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다 아랍 출신이었다.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우버를 부른 세 차례 모두 아랍계 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이쯤 되면 이 동네 우버 기사들은 모두 아랍계인가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우버를 부른 지역이 각각 달랐고 목적지도 모두 달랐으니 말이다.
지난 9월, 한창 중동 난민 문제로 유럽이 시끄러울 때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었다. 지금보다 유럽인들이 난민에게 훨씬 우호적일 때였다. 3살 아이가 유럽으로 향하다 배가 뒤집혀 터키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독일 등 여러 나라가 국경을 열고 난민을 받아들이던 때였다.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으로 가장해 유럽으로 숨어들어왔다는 흉흉한 소문도 없었다.
중산층 취재를 위해 덴마크에 갔고,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유럽과 아랍의 관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21세기 최첨단 정보기술이 만든 서비스인 우버를 이용하려 했다. 잠깐 우버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버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택시처럼 돈을 받고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서비스다.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자는 자동차를 깨워 사용을 늘린다고 해서 이른바 ‘자동차 공유경제’라고 했는데 ‘불완전 노동자를 만든다’는 논란이 많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한다. 앱을 열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에 있던 차량(일반 택시가 아니다)이 와서 태워가는 식이다.
해외에서는 은근히 쏠쏠한 서비스다. 국외로 나가면 누구나 그런 공포가 있지 않나. 택시비가 너무 비싸지 않을까, 외국인이라고 멀리 돌아가지는 않을까, 말이 통하지 않아 엉뚱한 목적지에 내려다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우버는 그런 걱정을 싹 없앤다. 우버는 부르기 전에 예상 비용을 알려주고, 목적지를 지도상으로 입력하게 돼 있어 운전기사에게 어려운 영어(그렇다, 어렵다!)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덴마크에선 택시보다 우버가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 더 싸다. 계산도 미리 입력해둔 신용카드로 결제되니, 팁은 얼마나 줘야 하나, 잔돈을 마련하고 타야 하나 하는 부수적인 고민도 필요 없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 한국인 유학생은 유럽에서 비싼 택시비에 한번 치인 뒤 우버만 탄다고 했다.
시트로앵을 몰고 나를 태우러 온 우버 기사 소뉘는 어머니가 중동 출신 덴마크인이었다. 어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중동을 떠났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교사가 되려고 공부 중인데 아르바이트로 우버를 한다고 했다. 우버는 괜찮은 벌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불법이라고 하니, 소뉘는 덴마크 택시기사들도 우버를 싫어하긴 하지만 여기선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두 번째로 만난 우버 기사 하산은 아우디를 몰고 나타났다. 코펜하겐 교외로 인터뷰를 하러 가야 하는데 택시보다 싸길래 불렀다. 운전하는 하산에게 물어보니 그 역시 아르바이트로 한다고 했다. 차가 좋다고 벌이가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는 웃기만 했다.
왜 우버 기사들은 모두 아랍계였을까. 소뉘와 하산에게 만약 제대로 된 일자리가 있었다면 이들은 나를 태우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스스로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우버는 기사의 임금이나 휴일, 단체교섭권 등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노동유연화로 일자리를 얻기 쉽고, ‘복지 천국’이라는 덴마크에서도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이들이 직장을 구하거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 틈에 기업 가치 625억달러(약 73조원)짜리 우버가 달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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