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운동을 주창하며 ‘경영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가 “주주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기업사회를 지배해온 단기적 수익모델과 주식 가격에 대한 경영진의 집착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잭 웰치. 사진 REUTERS
그는 지난 3월13일 와 한 인터뷰에서 “주주가치는 경영에서부터 근로자를 포함한 집합된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기업의 단기 수익은 기업의 장기 가치의 증대와 결합돼야만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 30여 년간 시장에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기업 경영과 투자의 대원칙 하나를 그 창시자가 부정한 셈이 됐다.
‘주주가치’ 운동은 잭 웰치가 GE 회장 취임 직후인 1981년 뉴욕의 피에르 호텔에서 한 명연설 ‘저성장 경제에서의 고속성장’에서 비롯됐다. 잭 웰치는 당시 돈 안 되는 사업을 팔아치우고 공격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경영진이 주가와 배당 등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주가치 경영 중시는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요한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적은 지분으로 ‘황제경영’을 해온 재벌들의 전횡에 맞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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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주가치 중시는 기업들이 단기 실적에 집착해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치중하게 만들고, 창출된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은 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너무 많이 돌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고용을 불안하게 함에 따라 일반인들이 주식투자 등 재테크에 몰두하게 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단기 실적을 극대화하려는 구조조정으로 악순환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 활동에 관계되는 노동·환경·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비난도 사왔다.
실제 잭 웰치가 1981~2001년 회장으로 있던 GE는 해마다 10%씩 직원들을 내쫓았다. 가장 낮은 인사평가를 받은 이들은 빨리 퇴출될수록 그만큼 빨리 시장에서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웰치는 정당화했다.
잭 웰치는 “회사의 주가를 띄우는 게 경영진의 주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결코 내가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뒤, “여러분(경영인)의 주요한 기반은 피고용인과 고객 그리고 제품”이라고 말했다. 는 최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미래를 모색하는 기획기사 연속물을 준비하면서 잭 웰치를 인터뷰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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