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왜 못되게(?) 변할까. 학창 시절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친구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를 보며 들었던 의문이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궁금증은 여전하다. 아니, 지금은 ‘평범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못돼진다’는 가설이 정설처럼 느껴진다.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베냐민 네타냐후를 보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한 것도 모자라 이란을 멋대로 공격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영토 병합을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이어 레바논으로 전장을 확장하고 있다.
왜 지도자들은 지배할수록 괴물이 되어가는가. ‘권력 중독’(카르스텐 C. 셰르물리 지음, 곽지원 옮김, 미래의창 펴냄)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원하게 되는 권력의 속성을 다룬 책이다. 권력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조직, 더 나아가 나라와 지구촌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왜 권력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지 고찰한다. 권력에 중독된 지도자는 타인의 생각보다 자신의 직감을 신뢰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행동은 거칠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거침없이 분노를 표출한다. 연민이 없기에 무례함도 서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권력의 속성 탓이다. 또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권력 경험 자체를 강력한 쾌락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그 쾌락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 자제력을 무너뜨리는 속성도 갖고 있어, 자발적으로 내려놓거나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윤석열이 ‘무한 권력’을 위해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것처럼.
하지만 권력은 책임감 있게 사용된다면, 사람과 조직 그리고 사회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영향력, 역량, 자율성, 일의 의미를 권력을 통해 경험하게 될 때,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사회적·경제적·전지구적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바로 이러한 ‘건설적인 권력의 힘’이 필요하다.
권력은 중독성이라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반드시 오남용을 통제해야 한다. 다행히 권력이 일상의 일부임을 인지하고, 자신의 권력욕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일상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겠다는 다짐 등 개인의 도덕성으로 그 일부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 지은이는 그 해결책으로 ‘영향력’이라는 형태로 권력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인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제시한다. 권력을 독점하는 대신 타인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나눠줌으로써 영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자를 제대로 선별하는 일이다. 328쪽, 1만9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문학동네 펴냄, 4만3천원
‘자유의지’는 환상일 뿐이다. 뇌과학과 생물학의 성과를 망라하면, 몸과 마음은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과 환경의 상호작용 결과다. 가령 판사가 식사한 지 오래됐을수록 가석방을 허가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 없이도 사회가 “더 잘 돌아간다”고 논증한다. 동의하든 않든, 흥미로 가득 찬 이야기다.

새와 나무와 돌멩이의 지적 세계
제임스 브라이들 지음, 김보영 옮김, 코쿤북스 펴냄, 2만5천원
지능은 인간만 가진 것이 아니다. 동물, 식물, 그리고 자연 시스템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도 일부 기대고 있으나, 인간 중심적 인식 틀의 전복적 재구성을 통해 전면화한다.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장 앞에서도 ‘비인간 존재’의 지능에 대한 인간의 관점은 도전받는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할 때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다.

소상공인을 버린 AI
김현성 지음, 더봄 펴냄, 1만8천원
AI와 플랫폼 중심 경제 속에서 소상공인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구조를 정면으로 분석한다. 기술은 골리앗만이 아니라 다윗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공공재로 설계해 사회 전체의 생산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기술 발전과 공정한 시장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선언이 아닌 실행 가능한 구조,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대안을 담아 제시한다.

숲으로 출근합니다
황금비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1만9천원
나무의사인 지은이가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이자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된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기록했다. 천리포수목원이 가꾸는 1만7천여 분류군의 식물 가운데 계절을 대표하는 30여 종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치열하고 고된 일상에 자주 공허해지는 봄날, 책 속 목련과 벚꽃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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