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죠. 공항에 가보면 모든 승객은 비행기 왼쪽 문만 이용합니다. 오른쪽에는 문이 없냐? 그것도 아닙니다. 멀쩡한 오른쪽 문은 놔둔 채 왼쪽 문을 이용할 뿐입니다. 왜냐고요? 한 기장은 “공항을 만들 때 게이트와 비행기 왼쪽이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그게 월드 스탠더드(세계 표준)다”라는 쿨한 대답을 내놓더군요. 세계 모든 공항들이 공항 대합실(게이트)에서 비행기 문까지 연결해주는 긴 컨테이너 비슷한 통로(브리지)를 비행기 왼쪽에 대도록 설계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왜 그렇게 만들었냐는 것인데, 그 기장은 “그냥 정하기 나름 아니겠냐”는 더 쿨한 대답을 하더군요.
하지만 월드 스탠더드엔 뭔가 특별한 이유도 있겠지요. 이호일 아시아나항공 운항본부장의 추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도 프로펠러 비행기 시절에 그런 룰이 만들어진 것 같다. 프로펠러는 비행기에서 보자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시계 방향으로 돈다. 따라서 뭔가 프로펠러에 부딛혀 튕겨나가거나 프로펠러 자체가 떨어져나갈 경우 비행기 오른쪽으로 날아간다. 승객의 안전을 생각해 왼쪽으로 타고 내리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비행기 조종석에서 기장자리는 왼쪽이다. 비행기 출발 전 기장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브리지가 확실히 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비행기 시동을 거는데, 만약 오른쪽에 브리지가 있으면 직접 볼 수가 없어 불편할 것이다.”
이제 좀 뭔가 명확해지는군요^^; 하나의 원칙이 세워지면, 나머지는 그에 맞춰 정리가 됩니다. 비행기 화물을 싣고 내리는 문은 비행기 오른쪽에 만들어졌습니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쪽에서 같이 화물 작업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번거롭겠죠. 또 승객에게 서비스할 식사나 음료 등이 있는 부엌 시설(갤리), 비상시 외부와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는 소켓 등도 비행기 오른쪽에 설치돼 있다고 하는군요. 각종 음식물이나 청소도구 등은 오른쪽 문을 통해 싣거나 내려진답니다. 사람길과 음식길은 다른 셈이지요. 이 모든 게 승객이 왼쪽 문, 왼쪽 통로를 주로 이용할 것으로 감안하고 만들어진 것들이겠죠.
답을 하다 보니, 저도 궁금해지는 게 하나 있더군요. 사극에서 보면, 사람들이 말을 탈 때도 항상 왼쪽으로 타던데, 그건 왜일까요? 한국마사회 양희원 승마교관이 의외로 진지한 답을 해주셨습니다. “말도 심장이 왼쪽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그런지 왼쪽으로 타면 말이 확실히 편해한다. 가끔 오른쪽으로 타려고 하면 말이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도 대부분 왼쪽으로 타는 것 같군요. 본능 때문이건 안전 때문이건 아무래도 탈것과 관련해서는 좌익이 대세인 듯합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han21@hani.co.kr보내주십시오. 당신의 ‘거대한 의문부호’에 느낌표를 준비하겠습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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