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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놀이터’에 SM6 도전장

르노삼성, 중형 세단 고급화로 판 깨기… ‘제2의 아슬란’ 우려도
등록 2016-03-17 21:55 수정 2020-05-03 04:28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며 내놓은 ‘SM6’.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며 내놓은 ‘SM6’. 르노삼성 제공

벤츠는 3월7일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은 BMW를 향해 짧은 동영상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100년간의 경쟁에 감사하다. BMW가 없었던 그 전 30년은 좀 지루했다.” 벤츠의 역사는 130년. 벤츠를 시작한 지 30년 동안은 BMW가 없어 경쟁이 심심했다는 이야기다.

‘너네 역사는 우리를 못 쫓아와’라는 뜻도 되지만 ‘뭐, 요즘은 경쟁할 만하네’라고 인정하는 대목으로 읽혔다. BMW의 최근 판매량은 벤츠보다 많다. 아우디를 포함한 독일 고급 자동차들은 아마 자기들 외에 인정하는 브랜드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공고해진 것은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와 닛산이 고급 자동차를 내놔도, 미국 자동차 업체가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도 이들의 아성을 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판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오랫동안 판이 바뀌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는 처음 차를 살 때 준중형급은 아반떼를 고르고, 중형급은 쏘나타를 샀다. 여기서 한 번 더 차를 바꾸면 그랜저로 넘어가는 식이다. 엔진 배기량을 한 등급씩 올리는 현대차가 짜놓은 판매 전략에 소비자도 자신을 묶는 안전벨트를 맨다. 경쟁 브랜드인 기아자동차·한국지엠·르노삼성 등도 선두 업체를 따라 이 구도를 답습했다.

그런데 올 3월 이 구도를 깨는 차가 나왔다. 르노삼성이 5도 아니고 7도 아닌 ‘SM6’을 내놓은 것이다. 르노삼성 역시 그동안 중형차는 SM5, 이보다 큰 차는 SM7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렇다고 전혀 딴판인 엔진을 장착한 것은 아니다. 준중형급으로 통용되던 1.6ℓ 터보엔진과 중형급으로 통용되던 2ℓ 엔진을 가져오면서 프리미엄 중형급으로 새롭게 위치를 잡았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SM6을 만든 것에 대해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가 만들어놓은 시장, 놀이터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이 시장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판을 깨러 나섰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전에 없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인 QM3을 스페인에서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팔아 재미를 본 적 있다.

현대차도 수입차로 쏠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꾸기 위해 색다른 차를 내놓은 적이 있다. 2014년 내놓은 아슬란이다. 현대차는 “디젤 위주의 독일 후륜구동 자동차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다”며 “최고급 전륜구동 세단으로 수입차를 막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결과는 실패. 아슬란은 한 달에 1천 대도 안 팔리더니, 지난 2월엔 151대만 팔렸다. 이다일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아슬란은 그랜저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파생상품 수준이었다. 그랜저가 곧 새로운 모델로 바뀌는 것을 소비자가 아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었다. 어정쩡한 옛 ‘마르샤’ 꼴이었다”고 평했다.

SM6은 아슬란과 다른 길을 갈까. 일단 SM6의 사전 계약은 1만1천 대에 이른다고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5는 1세대 이후 이미지가 다운됐다. 우리 경쟁력을 잃어버리니 6년 전부터 별도 브랜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고민했다. 2016년에 나올 차는 중형 세단 이상으로 개념을 잡고, 모두가 죽을 각오로 일했다”고 했다. 르노삼성은 3년 전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직원들을 내보내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현대차보다는 절박하게 판을 바꾸러 나섰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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