 설문조사) 학생들이 ‘게이’(남성 동성애자)라는 말을 비하의 뜻으로 사용하는 풍경은 일상이 됐고, 한 학교에서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하는 교사는 다른 동료 교사로부터 ‘토할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또 동성혼이 법제화(법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동성 파트너(배우자 포함)가 있는 교사는 파트너가 아프거나 사망했을 때 가족돌봄 휴가나 경조사 휴가를 쓸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젠더 표현’(자신의 성별을 복장이나 용모 등 외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할 수도 없고, 성중립 화장실이 없어서 겪는 피해도 크다. 상대방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으로 생각하고 건네는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도 일상적인 압박이다. 이처럼 침해받는 성소수자 조합원의 권리와 인권, 노동권을 보장하고 학교 안에 성소수자 친화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활동 계획 중에 ‘극우 대응 활동’이 눈에 띈다.
“특정한 종교적인 신념을 기반으로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하고 그 혐오를 선동하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극우의 주된 표적이 성소수자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과거엔 호모포비아(동성애자 혐오)가 강했다면 지금은 트랜스포비아(트랜스젠더 혐오)를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극우 세력이 최근 여러 해에 걸쳐 ‘성교육 강사’를 양성해서 공교육에 침투하고 있다. 학교에 가서 성소수자 혐오 교육, 임신중지 반대 교육을 하고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발병은 동성애 때문이라고 가르친다. 2022년 대전시 인권센터와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위탁기관으로 보수 개신교 단체가 선정됐던 일, 2025년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위탁기관으로 보수 개신교 단체가 선정될 뻔한 일도 극우 세력 침투에 해당한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극우 세력을 모니터링(추적감시)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성소수자 청소년과 양육자도 함께 참여하는 연대체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물론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교사들과 단체도 있지만, 최근 교직 사회에 학생과 보호자를 마치 악성 민원인으로 보는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다. 성소위는 성소수자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양육자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다양성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의 세 주체(학생·양육자·교원)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차별과 혐오에 대항해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 포괄적 차별금지법, 성평등한 교육과정 등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함께 연대하고 투쟁할 수 있는 단위 구축이 필요하다.”

2026년 2월5일 전교조 내에 성소수자위원회 설립을 원하는 조합원 30명이 ‘교육희망 전교조회관’에 모여 성소수자위원회 설립을 지지하는 게시문을 건물 벽에 붙였다. 모 위원장 제공
―성소위를 바라보는 주변 교사들의 시선은 어떤가.
“성소위에서 활동하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도 있고, 지부에서 활동하던 한 조합원은 지부장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성소위 출범 전) ‘성소수자위원회 설립을 원하는 조합원 모임’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성소위 지지 연명에 참여해달라고 했을 때 (성소수자) 당사자는 아니지만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자기 일처럼 나선 앨라이도 많았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도 성소위 출범을 축하했다. 두더지처럼 땅속에 숨어 있던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다. 그동안 ‘벽장’(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사는 일의 은유적 표현) 안에 가려졌던 목소리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도 느낀 건데, ‘나’를 드러낼수록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낀다. ‘나’를 드러낸 뒤로 혐오와 차별에 함께 맞서 싸울 동지를 만나면서 내가 더 안전해진다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은 정말 필요하다. 전교조라는 조직의 쇄신 차원에서도 그렇다. 벽장 밖으로 나올수록 우리는 더욱 연결되고, 그러면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노동조합, 학교, 나아가 우리 사회에 무지개색을 입히면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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