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봉쇄되기 직전에 빠져나온 유조선 오데사호가 2026년 5월8일 오전 충남 서산 앞바다에 도착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이후 글로벌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이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29위 수준으로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수출량이 제한되기는 했지만, 이란은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0~11.4%, 천연가스 매장량의 15~16%를 보유한 세계 제9위의 석유 생산국이다. 또한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는 생산량 2위 사우디아라비아, 5위 이라크, 7위 아랍에미리트(UAE), 10위 쿠웨이트를 공격해 이 지역의 석유 생산 및 정제 시설을 파괴했다. 이 때문에 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이란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쟁의 충격은 세 경로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에너지 비용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석유 수출국인 미국에서조차 유가가 30% 이상 올랐을 정도다. 전세계 운송 서비스 수출의 7.4%를 차지하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는 공급망과 물류망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이 해협을 우회해야 해서, 물류비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원자재 수급에도 차질이 생겨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문제는 거시경제와 금융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 3.3%에서 3.1%로 낮췄다. 전망치를 내린 이유는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 확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IMF는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0.6%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평균 현물 유가지수를 2026년 배럴당 약 100달러, 2027년 약 75달러로 상정한 악화 시나리오로 글로벌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그러나 평균 현물 유가지수가 2026년 배럴당 약 110달러, 2027년 약 125달러로 상승하는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성장률이 2% 내외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5년 2월5일 촬영한 오만만과 호르무즈해협 일대 위성사진. AFP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IMF보다 낙관적이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 중요 원자재의 공급망 교란이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요를 위축시키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 혼란이 일시적이며, 2026년 중반 이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OECD는 올해 성장 전망치 2.9%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20개국(G20)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할 경우, 2026년 G20의 인플레이션이 기존 예상치보다 1.2%포인트 높은 4.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은행의 ‘원자재시장 전망’ 보고서는 2026년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24% 올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해상 원유 무역의 약 3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전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약 1천만 배럴 축소돼, 국제유가 지표인 브렌트유 배럴당 평균가격이 2025년 69달러에서 86달러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비료 및 금속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원자재 가격의 인상폭이 16%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6년 3월 ‘글로벌 무역 전망 및 통계’ 보고서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증가세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이 2025년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으면, 2026년 글로벌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우 최대 1.0%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무역의 차질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도, 타이, 브라질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은 요소 수입량의 각각 40%, 70%, 35%를 걸프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비료 수출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비료 가격은 물론 수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충격파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 더 중요한 오만 유가는 브렌트 유가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중동 경제와의 직접적인 무역 노출도는 미미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 무역 및 운송 네트워크, 그리고 금융 상황을 통해 전파되는 파급 효과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요소와 암모니아를 포함한 비료의 생산·운송 차질로 농업 생산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개발도상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률이 2026년과 2027년 모두 5.1%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지역의 혼란이 2026년 3분기까지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2026년 4.7%, 2027년 4.8%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실물경제와 달리 주식시장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충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유가 급등과 불확실성으로 하락했으나, 단기전 종료 기대와 실적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수의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전쟁 발생 자체보다 ‘종전 기대감'과 ‘불확실성 해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르게 반등했다. 특히 미국, 한국, 이스라엘의 주가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주가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불확실성 해소와 종전 기대감이다. 전쟁 초기에는 경제적 충격이 크다고 예상돼 주가가 급락했으나, 휴전 협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점증하면서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빠르게 해소됐다. 주식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기업의 실적도 나빠지지 않았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됨에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성장세가 견고했다. 특히 방위산업, 에너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가 군수 수요 확대와 기술혁신 혜택을 입었다.
한국 증시가 대표적 사례다. 2026년 초부터 4월 말까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코스피지수 상승폭의 약 53%를 차지했다. 코스피가 5000일 때 40% 수준이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5월 초 약 49.4%까지 상승했다. 이익 공헌도에서 반도체 기업의 비중은 더 크다. 2026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약 867조원) 중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괴리는 반도체 착시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출 실적을 내면서 GDP 성장률, 수출 증가율 등 국가 전체의 경제지표는 좋게 나타났다. 한국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분의 1이 넘어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 철강·석유화학·건설 등 다른 산업이 부진해도 전체 수출 수지는 ‘흑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2026년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3.0% 늘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증가폭은 0.2%에 불과했다. 3월 수출 증가율 48.3%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급증에서 나왔고, 자동차 등 다른 주력 품목은 약세를 탈피하지 못했다. 상장사 영업이익의 약 40%가 반도체 관련 기업이 차지했지만,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026년 5월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달러(약 54조4천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5월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반도체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라 수조원을 투자해도 대부분 자동화된 첨단장비 구매에 사용된다. 따라서 반도체 업종은 조선업이나 서비스업에 견줘 고용 창출 효과가 미흡하다. 반도체산업 공급망의 글로벌화도 문제다. 반도체 공급망이 국내에 집중돼 있지 않고 일본, 대만, 중국, 미국 등으로 분산돼 있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이 국내 내수시장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예전보다 낮다. 소득 양극화를 심화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급 급증에 따른 반도체 종사자와 비종사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전쟁의 충격파를 장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착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 기업이 많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변동에 취약하다.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켰던 AI 붐이 AI 버블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주가지수에 도취돼 구조개혁 같은 장기적 대책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 경제는 나중에 훨씬 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세기 질서가 무너진 격변의 시대. 복잡한 세계경제 현안을 깊은 시각으로 해설합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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