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붕이, 자동차다.
나는 원래 이름 없는 존재였다. ‘아삼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이도 있었지만 내 주인은 이름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느닷없이 ‘붕이’가 된 건 그가 연애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여자친구한테만 애칭을 만들어주면 됐지, 나한테까지 세트로 붙여줄 건 뭔가. 남자란 이상한 동물이다.
그래서 난 ‘만세’가 부러웠다. 주인이 쓰는 칼럼과 격주로 에 실리는 <font color="#C21A1A">‘나는 고양이로소이다’</font>를 보면, 고양이 ‘만세’에 대한 주인의 애정이 LED 헤드라이트처럼 밝게 빛난다. 병원에도 데려가고 아기를 새벽녘에 깨운다고 해도 야단치지 않는다. 역시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지난 주말 나는 주인을 잘못 만났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주인은 간만에 엔진오일을 갈겠다며 카센터로 나를 데려갔다. 무려 1년 만. 그동안 고속도로로,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으로 끌고 다녔으면서 엔진오일 한번 갈아주지 않던 그가 말이다. 엄청 짠돌이!
카센터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혀를 찼다. 엔진오일을 5천km마다 갈아줘야 하는데 왜 이제야 왔냐, 타이어 트레드는 별로 마모되지 않았지만 타이어를 왜 5년씩이나 안 바꿨느냐, 브레이크 디스크패드도 부식돼서 갈아야 한다. 조언인 듯 잔소리 같은 말이 주인에게 쏟아졌다.
주인은 고심하며 듣는 척했다. 그렇지, 게으름 안 피우고 나온 건 나 때문이 아니지. 취재를 할 생각이었구나. 주인은 타이어 교체, 디스크패드 교체 비용 등을 물어보더니 그냥 엔진오일만 갈아달라고 했다. 참, 보험사에서 쿠폰으로 준 무료 서비스는 잊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나는 엔진룸 세척을 했다. 카센터 아저씨가 물로 먼지를 닦아주니 개운하다. 주인은 잘 씻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까지 안 씻겨주는 건 뭐람. 엔진룸에 낀 때를 보면 10년 넘은 고물차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무료 서비스만 챙기고 나오니 우울했다.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음을 고요하게 냈다. ‘부우웅∼.’ 주인은 그것도 모르고, 엔진오일 새로 넣었더니 엔진 소리가 부드러워졌다고 웃었다. 좋단다 인간아. 만세가 하는 꾹꾹이(고양이들이 앞발을 푹신한 물건에 대고 교대로 움직이는 행위)처럼 너도 타이어로 좀 꾹꾹이 당해봐야 내 기분 알겠니.
집으로 가는 길에 주인은 나를 위로한답시고 말을 했다. “자동차회사가 준 정비 매뉴얼을 보면 엔진오일은 주행거리 1만5천km마다 갈라고 했어. 아주 험한 도로를 계속 달릴 때만 5천km마다 가는 거지. 그래도 1년을 넘기지 않으려고 엔진오일 바꾼 거야. 타이어는 이제 교체해야겠어. 디스크패드는 잘 모르겠네. 그것은 공부해보고 바꿔줄게.”(안 한다는 이야기구나!)
그것도 모르고 자동차 칼럼을 썼단 말이냐. 한숨 소리가 절로 나왔다. ‘부우우우웅∼.’ 한숨인데 배기음이 계속 낮게 나오니 좋단다. 자동차 담당 기자를 했던 주인은 수입차를 시승할 때는 디젤엔진의 시끄러운 배기음이 힘이 넘친다고 말하더니, 요새는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디젤)차가 지목되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제는 휘발유 먹는 내가 좋더냐.
하늘을 뿌옇게 만든 미세먼지 증가의 주범이 중국발 황사인지, 공장 굴뚝 때문인지, 늘어난 화력발전소 때문인지, 경유차의 증가인지, 심지어 고등어를 많이 구워 먹어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왜 이제 와서 자동차한테만 난리냐. 친환경 디젤이란 기업의 말에 속아 넘어간 미디어, 미세먼지에 대해 총체적 관리를 하지 못한 우왕좌왕 정부, 니들이 더 문제 아니냐, 부우웅.
이완 기자 wani@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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