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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붕괴의 기록, 현재의 데칼코마니

탐욕과 오만이 빚어낸 100년 전 주식시장 거품과 몰락 추적한 ‘1929’
등록 2026-04-23 20:39 수정 2026-04-26 18:56


 

2~3년 전만 해도 코스피는 2000에서 3000을 오르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내 5천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에 코웃음 치던 때가 불과 1년 전이다. 이를 비웃듯, 최근 코스피는 6천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하는 반도체 호황과 암호화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이라는 신기술과 혁신이 세상을 바꾸리라는 낙관이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부터 자영업자, 심지어 대학생조차 ‘빚투’로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주식 안 하면 바보(?)’ 취급당하는 요즈음, 1920년대 미국 주식시장이 겹쳐 보이는 건 지나친 기우일까. 자동차·세탁기·라디오 등 신기술이 세상을 뒤바꾸던 100년 전, 미국 시민들도 신기술이 가져올 무한한 성장을 믿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너나없이 빚내어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 매수금 100달러 중 90달러가 빚이지만, 이들은 불안해하지 않았다.

순수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맹목적인 투기로 변질됐다. 거품의 정점이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 신호에도,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무시했다. 거품은 꺼졌고, 파국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1929년 10월 월스트리트 대폭락 사태가 터졌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전 세계를 불황의 늪에 빠뜨린 세계대공황의 시작이었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자. 2026년, 낙관론에 취한 광기의 투자 열풍이 100년 전과 흡사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거품의 정점’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붕괴의 위험은 없는가. 뉴욕타임스의 간판 저널리스트 앤드루 로스 소킨이 8년에 걸친 취재와 조사를 토대로 쓴 ‘1929’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1929년 2월의 불길한 징후부터 1933년 6월까지, 자본주의의 운명을 바꾼 52개월을 촘촘하게 그려낸 그는 “‘지금은 다르다’는 확신이 반복될 때, 역사는 가장 참혹한 경고를 보낸다”며 “번영과 낙관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으로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경고한다.

‘1929’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호황을 막을 수 있다거나 불황을 피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것이 아니다. “비이성적인 과열, 투자, 투기에 대한 치료제는 규제도 아니고 의심도 아니며, 바로 겸손이다.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시장도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고, 어떤 세대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우리가 가진 확신의 높이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추락한다.” 632쪽. 3만2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기도는 왜 총성이 되었나

이찬수 외 6명 지음, 동연 펴냄, 1만7천원

전쟁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주된 이유다. 이해관계의 중심엔 자기중심적 욕망이 있다. 인간의 욕망과 자아의 본질을 비판적으로 통찰한 가르침이 종교다. 정작 대부분의 전쟁엔 종교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국내외 전쟁사를 통해 종교와 폭력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심층 종교’의 실천윤리를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선주민이 쓴 미국사

네드 블랙호크 지음, 최재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5만8천원

백인 정착민 영웅 서사와 흑백 이분법에 치중해온 미국사의 관점을 해체하고, 선주민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엔 선주민에 관한 언급이 있다. “국왕은 (…) 무자비한 인디언 야만인을 끌어들이려 애썼다. 그들의 전쟁 방식은 (…) 무차별적인 파괴로 악명이 높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 진영의 뿌리가 아닐까.

 


 

디스킬 제너레이션

김재인 지음, 오리지널스 펴냄, 1만8천원

인공지능(AI)에 대체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많은 일을 AI에 맡기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는 ‘디스킬’(탈숙련)에 빠져 있다. 해법으로 타인과 의미를 주고받는 ‘언어력’,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를 가려내는 ‘취향지능’이 있다. AI 시대 준비는 사유와 글쓰기 같은 가장 인간적인 활동에서 시작된다.


근로기준법이 행방불명된 세계에서 권리찾기

권리찾기전국네트워크지원센터·권리찾기유니온 엮음, 푸른나무 펴냄, 2만2천원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 절반은 ‘근로기준법이 행방불명된 세계’에서 산다. 이들의 노동은 ‘진짜’지만 근로기준법 앞에서는 ‘가짜’가 된다. 4대보험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하는 ‘자영업자’(가짜 3.3)로 둔갑되기도 한다. 우리이거나 우리의 이웃, 가족이 살아가는 이 노동법 밖의 세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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