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그분이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 디스 버전으로 간다. 헤이~요/ 커몬커몬/ 간만에 뉴스에 등장한 너님은 가카/ 그 얼굴을 바라보는 내 눈동자 썩어가/ 골프채 들고 거들먹거린다고 뭐라는 거 같아?/ 네가 밟고 있는 골프장의 푸른 잔디와 4대강에 가득 찬 녹조가 하나인 건 알까/ 골프를 치면 쳤지 도망은 왜 가/ 이제 좀 나대지 말고 제발 조용히 살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다 언론에 딱 걸렸다. 그는 지난 8월29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의 한 골프장에서 하금렬 전 대통령실장,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 측근들과 함께 라운딩을 즐겼다. 전직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전 단계라는 사실이 발혀진 4대강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한 건설사의 계열사였다. 4대강 사업에서 이 건설사가 따낸 도급 계약은 1천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논란을 예감했을까. 취재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MB 일행은 골프 카트를 타고 20여 분간 숨바꼭질을 했고, 결국 라운딩을 중단하고 도망갔다.
그는 골프광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운동량을 뽑아낼 수 있는 테니스 같은 운동을 즐긴다. 오히려 그래서일까. 골프채만 잡았다 하면 사고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에도 거제도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구설에 올랐다. 생각이 없는 걸까, 후안무치한 걸까. 어쨌든 이런 사람이 한 시대의 대통령이었다.
요즘 부쩍 골프장을 자주 찾는 이유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를 대비한 훈련 차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취임 첫해 미국을 방문해 골프 카트의 운전대를 잡고 모셨던 그 부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미 정상은 저녁 식사 시간에 서로 손을 잡고 기도도 드렸다. 온 나라를 광우병 공포로 밀어넣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그렇게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뒤인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나 골프를 쳤다고 한다. 처참하게 졌다. 그리고 올가을 부시 전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대해 일종의 설욕전을 갖기로 했단다. 그래, 그거라도 이겨라. 다만 연습은 조용한 곳에서, 꼭 자기 돈 내고 하세요.
내친김에 하나 더 간다. 요요~/ 커몬커몬/ 집안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오른 장마철/ 에어컨 버튼을 누르는 내 손가락은 후덜덜/ 그렇게 자랑하던 원전 수출로 부하들의 지갑엔 현찰이 철철철/ 짝퉁 부품으로 처바른 발전소는 차례로 덜덜덜/ 나는 결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그 말은 헐~
거지 같은 세상이다. 각 가정과 개인이 전력난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갔지만, 정작 다 해처먹은 건 자기들이었다. 원전 비리 수사와 함께 ‘MB의 남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조사를 받고 있고, 지난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된다. 원자력발전의 원료는 플루토늄이 아니라 검은 뒷돈인 걸까. ‘녹색’으로 포장했던 이 전 대통령의 원자력 사랑은 하나의 거대한 부조리극이 되어가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차라리 ‘고방사능 부패성장’이다. MB가 책임져라.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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