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걸 텔레비전으로 함께 보던 이는 “교황이 덩치가 커서 저렇게 작은 차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고 불경스런(?) 말을 했다. 고해성사는 했는지 모르겠다. 아멘. 아무튼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의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준중형 모델인 ‘쏘울’에 자연스럽게 타더니 손을 흔들고 가버렸다.
알고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은 차’ 마니아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교황으로 선출된 뒤 대성당까지 벤츠를 거부하고 폴크스바겐의 작은 차를 타고 갔다. 지난해 9월엔 이탈리아의 한 신부에게서 20년 넘게 탄 소형차(사진)를 선물받고도 즐거워했다. 그때 받은 자동차는 르노4로 30만km나 뛴 차였다. 교황이 일반 사제로 아르헨티나에 머물 때 탄 것과 같은 모델이라고 했다.
르노4, 국내에 없는 모델이라 찾아봤다. 역시 단종된 모델이다.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르노가 만든 첫 번째 전륜구동 승용차로, 700cc급 엔진을 장착했다. 당시 르노 회장인 피에르 드레퓌스가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경제적인 차를 만들라고 해 설계됐다고 한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수입차에 대응하라’는 울돌목스런 구호보다 멋있다. 르노4는 1961년부터 1992년까지 800만 대 넘게 팔린 대중의 차였다.
이렇게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고 했을 때 적합했던 차는 경차인 기아의 모닝이나 레이, GM의 스파크였을 것 같다.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차를 타는 모습, 상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는가. 그런데 지난 주말 찾은 동네 성당 주차장에선 막상 경차를 찾기는 힘들었다. 꼭 성당만 그런 것은 아니고 한국 사회에서 경차는 대접받지 못하는 차다. 경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올해 7월 기준)은 15.7%. 2012년 17.2%까지 오르던 경차 점유율은 하락세다.
경제적인 경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중 하나는 국내 경차 모델이 달랑 3가지밖에 없어서가 아닐까. 2012년 경차 점유율이 높았던 건 그 전해에 출시된 레이의 신차 효과가 있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는데 최근에 신차가 나오지 않아 경차 판매량이 떨어졌다”고 했다. 즉, 좋은 경차가 나오면 교황이 솔선수범하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반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배기량이 다양한 엔진에 폭넓은 디자인을 가진 경차가 많다. 현대차도 수익 좋은 중·대형 모델로만 경쟁하지 말고 경차를 좀더 많이 만들면 안 될까. 부르릉~.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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