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서 제목은 ‘머더 메리 컴스 투 미’(Mother Mary Comes To Me)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렛 잇 비’(Let It Be) 가사 한 대목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은이는 책 헌정사에 ‘“렛 잇 비”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메리 로이를 위하여’라고 썼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는 부커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가 2025년에 낸 생애 첫 회고록이다. “그녀는 아무 예고도 없이 떠났다. 그녀답게 예측 불가였다.”라는 첫 장 두 문장에서부터 얼핏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첫 두 문장(“오늘은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을 연상시키며, 만만찮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야기는 어머니 장례식에 가기 위해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오빠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빠는 어머니의 기벽, 무자비함, 괴롭힘, 돌발 행동 등을 견뎌야 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지은이가 보여주는 심연의 슬픔에 의문을 던진다. 책 속에는 그 의문을 수긍할 수밖에 없게 하는 숱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관계가 일방향의 가해와 피해로 포섭되는 건 아니다. 어머니는 신사임당같이 매끄러운 노래 가사 속 폴의 어머니(메리 매카트니)와 거리가 먼, 몹시 울퉁불퉁한 카리스마적 존재다. 그런 특질은 영국 식민지배 잔재와 카스트제도 같은 억압 속에서 비혼모로 살았던 환경과 깊이 닿아 있다. “나는 네 엄마이자 아빠야. 그러니까 널 두 배로 사랑해.” 어머니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육자로서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다정한 남자들을 길러내어 세상으로 내보냈다. 그녀가 여학생들에게 심어준 정신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날개를 달아주었으며, 그들을 해방시켰다.”
아룬다티는 일찌감치 작가를 꿈꿨다. 다른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글쓰기를 어머니의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녀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그녀를 받아들이고,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했는지, 그녀가 왜 그런 행동들을 했는지를 이해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지 예측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하나의 미로가 되었다.” 작가로서 아룬다티의 삶은 그 미로를 헤쳐나가는 과정이었고,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에게 해방적 글쓰기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었다. “소설가란 곧 미로이기 때문”이자 “그녀는 나의 안식처이자 폭풍”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잡으면 내려놓을 대목을 찾을 수 없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논픽션이다. 452쪽, 2만2천원.
■ 21이 찜한 새 책

손절사회
이승연 지음, 어크로스 펴냄, 2만1천원
손익계산서로 전락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쾌한 고찰.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정상으로 보일 만큼 흔한 현상이다. 개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근원은 어디인가. ‘나르시시스트 손절법’ ‘회피형 친구 손절한 썰’ 같은 온라인 게시물에서 보듯 이득이 안 되는 관계를 자발적으로 끊어냈기 때문이다.

이만큼 가까운 기후위기
정봉석 지음, 산지니 펴냄, 2만2천원
폭염, 가뭄, 홍수, 한파, 폭설 등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밴쿠버 폭염,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녹아내리는 로키산맥 빙하, 리비아 홍수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기후재난의 현장을 따라가며 지구가 보내는 경고음을 기록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권용덕 지음, 김영사 펴냄, 1만6800원
장애 청소년을 교육하는 20년차 특수교사가 아이에서 어른이 돼가는 장애 청소년들과 가족의 진솔한 이야기를 녹였다.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이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인내하며 기다려줄 때 진정한 의미의 ‘모두’를 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AI 시대 부모가 할 일
심정섭 지음, 진서원 펴냄, 2만4천원
인공지능(AI)이 논문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것은 물론 코드를 짜고,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시대다. ‘정답을 찾는 것’보다 ‘AI를 활용해 최적의 결과물을 얻어내는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AI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증강인간’으로 키우도록 도와주는 19가지 부모 생존 로드맵을 담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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