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성분이 고분자 단백질 사슬인 다이어트 의약품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소화효소에 분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알약으로 먹는 방식이 아닌 피부 아래 지방층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다이어트의 계절 여름이다. 바짝 다가온 무더위와 함께 매력적인 소식도 도착했으니 바로 다이어트 의약품의 신기원 위고비의 특허가 인도와 중국 등에서 만료된다는 내용이다. 값싼 복제약(제네릭)의 등장이 예고됨에 따라 투약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다이어트 의약품이 어떻게 살을 빼주는지 알아보자.
사실 다이어트 의약품들은 처음부터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역사는 당뇨병 치료제에서 시작한다. 당뇨병은 소화에 관련된 대표적인 질병이다. 음식 속 영양분은 소화기관에서 포도당 같은 단순한 형태로 분해된 다음 혈액으로 흡수된다. 혈액에 포도당이 많아지는 것은 곧 혈당이 올랐음을 의미하는데, 혈당이 오르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당뇨병 환자는 이런 인슐린의 작용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들이 인슐린의 말을 듣지 않아서 포도당이 혈액 속에 계속 남아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인체에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여러 호르몬이 있다. 그중 몇 가지는 장에서 나온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장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등의 호르몬을 통해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인크레틴이라고 통칭하는 이 호르몬들에 큰 관심을 가졌다. 왜냐하면 기존 당뇨병 치료제는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을 했는데, 그러면 혈당이 낮을 때도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 환자가 저혈당 쇼크에 빠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크레틴을 모방하면 더 안전한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임상실험 단계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뇨병 치료제를 맞은 환자들에게서 식욕 감퇴와 체중 감소라는 부작용이 공통으로 관찰됐다. 이는 GLP-1과 GIP의 숨겨진 효과 때문이었다. GLP-1은 인슐린 분비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었다.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작용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GIP 역시 위장 활동 지연, 인체의 에너지 사용량 증가 등에 관여했다. 이때부터 인크레틴 연구는 다이어트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것으로 급격한 방향 선회를 했다. 그리하여 GLP-1 기능을 모방한 위고비가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GLP-1과 GIP의 효과를 같이 볼 수 있도록 개발된 마운자로가 출시됐다.
두 약품의 효과는 놀라웠다.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68주 동안 투약한 그룹은 평균 15%가량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았다. 마운자로를 72주 동안 투약한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20%의 체중 감소를 경험했다. 메스꺼움이나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식사를 줄일 때 경험하는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또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이 좋은 약을 알약으로 편하게 먹지 못하고 번거롭게 피하주사 형태로 맞아야만 할까?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모방한 거라면 알약으로 먹어도 괜찮을 듯한데 말이다. 그건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라는 진리 때문은 아니다. 비밀은 우리의 소화기관이 가진 가차 없는 분해 능력에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은 아미노산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고분자 단백질 사슬이다. 이는 만약 우리가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일반 알약처럼 삼킨다면, 위장 속 소화효소가 이를 약물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소화기관의 입장에서 고분자 단백질 사슬은 아침에 먹은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덩어리로 인식될 뿐이다. 그리하여 삼킨 약물은 뇌에 도달해 식욕 조절 중추에 관여하기도 전에 소화효소에 사정없이 분해돼, 포도당 같은 단순한 영양분으로 흡수돼버릴 것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소화효소가 없는 피부 아래 지방층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대 과학은 집요하다. 최근 제약공학계는 먹는 비만약을 상용화하기 위해 소화기관을 속이는 기술을 완성해가고 있다. 약물 분자 옆에 위산을 순간적으로 중화하는 특수 화학물질 방패를 붙여 소화효소의 눈을 속인 뒤, 위점막 세포 간격을 일시적으로 느슨하게 벌려 단백질을 혈관으로 밀어넣는 식이다. 혹은 아예 단백질이 아닌 일반 화학 합성 물질을 3차원(D) 프린팅 하듯 설계해, 소화효소의 마수로부터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이제 특허 만료와 함께 값싼 복제약이 시장에 쏟아지면, 다이어트 의약품은 소수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커피처럼 대중의 일상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누구나 쉽게 식욕을 끄고 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우리에게 편리한 도구를 쥐여준다고 해서 몸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에 관한 오랜 금언은 이렇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 인체는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사용해 생명을 유지하거나 움직인다. 만약 에너지가 남으면 지방으로 저장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지방을 분해해서 사용한다. 그러니 금언은 틀릴 일이 없다. 다양한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근육도 같이 빠지거나 필수영양소가 부족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 지방을 없애주는 마술은 지방흡입술 정도를 제외하면 따로 없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보여주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 역시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금언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투약을 중단한 이후에도 몸매를 유지하려면 꾸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은 필수다. 약은 도움을 줄 뿐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서윤빈 소설가
*세상 모든 콘텐츠에서 과학을 추출해보는 시간. 공대 출신 SF 소설가가 건네는 짧고 굵은 과학잡학.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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