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 개편은 집값 겨눈 몽둥이?… 사서 살면 ‘이득’

한성숙 국무총리가 2026년 7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더니, 왜 세금을 올리느냐.”
정부가 8월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자 익숙한 비판이 곧바로 뒤따랐다.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남긴 말을 근거로, 공약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판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의 속뜻을 비껴간 듯하다. 이번 부동산 세제 어디에도 ‘가격을 떨어뜨리겠다’ ‘폭락시키겠다’는 의도는 없다.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오래 뒤틀려 있던 한국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고, 방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집값을 겨눈 몽둥이가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수평기(水平器)에 가깝다. 그러니 질문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 정상화가 우리 부동산 시장을 정말 바꿔낼 수 있느냐이다. 진짜 물음은 여기에 있다.
큰 틀에서 이번 개편은 세 방향으로 움직였다. 첫째, 보유에서 거주로. 오랫동안 한국 부동산 세제의 기본 전제는 ‘1가구 1주택은 선(善)’이라는 것이었다. 한 가구가 한 채 가진 것은 괜찮다며 세금을 크게 깎아줬다. 좋은 뜻이었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한 채를 방패 삼아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투자와 투기를 이어갔고, 집값이 뛸수록 그 흐름은 빨라졌다. 그래서 이번에 전제 자체를 바꿨다. ‘한 채면 된다’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야 한다’로. 상징적인 것이 양도소득세다. 예전에는 10년을 보유하고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80%까지 공제해줬는데, 사실상 보유만으로도 혜택이 컸다. 이제는 실제 거주한 기간을 우대한다. 살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서는 감면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본공제는 거주든 비거주든 가리지 않고 12억원으로 같았지만, 이제 실거주 1주택은 공시가격 14억원까지 공제를 넓혀주고 거주하지 않는 집은 9억원으로 줄인다. 채찍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거주에는 당근을 얹었다. 서울의 실수요 아파트 상당수가 보호 범위에 들어오는 이유다.
둘째, 역진에서 누진으로. 세금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이상하게도, 많이 벌수록 상대적으로 덜 내는 구조에 가까웠다. 오래 갖고 있어 큰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은 적게 무는 일이 흔했다. 이런 역진적 구조에서는 투자·투기 수요가 줄어들 리 없다. 불공정했다는 뜻이다. 노동소득을 떠올려보라. 많이 벌면 더 높은 세율을 문다. 부동산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이번 개편은 주택 가액이 초고가일수록 종부세율이 가파르게 오르도록, 양도차익이 클수록 부담이 커지도록 세율 구조를 다시 짰다. 가격대 사이의 세금 격차가 크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계속 갈아타며 몸집을 불렸는데, 누진의 경사가 뚜렷해질수록 그 갈아타기 유인은 줄어든다. 뒤늦게나마 부동산에도 ‘많이 벌면 그만큼 낸다’는 상식이 들어선 것이다.
셋째, 과거에 없던 새 정책이 들어왔다. 가장 의미 있는 대목이다. 양도세 공제에 처음으로 ‘한도’가 생겼다. 예전에는 1가구 1주택이면 차익이 100억원이든 1천억원이든 감면받았다. 상한이 없었다. 이제는 2028년부터 양도차익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까지만 공제하고 그 이상은 정상적으로 과세한다. 예를 들어 25억원에 사서 75억원에 파는 1주택이라면 차익이 50억원이다. 지금 구조에서는 산출세액이 3억원에 그친다. 50억원을 벌고 3억원을 내는 셈이다. 그런데 2029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세금은 13억원으로 뛴다. 무려 10억원이 늘어난다. 보유세도 방향이 같다. 시가 45억원대 아파트를 가진 70대 보유자의 종부세는 지금 연 1천만원에도 못 미치지만, 2년 뒤에는 1700만~1800만원 수준으로 약 80% 오른다. 드디어 초고가 주택에 걸맞은 부담이 매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2026년 8월4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세 방향을 관통하는 취지는 하나다. 실거주는 보호하고, 투자·투기의 과도한 혜택은 정상화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말대로, 그동안 집값에 견주어 지나치게 낮았던 세 부담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정치적으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출범 초 부동산 세금에 손대지 않겠다는 기조에 가까웠던 정부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거쳐 방향을 잡고 카드를 꺼냈다.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그동안 이런 조치들 앞에는 늘 높은 벽이 있었고, 번번이 좌초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물이 나올 퇴로를 열어둔 것도, 밀어붙이기만 하지 않고 시장의 숨통을 함께 고려한 설계로 읽힌다. 조정대상지역에서 갈아타며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 종전 집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것 역시, 실거주가 아닌 보유를 오래 끌지 말라는 같은 신호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이번 개편은 수도권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부담을 지우면서도, 지역에는 오히려 숨통을 틔웠다. 지역 세컨드홈에 대한 특례 대상 지역과 주택 가액 기준을 넓히고 적용 기한도 연장했다. 서울과 지역을 같은 잣대로 내리누르는 것이 아니라, 과열된 곳은 식히고 위축된 곳은 살리는 방향이다. 실제로 이번 세제는 주택을 ‘한 덩어리’로 보지 않는다. 실거주 1주택, 초고가·비거주 1주택, 다주택, 지역 주택으로 잘게 나누어 저마다 다르게 대했다. 나는 이 정교함을 이번 개편의 또 다른 미덕으로 본다. 뭉툭한 몽둥이가 아니라, 대상을 가려 힘을 싣는 설계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한국에서 집은 오래도록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의 수단이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더 큰 집으로 갈아타는 것이 중산층의 표준 공식이었다. 그 공식이 통하는 동안 자본은 공장과 연구실과 주식시장이 아니라 아파트로 몰렸다. ‘부동산 공화국’이란 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구조가 영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구는 줄고, 집을 살 다음 세대의 여력은 얇아지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전환이라면, 그 첫 단추는 세제의 왜곡을 바로잡는 데서 끼우는 것이 순리다. 이번 개편이 단순한 증세 논쟁을 넘어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뒤틀린 저울을 그대로 둔 채로는 어떤 공급 대책도, 어떤 대출 규제도 헛돈을 돌게 마련이다.
물론 반론이 많다. 가장 아픈 지적은 늘어난 세금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되리라는 것이다. 도심 핵심지에서는 집주인이 절세를 위해 직접 들어가 살면, 임차 수요는 그대로인데 전월세 물량만 줄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새겨들어야 할 우려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부담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갭투자 비중이 높은 외곽에서는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으면 세입자가 그 집을 사들여 임차 수요도 함께 줄지만, 집주인이 눌러앉기 쉬운 도심 핵심지에서는 임차 수요가 그대로인 채 공급만 말라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세제를 멈출 이유가 아니라, 공급과 대출 정책을 함께 끌고 가야 할 이유다. “지금 세금이 문제냐, 공급이 먼저다”라는 반론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맞는 말이지만, 세제와 공급은 택일이 아니라 병행의 문제다.
“종부세로 성공한 적이 있느냐”는 냉소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종부세가 흔들린 것은 세율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탓이 크다. “집 한 채가 올랐을 뿐 나는 판 것도 없는데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는 항변도 나온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보유세의 오래된 쟁점이다. 다만 이번 설계는 시가 2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을 아예 종부세 대상에서 빼고, 부담이 늘어나는 구간을 초고가와 비거주에 집중시켰다. 평범한 실거주자의 ‘한 채’를 겨눈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개편이 무르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세 부담 강화가 수도권 일부 초고가 아파트에 몰렸을 뿐 대다수 고가주택엔 큰 변화가 없다며 “변죽만 울렸다”고 꼬집었다. 강도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방향까지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진짜 변화는 올 수 있을까? 출발로서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이 대단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실거주 중심의 세율, 누진적 구조, 공제 한도라는 세 기둥이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여기에 공급과 대출이 맞물린다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세제는 한 번의 발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갈 때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얻고, 사람들의 계산법을 바꾼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믿는다. 정상화가 완성되면 그제야 부동산에 묶여 있던 이 나라의 자본이 기업과 자본시장 같은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흐를 길이 열린다. 집을 사야만 안심하던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 ‘거주’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부동산 공화국의 오랜 문법이 저무는 자리에서, 우리는 그 첫 문장을 이제 막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방향은 옳다. 남은 것은 멈추지 않는 일이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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