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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히 인재입니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 첫 대책회의 연 유가족

사고 수습 이틀째, 국토교통부 “사망자 140명 신원 확인”
등록 2024-12-31 09:18 수정 2024-12-31 09:30
2024년 12월30일 전남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제주항공 무안참사 유가족들이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2024년 12월30일 전남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제주항공 무안참사 유가족들이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을 자연재해로 볼 것인가 인재로 볼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됩니다. 제주항공 책임 있는 분들이 유족들 앞에 와서 경건하게 사죄하고 앞으로의 문제를 어떻게 나갈 것인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서 얘기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각자 장례를 치르는 방식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우리가 아무 힘도 못 쓰고 맥 풀린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분명히 인재입니다.”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무안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2024년 12월30일 오전 8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장과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이날 첫 브리핑을 연 뒤 참사 유가족들이 사실상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유가족 임시대표단을 맡은 한 젊은 남성이 “힘드시겠지만 이제 본격적인 대표단을 뽑아야 한다. (시신을) 인도받고 그냥 가버리시거나 이동하시면 나중에 저희가 이분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나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것 같다”며 제안한 회의였다. 아직 참담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유가족들 사이에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한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한 중년 남성이 “제 생각에는 집에서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는 분이 많아서 신원이 확인되면 각자 운구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다른 남성도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제주항공과 국토교통부가 협상을 빠르게 해준다고 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빨리 모시고 가고 싶은 생각”이라며 “협상이 언제 될 지 모르겠지만, 계속 저렇게 모셔두는 것도…”라며 말을 다 잇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남성은 “협상이 끝난 뒤에 돌아가시는 게 차후 일처리가 더 잘 될 것 같다. 장례를 치른 다음에 또 가족 누가 와서 하시려면 고통만 더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자 한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이건 분명히 인재”라며 유가족들이 당장은 힘들어도 함께 대응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이진철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장은 브리핑을 열고 “오전 7시25분 현재 140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165명에 대해서는 안치소로 모셨다”며 “수사기관의 검시 등을 마쳐 시신 인도 준비가 끝났을 때 가족들에게 추가 연락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179명 가운데 39명의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제주항공 무안참사는 12월29일 오전 9시3분, 타이 방콕에서 출발한 전남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담벼락을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이번 참사로 탑승객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고, 생존자인 승무원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글·사진 무안(전남)=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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