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같은 다섯 권의 문고본이 나란히 출간됐다. 한겨레출판의 교양문고 시리즈 ‘한겨레지식문고’의 1차분인 이 다섯 권의 책은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VSI(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 중 일부다.
<font color="#00847C">인권은 움직이는 거야</font>는 인권을 둘러싼 이론적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한 인권 개론서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국제 인도주의법·인권학교를 이끌고 있는 저자 앤드루 클래펌은 “인권은 극도로 특수하고 기본적인 요구들에 관한 것으로, 일반적 권리나 도덕적 권리와는 다른 것이다”라는 윌리엄 에드먼드슨의 문장을 빌려 방대한 주제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각종 사례와 문학작품 등을 빗대 인권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사와 함께 그 영역을 더 넓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인권은 정적인 게 아니라 약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인과 집단은 “인권 존중을 위한 연대 형성에 기여해온 인권 체제에 기댐으로써 스스로 힘을 느끼”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요구를 만들어내고 그 요구가 “각자 동떨어진 개인주의가 아니라 정치적 참여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권이 인간 역사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면 날씨는 매일의 소소한 일상과 맞물려 삶에 영향을 끼친다. 은 급박하게 진행돼가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자연과학적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경제와 긴밀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90여 편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등에 게재한 기후학자인 저자 마크 마슬린은 이 책에서도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춰 여러 논란과 쟁점을 피해가지 않고 조목조목 따진다.
클라우스 도드 영국 런던대 교수는 에서 지정학 역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9·11 테러나 예루살렘·런던 등에서 줄줄이 터지는 폭탄 등이 우리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 저자는 지정학적 사고에 의해 형성된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가 변화한 과정을 따라가면서 9·11이 발생한 원인을 검토한다. 지정학적 인식에 따른 국제 정세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현장감 있게 집중한다.
은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조금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테러리스트 집단을 파괴하기 위해 광기 어린 보복을 하는 강대국의 ‘붕괴’ 논리 대신 새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강요하기보다는 차분하고 냉철하게 다양한 역사적 근거를 들어 이해할 수 있는 논지를 제공한다. 책을 쓴 찰스 타운센드는 방대하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내놓기로 유명한데, 영국 학자들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영국 학술원 특별회원이자 테러리즘 분야의 세계적 대가이다.
<font color="#C21A8D">미국에 빗대 한국 민주주의를 고민한다</font>세계 평화를 주장하며 테러 박멸에 힘쓰는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과연 선도적인 민주화를 이루었을까. 민주당 활동가이면서 미국 정당과 선거에 대한 저서 15권을 출판하기도 한 샌디 메이젤의 는 미국 민주주의의 부실함을 낱낱이 밝힌다. 예를 들어 2000년 제43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는 총 득표수가 고어보다 적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같은 괴리는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 때문인데,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 선거제도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선거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미국민은 별로 없단다. 저자는 미국이 건국 이래 별다른 변화 없이 이어온 선거 방식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미국 민주주의의 허술함은 미국식 정당제도를 모방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문제와 맞닿는다.
다섯 권 모두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경계에서 오랫동안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온 이들이 번역했다. 꼼꼼하게 덧붙인 각주와 ‘더 읽을거리’는 책이 엮은 주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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