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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살 트랜스젠더 배우 색자 “무대 위 프리마돈나, 지금도 내가 최고”

‘이반리 장만옥’에서 선아 역 맡아… “내가 말하는 내 삶엔 한 치의 거짓이 없다”
등록 2026-06-04 20:09 수정 2026-06-10 11:26
영화 ‘이반리 장만옥’의 배우 색자가 2026년 6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화 ‘이반리 장만옥’의 배우 색자가 2026년 6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배우 색자가 풍기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당당함’이다. 인터뷰 시작과 말미를 “내가 말하는 내 삶엔 한 치의 거짓이 없다”로 장식하는 이 언니, 쿨하다. 막힘이 없다. 40년 넘게 “무대 위 프리마돈나로 살았고 지금도 내가 최고”라는 그는 트랜스젠더 바, 연극 무대에 이어 이번엔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이반리 장만옥’에서 만옥의 선배이자 동료인 선아 역을 맡은 색자를 2026년 6월2일 만났다. 파란색 선글라스를 쓰고 깔끔한 셔츠에 요즘 유행하는 배기 커브 진을 입고 나타난 색자는 젊어 보이고 멋있다는 칭찬에 “나 올해 만 69살, 오늘 괜찮아 보여? 너무 고맙네”라고 시원하게 답했다.

연극 ‘드랙×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등에 출연한 색자는 1월 트랜스젠더 배우로는 최초로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았다. “관객과 만나는 장르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그는 처음엔 ‘이반리 장만옥’ 출연을 제의한 이유진 감독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하려 했단다. “주인공 만옥이랑 내가 나이 차이가 너무 나잖아. 안 하려 했는데, 감독이 내 연극을 보고 선아 역할 자체를 날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덜컥…. 처음엔 스크린 연기가 어색해서 감독한테 혼도 많이 났어. 하하하.”

그래도 연극과 달리 영화는 ‘다시 촬영할 수 있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엔지(NG) 나도 다시 찍을 수 있으니 좋더라고. 완벽하게 내 맘에 들 때까지 노력해볼 수 있잖아. 연극할 땐 대사 까먹는 실수도 많이 했거든. 그래도 후반에 찍은 술 마시며 신세 한탄하는 장면은 한 방에 오케이 받았어.”

‘이반리 장만옥’에서 그의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분위기를 압도한다.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연기한 까닭이다. “트랜스젠더다운 모습을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 나만 할 수 있는 연기니까. 재연이가 남자애들한테 괴롭힘당하다 경찰서에 간 장면에서 애들 혼낼 때 갑자기 남자 목소리 내는 장면, 그거 내 아이디어였어.”

그뿐만 아니다. 선아의 모든 의상, 액세서리도 모두 본인이 준비했단다. “알록달록한 트레이닝복도, 화려한 모자랑 드레스도 다 내 거야. 독립영화라 제작비도 부족하고, 또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지. 감독 수지맞았지, 뭐.”

영화 ‘이반리 장만옥’의 배우 색자가 2026년 6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화 ‘이반리 장만옥’의 배우 색자가 2026년 6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화가 시종일관 발랄하고 경쾌한 게 마음에 든다는 색자는 그래도 한 장면에서는 내내 울었다고 했다. 성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재연이 아지트로 꾸민 가건물이 아버지(만옥의 전남편)에 의해 불타는 장면이다. “옛날엔 트랜스젠더·퀴어라는 말도 없었어. 호모 새끼란 말 들으며 그 시절에 고생한 생각이 나서 감정이입이 됐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

어린 시절부터 “너무 여성스러워서” 자신을 그냥 여자로 인식했다는 색자. 1980년대부터 한국은 물론 일본의 트랜스젠더 바 무대에서 활동한 1세대인 그는 16살 때 가출을 감행했다. ‘나의 길’을 찾고 싶어서였다. 무대에 처음 섰을 때 운명처럼 “여기가 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걸핏하면 경찰에 단속당하고 끌려가 조사받던 그 시절에 견주면 퀴어 인권이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가 극심한 것을 보면 “요즘 젊은 퀴어도 살기 녹록지는 않구나” 싶단다.

“무지해서 그래요.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싫어하는 거지. 어릴 때부터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 사실 법 같은 게 없는 세상이 오면 제일 좋지만 너무 먼일이니까. (차별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지.” 언제든 자신이 필요하면 연극판이든, 영화판이든, 운동판이든 달려갈 거라는 색자. 6월13일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에서 청소년 퀴어 단체와 함께 연대 발언을 준비 중이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내 자전적 삶을 다룬 1인극 ‘뺨을 맞지 않고…’가 7월에 캐나다 초청을 받았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도 뽑혀서 10월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영화? 조건만 맞으면 또 하고 싶지. 난 장희빈 역 한번 해보고 싶더라.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클라이맥스’의 이양미(차주영) 같은 악역도 좋고…. 70대 장희빈 괜찮을까?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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