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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연료통 크기가 줄어든 이유는?

24시간 내내 서킷을 돌고 또 도는 자동차 마라톤 ‘르망24’를 즐기는 방법
등록 2015-07-11 07:44 수정 2020-05-03 04:28

‘마라톤’ 같은 자동차경주가 있다. 마라톤이 체력의 극한을 시험하는 것처럼 ‘르망24’는 자동차 성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대회 이름에서 보듯 경주차들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부서지거나 기권해야만 서킷에서 빠진다. 선수 3명이 교대로 운전해 13.629㎞의 서킷을 돌고 또 도는 방식이다. 가장 멀리 가야 이기는 경주니 천천히 달리지도 않는다. 경주차들의 속도는 평균 200㎞/h 이상이며 빠른 구간에선 무려 300㎞/h가 넘는다. 서킷에서 보면, 차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더 빨리 경주차가 옆을 지나친다. 장거리선수는 단거리를 못 뛰고, 단거리선수는 장거리에서 약하다는 법칙을 뛰어넘는다.

포르쉐코리아 제공

포르쉐코리아 제공

올해 대회는 6월13일(현지시각 기준) 프랑스 르망에서 열렸다. 1923년부터 시작한 이 대회는 르망에서 매해 6월 둘쨋주 또는 셋쨋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한국 팬들도 대회 며칠 전부터 들썩였다. 최고 성능을 갖춘 자동차경주를 즐길 뿐만 아니라, ‘피트스톱’(수리·주유·운전자 교체를 위해 경주로를 벗어나는 것)한 경주차를 1분 내에 수리하는 엔지니어들의 환상적인 팀워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꼽아 기다린 경주 팬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4시간 동안 경주를 볼까?’ 국내외에서 올해 ‘르망24’를 본 두 자동차 칼럼니스트에게 물어봤다.

“24시간 계속 보기는 어렵죠. 한 12시간 이상 본 것 같아요.”(류청희) “르망에서도 24시간 내내 보는 사람은 없어요. 한쪽에서 음악도 듣고 쇼핑도 하고, 그러다가 또 경기 보고.”(신동헌) 그렇구나!

신동헌 편집장은 르망24를 올해 현지에서 봤다. “프레스센터에 가면 경주팀도 거기 있는데, 선수들과 밥도 같이 먹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피곤한데도 신경이 곤두서 있지 않아요. 기자들이 물어보면 답도 해주고, 사진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찍어요. 축제예요.” 상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24시간 눈에 핏발 세우고 우승을 향해 뛸 것 같은데 (실제로 쪽잠 자면서 24시간을 버티는 선수와 엔지니어 사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수건 팬이건 르망24는 자동차경주를 한껏 즐기는 축제란다.

“새벽이 되면 경주 중계 스크린을 나눠 한쪽에선 자동차경주 영화를 보여줘요. 영화와 현실을 함께 볼 수 있는 거죠. 한참 보고 있는데 저쪽에서 낯이 익은 사람이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사장이 수행원도 없이 와서 보고 있었던 거예요.” 의전도 없고 위아래도 없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르망을 즐긴다는 행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물론 르망까지 가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씨는 자동차경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 중계로 르망24를 봤다. “아우디가 몇 년째 우승하니까 핸디캡을 줬어요. 아우디 디젤차의 연료통 크기를 줄였죠. 급유를 위해서 자주 ‘피트스톱’하게 만들면 그 시간 동안 다른 팀이 더 앞서나갈 기회를 주니 대회가 계속 재미있을 수 있죠.” 그래, 홀로 즐기는 축제는 없다.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르망24는 최고 클래스(LMP1)와 아래 클래스의 경주차들이 같은 코스를 함께 돌아요. 자동차경주에선 추월하려는 차가 나오면 비켜줘야 하는데, 그게 타이밍이 안 맞거나 비켜주기 애매한 경우 충돌하기도 하죠. 지뢰밭이 깔려 있는 도로를 질주하는 거예요.” 함께 뛸 친구도 있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도 만나는 게 축제가 아닐까. 르망24는 그렇게 인생을 닮았다. (참, 올해 경주는 포르셰가 아우디의 오랜 독주를 막고 우승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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