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최고경영자(CEO)처럼 멋진 검은색 세단을 끌고 다니던 김완 디지털팀장이 최근 차를 바꿨다. 로또를 맞은 것은 아니고, 둘째가 태어나 짐 실을 공간이 더 큰 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승용차를 팔고 이번에는 흰색 스포츠실용차(SUV)로 갈아탔다. 새 차로 바꾸게 돼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김 팀장은 난감해하는 눈치다. 옛 차는 검은색에다 관리도 잘했지만 예상액보다 한참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았다. 그는 “차를 적절한 시기에 팔지 못하면 똥값이 되는거 아니냐”며 차 팔 시기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내 차와 이별은 언제 하면 좋을까. 내 붕이(차 이름·지난 칼럼 참조)와 함께한 지 5년이 넘었다. ‘뚜벅이’를 고수하다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은 뒤 조금 더 자주 고향집에 내려갈 수 있다는 핑계로 2011년 차를 샀다. 큰돈 들이는 데 써먹은 핑계는 그냥 핑계였다. 어머니를 뵈러 가자고 산 차는 주로 연애하는 데 훨씬 많은, 아주 많은 기름을 썼다. 강변북로를 내 집 앞 산책로처럼 달렸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따라 인천 문학구장까지 잘 쏘다녔다. 물론 지방 취재갈 때도 요긴하게 썼다. 가끔은 말이다. 붕이는 부지런히 아내를 나른 덕분에 신혼집까지 함께 갔다.
5년이 넘다보니 이제 차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냐는 질문도 슬슬 받는다. “한 10년 타야 하지 않겠어”라며 마치 의식 있는 ‘자동차10년타기운동’ 회원인 양 말하는데 별 생각 없었던 게 맞다. 뽑기를 잘한 탓인지 고장도 없고 연비도 괜찮은 차였다. ‘자동차 회사가 실수로 내구력 좋게 만드는 바람에 차를 안 바꿔 장사가 안 된다’는 말도 흘러나온 차였다. 실은 내가 차에 질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자동차 담당 기자를 한 덕분에 새 차가 나올 때마다 구경하고 시승도 했던 덕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출퇴근할 때나 장 볼 때 여행 갈 때 항상 똑같은 차를 타면 문득 차를 바꾸고 싶지 않을까. 다시 김완 팀장의 조언으로 돌아가 물끄러미 붕이를 봤다. 은색에 주행거리 5만km 넘은 차. 똥값 되기 전에 팔아야 할까.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전문 회사에 물었다.
“사고 유무와 주행거리가 감가 때(가격이 깎일 때) 먼저 고려하는 사항입니다. 대형차나 수입차는 작은 차에 견줘 단순 교환이라도 감가율이 큽니다. 2010년 이전 모델은 자동차 바퀴 덮개인 펜더, 도어, 트렁크 등의 1회 단순 교환 정도는 차 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죠. 주행거리는 연평균 운행거리를 1만5천~2만km로 보고 이를 초과했는지에 따라 가격이 깎이는 편입니다.”(이민구 SK엔카직영 프라이싱 센터팀 실장)
그렇게 따져보니 사고도 없었고, 연평균 주행거리가 1만5천km를 넘지 않는 내 차는 괜찮은 값을 받을 것 같았다. 국내 소비자들은 무채색을 선호해 은색도 잘 팔린단다. 중고차 매매업자는 보통 빠르게 잘 팔려서 자금 회전에 도움되는 차를 선호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도 제값에 차를 팔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이민구 실장은 “새 차 출고 뒤 가격은 일직선 형태로 떨어집니다. 그러니 팔기에 적정한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중고차 수요가 많은 2~4월에 좀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고, 연말로 갈수록 시세가 떨어진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됩니다”로 힌트를 마무리했다. 자, 이제 4월은 지났고 붕이와 1년 더 함께할 수 있는 핑계가 생겼다. 5번만 이렇게 가면 10년을 탈 수 있지 않을까.
이완 기자 wan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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