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3월31일(현지시각) 저녁 8시30분 보급형 전기자동차 ‘모델3’을 공개했다. 테슬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차 출시 행사를 봤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접속했는지 영상 중계는 답답한 도심 정체처럼 자주 끊겼다.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만든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내놓은 세 번째 모델이다.
한때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100년 동안 쌓은 브랜드와 기술력을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받았다. 자동차 업체가 되려면 내연기관 엔진에 필요한 기술력과 어마어마한 공장시설이 필요한데, 신규 업체가 이 장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전통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10위권 생산시설을 갖춘 자동차 회사는 사실상 현대·기아자동차가 유일무이하다.
테슬라는 이런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고급형 세단 ‘모델S’가 시작이었고, 스포츠실용차(SUV) ‘모델X’가 인기를 끌고 있다. 3년 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보러 독일을 찾았을 때 사람들은 테슬라를 보고 생소해했다. ‘실리콘밸리가 만든 전자제품 차라니!’ 벤츠와 BMW가 있는 독일에서 보면 ‘듣보잡’ 모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테슬라 차를 열었고, 엔진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자동차 앞부분이 텅 빈 것에 황당해했다.
지난해 유럽을 다시 찾았을 때는 많이 변했다. 테슬라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설계가 유럽인의 눈길을 끌었다. 아직 기존 업체들의 행사장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설치된 테슬라 부스를 많은 이들이 찾았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도로에서도 테슬라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테슬라의 도전은 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장애물은 가격이었다. 고급형 모델S의 값은 7만달러(약 8천만원)부터 시작한다. 보조금을 받아도 높은 가격인 테슬라는 ‘비싼 전기차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억만장자(일론 머스크)의 과감한 도전에 함께하려면 소비자도 돈이 많아야 했다.
‘모델3’은 이 장애물을 걷어치울 셈이다. 모델3의 가격은 3만5천달러(약 4천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을 받으면 3만달러 초반에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3만달러 모델의 등장은 전기차 대중화로 가는 중요한 시점으로 본다.
현대차도 전기차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친환경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선보였다. 휘발유로 움직이며 배터리를 충전해 모터를 돌리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먼저 나왔고, 6월에는 전기차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지난 주말 타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은 괜찮았다. 혼잡 구간과 고속 구간을 모두 달린 뒤 연비를 보니 20km/ℓ 정도 나왔다. 평소 타던 i30 연비(10km/ℓ)의 두 배 정도였다. 가격은 비싸지만 환경을 고려한 소비자라면 휘발유 차 대신 쓰기에 좋다. 6월에 출시될 아이오닉 전기차는 소비자가 낯선 차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3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2017년 말로 예상된다. 계약금 1천달러(약 115만원)를 내는 사전 예약에 벌써 11만5천 명이 모여들었다. 국내엔 아직 테슬라가 정식 수입되고 있지 않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도 판매국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뒤 테슬라 모델3이 수입될 쯤이면 아마 전기차 배터리로 갈 수 있는 거리(모델3 기준 300km 이상)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제 아이폰이 휴대전화 시장에 던진 충격만큼 큰 자동차 시장의 변화도 멀지 않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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