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를 쓰고 전세계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한 개빈 프레터피니가 다음 관찰 대상으로 삼은 것은 ‘파도’다. 구름 관찰은 파도 관찰로 이어지게 마련이란다. 구름은 공기의 바다에 떠 있고 그 모양은 ‘파도’에 의해 좌우되니까.
바람 한 점 없는 적도무풍대에서 생겨나 바닷가에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기까지 파도의 생로병사로 시작하고 하와이의 서핑으로 끝나지만(파도에서 시작해 파도로 끝나지만) 파도의 파형을 가진 모든 것들의 ‘파동’이 책의 대상이다. 파도, 파동 모두 영어로는 웨이브다. 심장박동, 지렁이의 움직임, 수면파, 소리, 전자파, 지진, 빛 등 그 자체가 파동인 것부터 출발해 두근거림, 음계, 기타, 공명, 낚시, 인공위성, 리모컨, 짝짓기, 주식투자까지 유형·무형의 것들이 엮여 들어간다.
그중 ‘외계인’으로 엮이는 에피소드는 ‘심해음파 통로’에서 시작된다. 냉전시대 모리스 유잉이라는 과학자는 음파가 아주 멀리까지 전달되는 심해음파 통로를 발견한다. 바닷속 약 1천m 구역은 따스한 수온 천장과 높은 수압 바닥 사이 음파가 끼게 되기 때문에 수평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혹등고래와 북방짱구고래 등이 의사소통할 때 이 통로를 이용하리라는 추측이 있다. 공기 중에도 고도 14㎞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이런 구역이 있다. 유잉은 그 구역에 마이크를 달면, 소련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음파를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미 공군에 제안한다. 그래서 뉴멕시코 지역에서 마이크를 단 풍선을 올려보내는 작업을 했는데, 비밀리에 했기에 그 부근의 로즈웰 육군 항공기지 관계자도 몰랐다. 사람들에게 찍힌 풍선은 ‘로즈웰 우주인’으로 유명세를 떨친 사건이 된다.
이름이 빤한데도 원리를 몰랐던 초음파나 라디오를 알게 된다. ‘초음파’ 기계는 파동의 ‘부분 반사 부분 투과’라는 원리를 이용하고, 라디오파가 정보화 시대의 ‘짐꾼’으로 라디오를 비롯해 온갖 기기에 이용된다는 등의 ‘도구와 기계의 원리’ 부류의 재미다. 진실로 세상이 파동으로 이뤄진 것인지, 그가 우리를 그렇게 착각하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 만물의 물리 세계가 파동으로 물결친다.
대상이 되는 주제가 쉬워서가 아니다. 쉽고 아름답게 설명해서다. ‘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홍한결 옮김, 김영사 펴냄)가 중세의 그림에서도 흘러가는 구름을 발견하게 하듯, 이 책도 당신을 이 여름 파도 옆에서 과학 하고 앉아 있게 할 것이다. 2011년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수상작. 465쪽, 2만3천원.
구둘래 한겨레 뉴콘텐츠부 기자 anyone@hani.co.kr

언월딩: 아마존에서 배우는 세계 허물기
김한민 지음, 워크룸프레스 펴냄, 1만7천원
올여름 더 많은 사람이 종말을 더 강하게 감각한다. 그러나 행동에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자본주의를 필두로 한 ‘단일 세계’의 바깥을 상상하지 못하는 탓이다. 여기 종말 전문가들이 있다. 500년 동안 절멸의 위협과 싸워온 아마존 원주민이다. 10여 년간 그들의 삶뿐 아니라 정신세계와 ‘얽힘’을 체험한 지은이는 이 세계를 원점에서 재고하고 해체하려는 ‘언월딩’(unworlding·세계 허물기)과의 동행을 제안한다.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릴리 출리아라키 지음, 성원 옮김, 은행나무 펴냄, 1만9500원
우리는 흔히 피해자를 취약한 개인이나 소외계층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적잖은 권력자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권력을 얻고 있다. 지은이는 피해자 의식이 불평등을 외려 강화한 여러 사례를 분석하고, 취약계층의 고통을 피해자 의식이 아닌 불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독을 삼키고 잘 죽되 오래 사는 기술
구슬아 지음, 연두 펴냄, 2만4천원
‘언젠가는 꼭 단톡방에서 벗어나리라’ 생각해본 적 있는가. 모든 참여자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각자의 의견을 쉽게 표현하고 빠르게 방책을 찾는 ‘단톡방’은 ‘과잉 연결’의 족쇄를 낳았다. 모든 것이 상시로 긴급하게 취급되면서, 도리어 모든 것이 긴급하지 않은 것이 된 시대, 상대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견지하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등 ‘지금을 사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질문 20개를 비평의 그릇에 담았다.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백낙청 지음, 창비 펴냄, 2만3천원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실패, 조기퇴진 이후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고 선언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간. 저자는 ‘중도’란 좌우 사이의 회색지대가 아니라 기득권 체제의 반동과 기존 이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실천적 전략이자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한다. 특히 새 정부가 ‘중도’와 ‘통합’을 국가 운영 열쇳말로 내세운 가운데,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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