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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마니아 딱지는 뗐네

새 차, 멋진 차 권하는 대신 자동차 이용자의 사회적 책임 고민
등록 2016-09-10 02:06 수정 2020-05-03 04:28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나는 반환경론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동안 썼다는 칼럼이 이렇다. ‘내 차, 언제 팔아야 좋을까’ ‘현대차 놀이터에 SM6 도전장’ ‘베르나보다 지드래곤’. 시시하던 중형 세단 시장에 ‘현대가 좋네’ ‘르노삼성이 좋네’ ‘GM이 좋네’ 다투기도 하고, 국외 모터쇼에 등장한 BMW·벤츠·아우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새 차가 신기하고 좋군요!

예전에는 가끔 이런 기사들이 화제였다. 경차를 타는 검소한 대학총장! 과문한지 몰라도 요즘은 이런 기사 찾기 힘들다. 반대로 공무원 월급 가지고 절대 구매 불가능한 비싼 외제차를 탔다는 ‘대단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야기만 들릴 뿐이다. 소비도 미덕이 됐다. 정부는 개별소비세까지 낮춰 새 차를 사라고 서민을 유혹한다. 이때 아니면 싸게 살 수 없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그게 자동차회사의 매출도 늘리고 노동자 고용도 보장한다는 논리다. 한 자동차를 10년 타야 한다는 운동은 1990년대가 아니라 구석기시대의 이야기쯤 되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숟가락을 얹은 게 자동차 담당 기자였던 내가 아니었을까. 새 자율주행차 기사나 신차 시승기를 쓸 때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아까도 말했듯이 ‘이 차도 사보세요’였을 것이다. 새로 나온 기술이 시시하다거나 달라진 건 없는데 값이 올랐으니 차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는 쓴 적이 없다. 연비가 좋다는 평도 기름을 덜 써 배출가스가 적으니 환경에 좋다는 게 아니라, 아마 ‘휘발윳값이 덜 들겠네’였을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반성문’을 쓰는 게 웃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정한 마니아라면 자신의 재미 때문에 다른 이가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저서 에서,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자동차 소유주가 과소 부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보다 앞서 자동차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1974년에 나온 책이다. 우자와 교수는 자동차 보급으로 교통사고, 배기가스 등 공해와 범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갖가지 사회적 자원을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소유자가 그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 것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늘리는 것 역시 자동차 통행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자동차 보유 대수를 늘리고 다시 혼잡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할 뿐이다. 폭주족만 욕할 게 아니라 일반 자동차 이용자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이야기다.

물론 대중교통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우리는 자가용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도 버스만 있다면 여전히 내 출퇴근길은 미세먼지를 보태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지난봄 뿌연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디젤이 낫네, 가솔린이 낫네라는 이야기보다 자동차로 유지되는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깎거나 자동차 세금 인하에 대한 내용보다, 기차·지하철 등을 늘리거나(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퇴근 또는 통학 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직장과 근접한 곳에 살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내용 말이다. 이게 2년 동안 신나게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하다 쓰는 마무리라니 허무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뒤늦게라도 깨달았다고 해두자. 초보 마니아 딱지 이제 뗀 것 같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font color="#991900">※‘이 기자의 으랏차차’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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